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린
▲배우 이아린.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아.린…. 배우인 그녀의 이름은 아직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다. 하지만 그녀를 기억하는 이라면, 언제나 환한 미소의 얼굴을 제일 먼저 떠올릴지 모른다. 드라마 <굿 닥터>와 <고교처세왕>, <너를 사랑한 시간> 등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조금씩 얼굴을 알린 이아린. 내년 tvN에서 방송될 <내일 그대와>에서도 활약할 예정이다.

‘긍정 에너지’를 한 아름 안고 차근차근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그녀를 얼마 전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대중 연예인의 신앙을 인터뷰하는 건, 언제나 조심스럽다. 그런데 그런 부담과 긴장을 그녀가 먼저 풀어준다. 기분 좋은 미소와 담담한 기도로. 그렇게 시작된 유쾌했던 인터뷰. 이제 그녀의 결혼과 연기, 그리고 그 안에 녹아든 신앙을 만날 시간이다.

-신앙을 깊이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렸을 때 집이 무척 어려웠어요. 어머니께서도 IMF를 겪으며 처음 교회를 다니셨죠. 당시 저는 중학생이었는데 그때 간절히 만났다가 또 제 스스로 멀어졌어요. 그러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는데, 마치 우상처럼 연기에만 몰두해 있었어요. 그 땐 하나님조차 연기를 위해 필요한 도구쯤으로 여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만큼 일이 잘 안 풀리면 쉽게 하나님을 원망했고, 그 때문에 불행했죠.

굉장히 교만했던 때도 있었어요. 영화 <댄싱퀸>에 출연해 인기를 얻고, 광고도 여러 편 찍고 나니 마치 제가 대단한 사람이 된 줄 착각했던 거예요. 성에 차지 않는 작품들은 죄다 거절했어요. 그런데 그 뒤로 이상하게 일들이 자꾸만 꼬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죠. 그러면서 교회도 다니지 않았어요. 하나님께서 내 일을 다 꼬아놓으셨다고 오해했거든요. 그때 어머니께서 “하나님 곁을 떠나면 안 된다”고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끝내 내 힘으로는 할 수 없다는 걸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면서 하나님께 매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성경의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태복음 6:33) 그 순간, 와르르 무너졌어요. 결국 하나님은 저로 하여금 돈과 명예, 성공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들인지 깨닫게 하셨죠. 그 때부터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그야말로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으니까요. 집까지 교회 근처로 이사했으니 말 다 한 거죠. 하하.”

-집이 어려웠다고 했는데, 아린 씨에게 가난은 어떤 의미인가요?

“주변에서 ‘가난하다는 얘기 좀 그만하라’고 하세요. 배우니까, 그런 과거는 꺼내지 말라고. 하지만 전 가난했다는 얘기, 더 많이 하고 다녔어요(웃음). 하나님께서는 가난을 통해 저를 성장시키셨고, 무엇보다 가난한 자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공감하게 하셨으니까요. 이기적이었던 제가 다른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다니, 저를 그렇게 변화시켜주신 하나님! 저는 그걸 자랑하고 싶었거든요. 한 번은 어떤 방송에서 그런 말을 했더니, 건물을 몇 채나 가지신 분께서 저 같은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한다며, 집 걱정은 하지 말라고 정말 큰 집을 내어주셨어요. 이러한 기적을 체험하고 나니, 기도도 하지 않고, 그저 물질만 걱정하며 살았던 시간들이 부끄러웠죠. 정말 하나님은 신실하시고 그 분의 역사는 제한이 없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이아린
▲배우 이아린.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결혼하셨죠? 남편이 목사라고 들었는데, 결혼생활은 어떠세요?

“결혼 전엔 좋은 배우자를 기대하면서 많이 기도했어요.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나니 ‘내가 먼저 준비돼야 한다’는 걸 깊이 느끼고 있어요. 결혼 초에는 제 부족함으로 남편을 많이 괴롭히기도 했었죠. 하지만 저와 맞서지 않고 기도하는 남편을 보면서 많은 도전을 받았어요. ‘네 탓’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탓’이 더라고요. 그러면서 좋은 배우자를 욕심내기보다 내가 먼저 그에게 좋은 배우자가 되어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결혼 후 남편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많이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돌아보면 제게도 바리새인 같은 모습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남편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복이란 것이 꼭 번영이나 성공만은 아니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팔복’에 대해서도 요즘 묵상하고 있죠. 남편이 하나님 말씀에 엄청난 열정이 있어요. 반대로 전 말씀 공부보다 기도하는 편에 더 가까웠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살아가고 있답니다(웃음).”

-좋은 배우자를 기대하며 기도도 많이 하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기도를 하셨나요?

“다섯 가지였는데, 첫째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둘째는 하나님께 사랑을 받는 자, 셋째는 부모님을 목숨과 같이 사랑하고 나를 여왕같이 아껴주는 자, 넷째는 하나님에게서 멀어졌다고 느낄 때 다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자, 마지막으로 부정적이지 않은 자였죠. 솔직히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것도 있었어요. 하하.

사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에는 외모를 많이 봤었어요. 아무래도 배우 생활을 하다 보면 주변에 키도 크고 잘생긴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눈만 높아졌던 거죠. 하나님께서 그 안에 넣어 주신 진짜 귀한 것을 보지 못하고 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믿음의 가정을 꾸릴 크리스천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 ‘하나님을 함께 찬양할 수 있는 기쁨을 놓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상대가 가진 외적인 것들, 가령 직장이나 외모 같은 것들은 영원한 것이 아니잖아요. 감정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좋은 감정도 어느 샌가 사라질 수 있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자는,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함께 이뤄가는 동역자예요. 때론 전우와도 같은 사이죠. 세상에서 싸우다 지쳐 집으로 돌아왔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그래서 함께 하나님을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가는 그런 아름다운 사이가 바로 부부 아닐까요.”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해요.

“저희는 밤마다 자기 전에 구원의 기쁨에 대해 나눠요. 그러면서 혹시 신앙이 식지는 않았는지 서로 체크해주는 거죠. 그렇게 부부가 같이 하나님을 찬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편이랑 자주 다툴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묵상했던 말씀이 ‘주께 하듯 하라’는 거였어요. 한 번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정말 사랑하는 예수님이 오신다면 어떻게 할까?’ 그랬더니 남편의 퇴근이 너무 기다려지는 거예요. 최선을 다해서 전부 다 해드리고 싶어서요. 요리를 하면서도 눈물이 나고. ‘내가 실제로 예수님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드릴 날이 오겠지?’ 이런 생각도 하면서… 그렇게 남편을 기다린 거죠. 어쩌면 결혼은 예수님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통로인지도 몰라요.”

이아린
▲배우 이아린.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를 하면서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아요.

“왜 없겠어요. 제 신앙에 비춰 옳지 않다고 생각한 것을 연기해야 할 때가 특히 그랬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술을 마신다거나 우상을 섬기는 연기 같은… 그럴 때면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혼란스럽기도 하고 때론 타협의 유혹을 느낄 때도 있죠. 눈 한 번 딱 감고 그런 연기 해버리면 당장은 인기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럴 때 늘 기도해요. 그런 타협이 결국에는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라, 하나님보다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될 것 같아요.

“결혼하고 남편과 가장 많이 나눈 것이 ‘사람에게 칭찬받기 위해 외식하지 말자’였어요. 말없이 듣고 계시는 하나님이 있다는 걸 꼭 기억하자고 다짐하죠. 그런데 사람이 기준이 되면 예수님보다 다른 것들이 더 커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언제나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고, 문제보다 크신 하나님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해요.”

-배우가 보기만큼 화려한 직업은 아니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해요. 우울증도 많이들 겪는다고.

“배우는 오디션을 통해 선택을 받잖아요, 한 마디로 ‘나’라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직업이죠. 배우들이 우울증에 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건, 이처럼 시선을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도 오디션에서 안 좋은 얘기를 들으면 한 동안 우울한 감정에 빠져 있곤 했어요. 그런데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되면서 그런 것들이 많이 없어졌어요. 하나님은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사랑하시니까요.”

-혹시 동료 배우들과도 신앙적인 교제를 하시나요?

“예전에는 부끄럽지만 성공하기 위해 하나님을 이용했는데, 이제는 하나님 자체가 너무 좋아서 동료 연예인들과도 신앙적인 대화를 많이 나눠요. 제가 전도한 동료 여배우가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드라마 촬영 때문에 3개월 간 함께 붙어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어느 날 그 친구가 ‘언니는 어떻게 그렇게 매일 기뻐 보여요’라고 묻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한 가지 깨달았죠. ‘구원받은 자의 기쁨을 삶으로 나타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도구나’라고. 그 친구가 이번에 영화 주인공을 맡게 됐는데, 전화로 제게 이러는 거예요.

‘언니가 촬영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저도 하나님을 전하고 싶어요. 언니를 통해서 하나님을 만나고 제 인생이 행복해졌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보람을 느꼈어요. 사실 연예계에 많은 크리스천들이 있지만 하나님을 얘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오히려 ‘너만 교회 다니냐’며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요즘 신앙이 좋은 동료 연예인들과 전도팀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사람들에게 다가가 ‘예수님이 사랑하신데요’라고 하면 보통 ‘네?’ 하고 되물으며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럼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해요. 귓가에 그 말이 맴돌게 해 달라고.”

-전도도 하신다니 도전이 되네요.

“가끔 광화문이나 대학교 앞에서 전도를 하다보면 절 알아보는 분이 계세요. ‘왜 이런 걸 하고 있느냐’고 묻기도 하죠. 나눠드린 전도지를 버리려다가 절 알아보시곤 다시 보는 분도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깨닫게 됐어요. ‘아, 이래서 연예인이 되게 하셨구나.’ 이렇게 전도한 지는 2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이아린방
▲배우 이아린의 방. ⓒ이아린 제공
이아린
▲“사람의 위로와 방법은 한계도 있고, 위험하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방법은 너무나도 안전하다”는 배우 이아린, 그녀의 방 곳곳에 말씀과 묵상이 가득하다. ⓒ이아린 제공
-좋아하시는 성경구절은 어떤 건가요?

“요한복음 16장 33절 ‘이것을 너희에게 이름은 너희로 내 안에서 평안을 누리게 하려함이라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이 말씀을 가장 좋아해요. 요즘 청년들이 많이 힘들다고 하잖아요. 저도 그 심정 이해해요.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가 담대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세상을 다 이기셨기 때문이죠. 이것이 제게 너무나 큰 힘이 돼요.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이 말씀을 본 그때부터 눈물이 나는 거예요. 내 눈에 보이는 것으로 모든 걸 판단하고 복닥거리며 살았구나… ‘세상을 이기었노라’ 과거형이잖아요. ‘이길 거야’라는 미래형이 아니에요. 이게 너무 감사했어요.

또 하나 좋아하는 구절은 요한복음 11장 35절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라는 말씀이에요. 하나님은 우리가 힘들고 슬플 때 옆에서 같이 울어주시는 분이라는 걸 느꼈죠. 그런 그 분의 성품이 저는 너무 좋아요.

마지막으로 민수기 14장 28절 ‘그들에게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나의 삶을 가리켜 맹세하노라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니’에요. 우리가 무심코 뱉지만, 말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이 말씀을 통해 깨닫게 돼요. 저도 예전에는 욕이나 은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썼는데 하나님 만난 뒤로는 말이 많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아, 망했어’ 이런 말만 들어도 흠칫 놀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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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아린.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질문을 해도 될까, 고민이 되는데… 정말 행복하세요?

“요새는 힘들어서 운 적이 없어요. 오히려 하나님이 멋있어서 울죠(웃음). 너무 기쁘면 울게 되듯이. 하나님이 너무 좋고 그런 내 삶이 너무 감사하고 기뻐서 펑펑 울어요. 물론 힘든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수님이 함께하시니까 그게 너무 기쁘고 감사해서 울어요. 진짜 너무 행복해요. 사람이 줄 수 없는 행복이라는 게 있어요. 사람에게서 얻은 기쁨은 순간이지만, 하나님과 함께하는 기쁨은 영원하거든요.”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변화되어가고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말 죄인 중에 괴수였던 절 변화시키신 하나님을 더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힘들고 유혹이 많은 이 세상에서 예수님과 동행하며 다 같이 승리하고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