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김용진 교수.
요즘 세상살이가 참 버거워진다. 앞으로 세계 정세는 혹독하리만치 '시계 제로' 상태에 진입할 것 같다. 어쩌면 3차 세계대전의 단추가 눌러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가 대통령이 되어 공포정치를 진행 중이고, 미국에서는 막말의 고집쟁이 트럼프가 미국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차기 대통령에 당당히 당선됐다.

두테르테와 트럼프! 이 둘은 소통보다는 막말을 퍼부으며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고 내뱉고 처신하는 고집불통의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언론을 통해 이들의 성격이 공개되었음에도, 그 나라 국민들은 막가파식 철권통치를 예견할 수 있는 이들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실제로 두테르테는 마약과 관계된 사람은 재판 과정 없이 '즉결 총살'을 집행하고 있다. 또 그 동안 혈맹관계였던 미국 대통령에게 욕을 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을 벌이는 두테르테처럼, 이제는 미국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세계 곳곳마다 분쟁을 일으키지 않을까 심히 우려가 된다.

우리가 이러한 통치자들을 언급하는 이유는 행복한 세상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대부분의 통치자들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취임하지만, 퇴임식까지 그 인기를 누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지지도가 5%대로 급격히 실추되었다. 이쯤에서 우리가 본보기로 삼아야 할 지도자는 없을까?

브라질 대통령을 퇴임한 룰라는 어떨까? 룰라는 초등학교 4학년 중퇴자였고 좌파 노동자 출신이었다. 그는 행복한 브라질을 건국하겠다는 비전으로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으나, 3번이나 낙선했다. 드디어 2002년 61%의 압도적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8년 만에 IMF 대출기금을 모두 갚았다. 룰라가 대통령을 연임하고 퇴임할 때는 여야를 초월하여 83%의 국민이 그를 지지했다. 취임 때보다 퇴임 때 더 높은 인기를 받은 것이다.

어떻게 룰라는 이렇게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영예로운 퇴임을 할 수 있었을까? 룰라는 '소통'을 무기로 삼았기 때문이다. 브라질 국민 다수가 원하는 급진적 개혁이 아니라, 오로지 소통과 타협과 설득을 통치의 근본 기술로 삼았다. 그의 귀는 항상 열려 있었고, 그의 가슴은 비난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따스하고 넓었다. 그러한 자세가 국민화합과 더불어 국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통치자와 백성들과의 소통을 위해 제시한 <목민심서>의 정신을 되살려 볼 필요가 있다. 다산은 22세였던 1783년 과거에 합격했다. 이후 33세에 경기도의 탐관오리들을 색출하기 위해 왕의 명령을 받아 암행어사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공직에 나선지 18년 만에 높은 벼슬을 얻었다. 다산은 오로지 백성과의 소통을 생각했고, 임금에게도 진언을 올려 국정을 농락당하지 않도록 신하로서의 도리를 다하였다.

그러나 정조대왕이 승하함으로서 정적들에 의해 탄핵을 당하고 멸문지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 둘째 형 정약전은 유배를 당하고 셋째 형 정약종은 사형을 당한다. 바로 이 시기 다산은 유배지에서 울분을 삼키며 백성을 사랑해야 하는 공직자의 바른 자세와 통치기술에 대해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의 작품을 남겼다. 이제 우리는 다산의 '경천애인 사상'을 이 책들을 통해 배우고 있다.

만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 그리고 그와 관계된 공직자들이 다산의 정신으로 국민과 소통하려 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백척간두의 난세가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국가로 껑충 뛰어 올랐을텐데....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김용진 교수(국제웰빙전문가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