김충렬 인터뷰
▲김충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제10장 감정의 구조와 기능(3)

감정은 인간이 어떤 일을 하도록 해주는 에너지이다. 그 일은 작업이나, 관계, 식사나 행복을 찾는 것이 될 수 있다. 강한 감정은 인간이 원하는 것 사이에 놓인 방해물을 극복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리고 감정은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도움을 준다.

감정은 직접적으로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도 하지만 언어로 말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인식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효율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감정은 본질적으로 적응을 돕는데, 이는 우리가 두려움을 느낌으로써 위험한 곳을 피하고 즐거움과 쾌를 느낌으로써 원하는 것을 추구해가고 발전시켜 나아가며 주어진 환경을 적응하거나 뛰어넘게 만드는 것이다.

1. 내향적 감정형

내향적 감정형은 내적 이상에 따라 감정 태도를 정함으로써 지원과 안내를 구한다. 감정의 움직임은 외부로부터 숨겨지고, 특히 내적 조화를 추구한다. 삶이 아름답고 잘 균형이 잡히면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 간에 올바른 관계가 형성될 것임을 발견하려 하지만, 현실은 대개 이런 이상에 미치지 못한다. 내향적 감정은 그런 경험에 취약한데, 민감한 식물처럼 감정적으로 되는 이런 약점은 이 유형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

1) 내향적 감정의 정의

내향적 감정형(introverted feeling type)은 주체에 입각한 감정판단을 한다. 객체에 의한 감정보다는 자기의 주체에 의한 감정을 우선으로 하는 태도를 취한다. 융은 이런 유형은 대개 여성들에게 나타나기에, "잔잔한 물은 깊다"는 속담은 여성들에게 해당한다고 본다. 그들은 대부분 말이 없고, 사귀기 힘들고, 흔히 어린애 같거나 평범한 가면 뒤에 숨어 있고, 또 침울한 기질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내향적 감정형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것을 중심으로 한다. 그들은 감정이 안으로 숨겨져 있기에 감정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외향적 타입과는 달리 자기감정을 사람들에게 감추는 사람들이다. 이런 이유로 내향적 감정형은 자신의 내적인 기준에 따라 느끼고 움직이므로 밖으로 보다는 안으로의 특성을 갖는다.

내향적 감정은 자신을 중심으로 유대를 만들고 사회적 접촉으로 주의를 돌리려 하므로, 그들은 세상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들은 영원히 반복되는 세상 및 타인과의 충돌에도 양쪽 다 자신들을 사랑하리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그러한 감수성을 가면 뒤에 숨긴다. 그들의 가면은 유치하거나 단순하거나 진부하고 쌀쌀맞거나 우호적일 수도 있지만, 이 가면 뒤에서, 이해하려는 누군가와 이상을 구현할 단체를 탐색할 것이다.

그들은 실망하면서도 여전히 마음 깊숙이 감정의 이야기를 절대적으로 믿는다. 비록 감정을 명료한 말로 표현하기가 불가능할지라도, 자신과 일치하는 것과 불일치하는 것에 대해 내심 꽤 확신한다. 겉보기에 그들의 감정은 매우 뚜렷하지는 않은데, 이것이 침범당할 때 내부로 움츠러드는 경향 때문이다.

2) 내향적 감정형의 특징

내향적 감정형은 대체로 말이 없고 가까이하기가 어려우며, 겉으로는 무관심한 사람으로 보여 그 마음속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그들은 이런 내향적인 특성 때문에 우울 또는 억울한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정신적으로 조화되어 있고 침착한 경향이 있다. 이들은 때때로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성향 때문에 신비적인 힘 또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이는 마치 "잔잔한 물은 깊다"라는 인상을 주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내향적 감정형은 내적으로 깊고 과격한 감정을 갖고 있기도 하며, 때때로 그것은 격정의 회오리가 되어 표현되는 특성 때문에 친척이나 친구들을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내향적 감정형은 내적으로 향하는 특성 때문에 남에게 주장하는 자세는 아니지만 은연중에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다. 이들이 때로는 타인의 의견이나 감정을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에 고집이 센 사람으로 통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타인에게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견해와 감정에 대하여 상당히 조화를 이루는 조용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그들은 너무 자세하고 세밀하게 일을 처리하려다 보니, 일을 효과적으로 끝내기 어려운 점도 있다. 이런 현상은 그들이 밖으로 표출하는 것을 꺼리고 안으로 내면화하려는 특성인데, 그런 이유로 이들에게 나타나는 신경증은 히스테리보다는 신경쇠약증이 더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내향적 감정의 특성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여성의 경우에는 빈혈증상이 주로 따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런 내향적 감정에 대하여 우리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으로 구분하여 다룰 수 있다.

2. 내향적 감정형의 긍정적인 측면

내향적 감정형은 감정을 동요를 보이지 않는 특성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감정을 유지한다. 이들은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안으로 내면화하는 특성을 갖는다고 했다. 이런 특성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이들은 말없이 조용하고 은근하게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사람임을 의미한다. 물론 감정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장점은 아니다. 감정을 표출할 때에는 그것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감정은 불필요하게 드러내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고 대개는 자신의 안으로 숨기면서 필요한 때에는 효과적으로 표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내향적 감정형의 긍정적인 측면을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분화된 감정의 경향

내향적 감정형은 무척 분화된 감정을 갖고 있다. 이 감정은 내적인 기준에 의해서 움직이므로 밖으로 표현되지도 않으며, 객체에 작용하지도 않는다. 이는 이들이 객체가 느끼는 감정들을 따라가지 않고 가라앉히거나 막거나, 또는 더 잘 표현하면 부정적 감정 판단으로 '냉각'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태도가 언제나 조용하고 조화롭게 공존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지만, 낯선 타인에 대해서는 다정하거나 따뜻하지 않고, 무심하고 냉정하고 거부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낯선 타인에 대해 차갑게 대한다는 점에서 폰 프란츠(M.-L. von Franz)는 "그들의 분화된 내향적 감정은 무엇이 내적으로 진실로 중요한 것인가를 볼 줄 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내향적 감정형은 어느 집단의 윤리적 지주가 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결코 설교하지도 않고 자기를 주장하지도 않지만, 내적인 기준에 의거하여 생활하기에 그것이 은연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흥미로운 사실은 그들은 결코 남에게 영향을 끼치려 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돋우어 주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특이하게 드러나는 것은 겉으로 조화된 쾌적한 안정감이기에 이들은 차갑지도 덥지도 않고 '서늘한 느낌'을 준다.

내향적 감정형은 분화된 감정은 안정감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반면에 이들은 밖에서 오는 영향이 그의 주체를 간섭하기 시작하면, 내향적 감정형의 태도는 다소 경화되어 마치 타인이나 객관 세계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냉담하며 배척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런 경우 그들의 감정은 객체를 떠나 자기 안으로 들어가 숨어버리기에 객체에 적합한 감정은 억제될 뿐 아니라, 객체에 대하여 부정적인 감정 판단을 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폭풍적인 열정을 갖는 사람들에 대하여는 늘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중립을 지키거나 약간의 우월감을 갖거나 때로는 그들의 약점을 찔러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그들에게서 언제나 객체와의 관계는 될 수 있는 대로 조용하고 확실한 감정상의 중간 위치를 취하여 어떤 열정도 거부하는 이유 때문이다. 내향적 감정형은 남성보다는 주로 여성들에게 많은 편이다. 그런 점에서 내향적인 감정의 여성은 외향적인 남성의 매혹의 대상이 된다. 내향적 감정은 외향형의 무의식에 보완적으로 작용하는 특성 때문이다.

2) 내적인 공감능력의 경향

내향적 감정형은 외부로 나타내는 냉담성과는 달리 자기 안에 깊은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런 공감능력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상대방이 잘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실제로 그들은 안으로는 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판단되면 은근히 잘 수용하는 측면이 있다. 그들의 공감은 그 특성상 폭이 넓지 않고 좁은 편이지만, 세계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깊은 공감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공감이 좀처럼 밖으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내적인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외향형의 눈으로는 언제나 '차가운 사람', '몰인정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희로애락이 곧바로 얼굴표정에 정확히 표현되고, 또한 그런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서양인이 말없고 표정이 없는 동양인의 내향형을 두고 감정이 없는 사람 같다든가, 무엇을 느끼는지 알 수 없는 신비적인 데가 있는 사람이라든가 하는 것은 모두 외향형이 내향형을 보는 당혹을 표시하는 말이다.

내향형 감정형의 공감능력은 자기의 경험적인 측면이 강하다. 겉으로는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그 말이나 사실의 근본을 따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순전히 자신의 경험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여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파악하려는데 익숙하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다 보면 자연히 자기의 감정이나 사정도 이해하게 된다는 원리에 기초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공감, 즉 과거의 자신에 대한 공감과 함께 자기 앞에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하게 되는 원리이다.

공감은 타인의 경험에 대한 관심이기에 타인의 말을 들어주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기에 자신의 내면이 그다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의 말을 판단하거나 변명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감정에 대해 거의 의식하지 못하여 자기중심주의에 빠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내향적 감정형의 감정의 대상은 객체가 아니고 마음 속에 숨어 있는 깊은 종교적 심성이거나 시적(詩的)인 형태로 표현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그들에게서 가끔 객체보다도 주체의 우월성을 나타내려는 숨은 명예욕을 볼 수도 있는데, 그런 성향을 가진 여성들이 자신의 명예욕을 자기의 자식을 통해서 실현하려고 하는 데서 알 수 있다.

3) 조용한 추친력의 경향

내향적 감정형은 자기의 품은 생각을 조용히 추진한다. 그 추진은 그들이 겉으로 요란하지 않으나 끈질긴 편이기 때문이다. 대개 말없이 은근히 행동하지만 무엇이든 마음을 먹는 일에는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는 애상(愛想)이 강하다는 사람 중에는 이런 유형이 많다. 그들은 인간관계에서는 타인의 생각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타인에게 은연중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다.

그들은 상대방이 자기의 생각에 인정이 될 때까지는 쉽게 자기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매우 여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로는 자기의 견해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그들은 경쟁에 있어서 지지 않으려 하고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밤잠을 자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유형의 사람은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이 일은 반드시 해내야 한다, 어떻게든 이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하는 식이다. 그 일의 성공을 위해서는 밤새도록 고민하고 기어코 해내고야 마는 특성을 가졌다. 이는 그들이 추진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에게 추진력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추진력(推進力)이란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많은 문제를 직면하게 되지만, 그 문제를 들여다보면 얼마나 해결 방법이 다양한지 놀라울 따름이다. 어느 땐 기다림(忍耐)이, 어느 땐 신속(迅速)함이, 어느 땐 냉정(冷情)함이, 어느 땐 유연(柔軟)함이 필요하지만 그 어떤 해결 방법도 진행하는 힘인 추진력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떤 것을 결정하면 시작해야 하고 시작하면 계속 나가야 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논란이 많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 진행하는 힘이 있으면 어떤 문제라도 그 힘에 흡수되어 하나하나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것은 추진력이 있으면 문제는 저절로 풀린다는 점에서다. 모든 문제에 정해진 해결법이 반드시 있다고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진행하는 힘이 필요할 뿐이다.

어쩌면 그것만 있으면 해결책은 저절로 알게 될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 내향적 감정형은 보기에는 조용하고 여성적이지만, 속으로는 매우 추진력이 강하고 성취력이 높은 사람이다. 이는 내향적 감정형이 부드러운 여성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남자 이상으로 용감하고 성취욕이 강한 이유이다.

3. 내향적 감정형의 부정적인 측면

내향적 감정형은 타인에게 강요하듯 드러나게 영향을 주려 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주변 사람들을 질식하게 할 만큼 사로잡는 때가 있다. 이런 것의 대표적인 것에는 그들의 지배욕을 들 수 있다. 이런 것은 드러나게 객체에 대해서 심각하게 시도하려 들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새어나와 객체에 미치는 영향이 되는 것이다. 이로써 그들은 어느 정도의 비밀스러운 힘을 얻으며, 그것은 특히 외향적인 남성을 매혹시킬 수 있다. 그들의 내향성이 외향적인 남성들의 무의식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내향적 사고형의 부정적인 측면은 객관성과 사고력의 결여와 관계된다. 감정형의 특징이 사고력에 문제를 보이기 때문인데, 이는 내향적이라는 주관성의 특징 때문에 역시 객관성이 문제가 된다. 내향적 감정형은 객관성보다는 주관적인 성향이 강하기에 자기의 느끼는 기분이나 감정이 행동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런 특성은 그대로 장점이지만 단점이 되는 경향이다. 그들의 이런 단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객관적인 특성에 소홀히 하는 경향

내향적 감정형이 객관적인 특성에 소홀하다는 것은 객관성에 대하여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객관성이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실이나 타당성이 있는 가치에 대한 것이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수용하는 이런 객관적인 특성을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된다. 물론 그들이 이런 것을 전혀 유념하지 않는다거나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객관성에 관한 것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귀를 기울여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철학에서 매우 주관적인 특성을 보이는 실존철학을 생각나게 만든다. 실존은 구체적이고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객관성이 아니고, 보편적인 개념이 아닌 것과도 같다. 이들이 이렇게 객관성에 소홀한 이유는 자신의 주관성이 중요하가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경향이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형 때문이다.

내향적 감정형의 주관성의 강조는 사고에서도 드러난다. 내향적 감정형에게는 자기중심적인 감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객관적 사고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마치 남이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든 간에 자신에게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에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내향적 감정형의 현상은 감정을 우선으로 하는 기능 때문에 억압된 사고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그들에게 객관적 사고의 소홀은 자아의 강화로 치닫기 쉽다. 이는 그들이 객체를 움직이고 영향을 주고자 하는 숨은 감정을 갖고 있고, 이를 자아와 관련지어서 '나의 것'처럼 혼동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주체와 '나'의 동일시가 일어나 전혀 다른 행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감정이 종교에서는 개인적인 횡포로 변하여 본래의 신비로운 깊은 종교적 감정은 사라지고 통속적인 사사로운 지배욕이 강요되는 상황과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내향형의 이런 특성이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이에 대하여 융은 "자아가 무의식적인 주체의 크기 안에서 느끼고 그 감정이 자아보다도 더 높고 강한 것을 드러내는 한에서는 이 유형은 정상이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2) 부정적 시각의 경향

내향적 감정형은 자기중심적인 경향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사람을 만나는 데서도 상대방의 장점보다도 단점을 먼저 보고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내향적 감정형의 가장 열등한 사고기능은 객관적 사고기능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기에 매사에 일처리를 자기중심적으로 한다.

이런 점에서 내향적 감정형은 외향적 감정형의 경우보다도 객관적인 사실에 관한 자료에 더욱 압도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눈에는 객관적 사실을 나타내는 자료도 많을 뿐더러 문헌도 너무나 많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너무 자세히 세밀하게 하려고 하므로 일을 효과적으로 끝내기가 어렵다. 몇 가지 안 되는 적은 관념으로 수없이 많은 자료 속을 달린다.

내향적 감정형의 부정적 시각과 관련하여 폰 프란츠는 인간으로서의 프로이트는 내향적 감정형이었으리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인간으로서의 프로이트는 가장 분화된 방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았고, 탁월한 분석가였고 그에게도 숨은 '신사도(紳士道)'같은 것이 있어, 그것이 그의 환자나 주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사람이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학설은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거나 그 논문들의 내용으로 보아서 열등한 외향적 사고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는 융도 같은 생각을 한다. "프로이트의 논문에 기본개념은 많지 않지만, 그는 이것을 가지고 수없이 많은 자료를 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전체 체계는 완전히 외적인 대상에 향하고 있다."  

3) 강박적인 특성의 경향

내향적 감정형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우선으로 하여 행동하기 때문에 외향성과는 대립되는 경향을 드러내기 쉽다.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중심으로 행동하여 어떤 경우에는 고집이 세거나 생각이 집요한 사람으로 보이는 경우이다. 내향성의 이런 특성은 무엇이든지 쉽게 넘기지 못하는 강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내향적 감정형은 외향성을 소홀히 하는 특성 때문에 무의식적으로는 외향적 사고에 열등한 측면을 경험하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전혀 의도하지 않은 무의식적인 과보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때 무의식의 열등한 외향적 사고의 과보상인 경우에는 필요 이상으로 타인을 자기의 방식으로 비난하기 쉽다. 이것이 정도를 넘으면 타인은 풍문에 사로잡히고 '위협적인 객체'를 이기기 위해 자신은 강박적인 노력을 하게 된다. 눈에 띄지 않는 인간관계에서의 냉전과 암투와 경쟁의식이 싹트고, 때로는 체면을 불고한 수법으로 서로 싸우기도 한다. 때로는 도덕심조차도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하는 행동을 감행하여 그 개체는 지치게 된다.

내향적 감정형이 강박적 특성을 드러내는 것은 감정에 치우친 결과이다. 감정은 대개 사고와 대립되는 특성을 갖는 측면이 있다. 그런 이유로 내향적 감정형에서는 그 반대로 사고의 기능이 유난히 열등적 기능으로 작용하기 쉽다. 그러나 내향적 감정형에게 외향적 사고기능은 미분화된 상태에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것은 다른 유형에서의 열등기능과 마찬가지로 분화시켜야 할 기능이다. 그것을 분화시켜 가는데 있어서는 결코 그 기능의 열등성이 밖에 보일까 봐 처음부터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을 받아들여서 발달시켜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내향적 감정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흔한 형태의 신경증은 신경쇠약성이다. 어떤 일을 두고 너무나 신경을 기울인 나머지 신경증을 경험하는 현상이다. 이런 경우의 신경증은 물론 히스테리라기보다는 신경쇠약성 신경증이거나 여성에게서는 특히 신체적인 변화, 즉 빈혈이라든가 이에 따르는 신체증상을 수반한다고 한다.  

4. 요약

지금까지 우리는 정신에서 감정의 구조와 기능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감정은 주로 기분이 유쾌한지 불쾌한지를 식별하거나 판단하는 기능이었다. 이처럼 감정이 판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융은 감정을 사고와 동일하게 판단하는 기능으로 구분하고 있다. 인간의 정신에서는 사고와 감정이 판단하는 기능을 가진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감정을 단순히 느끼는 기능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점 때문이다. 물론 그 판단의 기능은 사고가 사물이나 사실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능이라면 감정은 기분의 불쾌함과 유쾌함을 판단하는 기능이라는 점에서 그 차이를 보였다.

융은 정신의 기능에서 이런 감정의 기능에 주목하고 그것을 다시 생각하는 태도에 따라 외향적 감정형과 내향적 감정형으로 구분하였다. 외향적 감정형은 주변의 여건을 고려하여 느끼는 태도 때문에 객체적인 감정을, 내향적 감정형은 주변의 여건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느끼는 태도 때문에 주체성을 중요시했다. 그리고 외향적 감정형은 넓이를 추구하고, 내향적 감정형은 깊이를 추구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감정의 태도는 다시 각기 장점과 단점을 갖는 것으로 고찰하였다. 이런 것은 그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정신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