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고서치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지명자. ⓒ위키피디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법조문과 원칙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50) 콜로라도 주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했다.

고서치가 종신직인 대법관에 지명되면서 지난해 보수성향인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 사망 이후 4:4로 좌우균형을 유지해 온 연방대법원이 보수성을 띄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미 전역에 TV로 생중계된 발표를 통해 “뛰어난 법 능력과 정신, 대단한 충성심을 갖춘 고서치 판사를 연방대법관에 지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서치는 우리가 추구하는 대법관의 모습과 흡사해 초당적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그의 결정이 수백년, 혹은 영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고서치 지명자는 컬럼비아대학교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허바드 로스쿨 시절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공부하기도 했다.

1993년 바이런 화이트 전 대법관과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의 서기로 법조계에 입문한 그는 로펌과 법무부를 거쳐 2006년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콜로라도주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됐다.

고서치 지명자는 1991년 클래랜스 토머스 대법관(43)이래 최연소 대법관 지명자이기도 하다.

대법관 9명으로 구성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2월 ‘보수의 대변자’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1년 가까이 진보 4명(스티븐 브레이어, 엘레나 케이건, 소니아 소토마요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보수 4명(존 로버츠 대법원장,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알리토, 앤서니 케네디)의 팽팽한 이념 지형을 유지해왔다.

고서치는 연방정부의 권력보다 주정부의 권리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정통 보수주의자다. 사안별로 낙태, 조력자살, 안락사 등에 반대하는 등 보수의 가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고서치는 2006년 출간한 저서 ‘조력자살과 안락사의 미래’에서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가치를 지니며 타인이 인위적으로 인간의 존엄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안락사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13년에는 기독교 업체 하비로비 등이 직원들에게 피임 비용을 지원하는 건강보험을 제공할 수 없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사측 손을 들어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또 만약 그가 연방대법관이 될 경우, 지난 2015년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 등 미국의 친(親) 동성애 흐름에 어떤 변화를 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법관 인준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고서치 지명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노동자보다 기업을 옹호하는 고서치에 심각한 의구심이 든다. 그가 대법관으로서 적합한지 광범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