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식 목사
▲손인식 목사. 그는 “개스가 부족해 엔진이 멈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우리는 하나님의 일꾼들로서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공급해 주신다고 믿는다”고 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3년 전 은퇴한 후, 북한을 위한 기도 운동과 탈북자 구출 및 돌봄 사역에 올인해 온 손인식 목사를 만났다. 베델한인교회 담임목사 사역을 전반전이라 불렀다면, 그날까지선교연합(UTD-KCC) 대표 사역은 후반전이라 불러도 될 만큼 미국, 한국, 유럽을 오가며 바삐 일하고 있다.

그가 최근 베델한인교회 설립 40주년을 맞아 주일예배에서 설교를 전했다. 지난 송구영신예배 때 잠깐 들른 것까지 포함하면 은퇴 후 두 번째로 교회를 방문한 것이고 설교를 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어떤 경우는 은퇴한 목사가 후임자나 교회 일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해서 힘들다고 하고 어떤 경우는 은퇴 목사가 후임자를 배려해 아예 교회로부터 멀리 떠나버려서 성도들이 섭섭해하기도 한다는데 손 목사는 북한 사역을 하느라 바빠서 베델한인교회와 자연스럽게 이별을 한 셈이었다.

손 목사는 "달리기를 할 때 배턴(baton) 체인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선발주자가 못한 것을 후발주자가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델한인교회가 지난 3년 동안 많이 발전했음을 봤고 매우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가 말한 발전 중 가장 큰 변화는 목회 아이디어다.

"사람도 바뀌고 세대도 바뀌는데 목회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되죠. 현대 목회는 아이디어 싸움입니다. 그런데 후임자인 김한요 목사가 사용하는 목회의 언어와 아이디어를 보니 이제 60대 후반인 나로부터는 결코 나올 수 없는 것들입니다. 목회 아이디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복음을 변화하는 사람들이 삶에서 접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요소입니다."

목회의 세대교체는 베델한인교회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많은 한국교회, 미주 한인교회가 세대교체를 겪으며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근간에 일어난 여러 문제를 보면 전임자들의 실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자기가 담임인 줄 착각하거나 교회 성장에 자기 공로를 앞세우기도 하고 또 교회를 떠나면 자신의 존재가치가 사라진다는 불안감에 집착하기도 합니다. 저도 힘들었죠. 자기를 부인한다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힘든 일입니다. 사람은 먼저 '자기'가 있어야 기쁘고 만족하잖아요. 그러나 그런 것들을 다 자기 십자가로 알고 다루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방법은 간단하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무대를 주시며 나를 사용하셨고 기한이 차면 내려오게 하신다는 것을 알면 된다. 내가 무대에서 내려온 후에도 하나님 나라의 일들은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후임자를 존중해야 한다. 후임자도 전임자가 쓰임 받던 무대의 연장 선상에서 자신이 쓰임 받는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내가 떠난 후에 더 잘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요. 세례 요한도 예수님은 흥하고 자신은 쇠하여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전임자 후임자 간에 상호 이해도 강조했다.

"서로 덕을 베풀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볼 수 있고 그 입장을 살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손 목사는 자신의 은퇴 비법을 소개했다.

"일단 저는 은퇴를 일찍 계획했습니다. 은퇴 후에 무슨 일을 하나님께서 나에게 맡기실지 고민했고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살지 계획했습니다. 풀타임 목회 후에 또 뭔가 하나님의 계획이 있을 것 같았죠. 아내와 산책하는 시간을 자주 보내면서 교회를 사유화하거나 공로심에 사로잡히거나 집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대화했습니다. 혹시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꼭 아내와 함께 이런 문제를 미리 나누면서 서로 도와주고 견제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그는 "은퇴 후에는 한 나라와 민족을 선교하는 것도 좋고 커뮤니티를 상대로 봉사 사역을 하는 것도 좋다"면서 "목회와 인생 경험, 남아있는 건강을 잘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목사는 일찍 은퇴를 준비한 덕에 북한 선교로 제2의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손 목사도 자신이 은퇴하면 북한 사역을 할 줄 처음부터 알고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하나님께서 이 방면으로 길을 열어 주셨다. 지난 3년간 그는 3,500명의 통일 선교사를 동료로 얻었다. 한 주에 한 번, 한 달에 4끼를 금식하며 1만 원을 모아 북한 사역에 헌금하는 이들이다. 비정기적으로 북한 사역을 위해 큰 액수의 헌금하는 이들도 간혹 있다. 미국과 한국의 여러 교회도 그날까지선교연합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

손 목사는 "개스가 부족해 엔진이 멈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미국 북한인권법 통과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프리덤 하우스로부터 70만 달러(약 8억)의 기금을 제의 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돈 만큼은 거절했다. "감사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일꾼들로서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공급해 주신다고 믿는다. 정부의 기금을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손 목사는 "70만 달러는 안 받았지만, 돈으로 환산 못 할 7억 달러어치의 존경과 신뢰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북한 구원을 위한 기도운동만 하다가 점차 탈북자 구출 사역으로 확장이 됐고 현재는 통일을 대비해 북한 사역의 일꾼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다. 탈북 여성들의 상처와 아픔을 싸매고 회복시켜 건강한 어머니로 세우는 일, 탈북자 출신 목회자와 리더를 세워 향후 북한을 복음화 하는 일 등이다.

이렇게 점점 늘어나는 사역의 분량이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겠지만 베델한인교회 시절에도 그저 하나님의 무대에 올랐던 배우였을 뿐이고 오늘은 무대만 옮겨 또 다른 무대에서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그에게 은퇴란 배턴 체인지, 무대 체인지 외엔 적당한 표현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