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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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실세였던 사람이 국회 청문회 증인석에 불려나가 초췌한 모습으로 심문 받는 모습은 새옹지마를 연상케 한다. 조만간 특검에 불려나가 심문을 받을 처지인 당사자이지만, 한때 전직 대통령을 마주보며 근엄하게 심문했던 장본인이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새옹지마를 중국에서는 변두리 사는 노인이 말을 잃었다는 의미인 새옹실마(塞翁失馬)라고도 한다. 우리는 새옹지마와 관련된 노인의 지혜로운 처세술을 통해 인생을 잘 살아가는 중용의 정신을 배우게 된다.
중국의 북쪽 변방에 말 한 마리를 키우며 살아가던 가난한 촌로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말이 도망을 가 버렸다. 동네 사람들이 위로하려고 모였을 때, 촌로는 낙심하지 않고 이 일이 자신에게 복이 될 수도 있다며 도리어 이웃을 위로했다.
촌로의 넉넉한 마음이 그 말에게도 텔레파시로 전달된 까닭일까? 집을 나갔던 말이 들판에 돌아다니던 야생마들을 잔뜩 이끌고 집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이 놀라운 일을 목격한 동네 사람들이 축하하러 몰려들었다. 그러자 촌로는 도리어 이 일이 자신에게 화가 될 수도 있다며 감정을 자제하면서 말했다. 우리 같으면 잔치를 벌이고 요란법석을 떨었을테인데 말이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소인배들이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어느 날 촌로의 아들이 그 말들을 타고 놀다 그만 실수로 말 위에서 추락해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이때 촌로는 아들의 부상을 슬퍼하지 않고 이 일이 도리어 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촌노의 말처럼 갑작스럽게 오랑캐가 침공했다. 건강한 장정들은 갑자기 군사로 징집돼 전쟁터에 나가 전사하고 말았다. 그러나 촌로의 아들은 부상으로 출정하지 못했고,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어쩌면 새옹지마인 경우가 많다. 어제까지 성공했던 사람이 오늘 부도가 나기도 한다. 오늘 부도난 사람이 내일 재기에 성공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중용의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제어해야 할 것이다.
자신을 제어하지 못한 까닭에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되는 망신을 당하고 있음을 보면서, 2016년을 되돌아본다. 새해부터는 내 입에 재갈을 물리고 말과 행동에 더 신중을 기하도록 해야 하겠다.
/김용진 교수(행복인문학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