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홍 장신대 시국
▲해당 게시물. ⓒ장신대 홈페이지 캡처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임성빈 박사) 김철홍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이 악한 영에 사로잡혀 있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이라는 글을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김 교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거셌던 지난해 10월과 11월 학교 홈페이지에 국정화에 반대한 역사신학 교수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찬반 양측이 격렬한 논쟁을 벌인 바 있다.

김철홍 교수는 지난 3일 장신대에서 열린 '시국에 대한 교수 간담회' 도중 강의한 전모 교수(연세대 의대)의 강연을 문제삼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에 따르면 전모 교수는 서두에 "(자신이 오늘 하는 말은) 주관적 추측(에 근거한 것)이며 얼마든지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했다"며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악한 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인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전 교수는 박 대통령에 대해 '사교집단에 가입했다',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다', '만약 북한이 쳐들어오면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않은 대통령이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의 외치를 맡고 책임총리가 내치를 맡는 여당의 개혁안이 오히려 위험하다', '차라리 대통령이 내치를 맡고 총리가 외치를 맡는 것이 더 안전하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첫 번째 문제는 전 교수가 자신이 그런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귀신들림과 같은 영적 현상은 사실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나는 교회에서 목회자가 귀신들린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신학생들에게 누가 귀신들린 사람을 데려오더라도 귀신을 쫓아내는 축귀(逐鬼·exorcism)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문제가 정신적 질병 때문인지 아니면 귀신의 빙의(憑依) 때문인지 목회자가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만약 정신적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 '당신에게서 귀신을 쫓아주겠다'면서 축귀를 하면 그 사람의 정신적 질병이 오히려 더 악화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일단 그 사람을 귀신들림의 현상에 대해 이해를 갖고 있으며 신앙을 갖고 있는 정신과 의사에게 보내야 하고, 정신과 의사는 각종 심리 테스트를 한 뒤 그의 심리상태가 도저히 심리학·정신분석학 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경우 비로소 귀신들림의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내리게 된다"며 "그러나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의 정신과 주치의도 아니고, 대통령에게 테스트를 한 바도 없는데 어떻게 그런 결론에 쉽게 도달하게 되었는지 놀랍다"고 했다.

두 번째 문제는 테스트를 한 뒤 설사 그런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심리치료사(psychiatrist)에게는 지켜야 할 의학적 직업윤리(professional medical ethics)라는 것이 있는데, 환자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 그 환자의 상태를 함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김 교수는 "나는 전 교수가 대통령에 대한 신성모독죄를 지었다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한 개인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전문의학적 폭력(professional medical violence)을 저질렀기 때문에 비판한다"며 "'A가 귀신에 들렸다'는 말은 영적 전쟁의 언어들을 동원해 사람에게 '꼬리표를 다는 행동(spiritual labeling)'이고, 이것은 일반 교회에서도 하지 않아야 할 일인데, 왜 장신대 교직원들이 중세시대 마녀 사냥에서나 들을 수 있는 괴담수준의 픽션(fiction)을 들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근혜 김장환 김삼환
▲박근혜 대통령(왼쪽)이 7일 김장환(오른쪽 아래)·김삼환 목사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이후에는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시국 관련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는 역사신학 교수들이 타깃이었다. 김철홍 교수는 "이미 두 차례의 간담회에서 장신대 교수들이 성명서를 발표해야 한다는 발언이 역사신학 교수들 입에서 나왔다"며 "성명서를 향한 그들의 끝없는 갈증과 허기가 과연 이번 한 번의 성명서로 채워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나는 그들이 개인 이름으로 성명서를 내는 것에 반대하지 않으나, 이번에도 '장신대 교수 일동'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내려 한다면 분명히 말한다. 나는 반대다. 메일로 성명서 초안을 보내고 찬성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받아서 원하는 사람은 자신의 실명으로 성명서를 내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부모를 잃고 방황하던 1980년 장신대로 공부하러 찾아왔던 일화를 언급하면서 "당시 27세 나이의 박근혜 양은 장신대 기독교교육대학원에 입학했으나, 등교할 때마다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소동을 일으켜 얼마 후 학교를 그만 두었다"며 "내가 위의 내용을 2차 간담회에서 언급하자 한 교수는 '장신대의 부끄러운 역사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질까 걱정된다'는 말을 했는데, 나 역시 역사를 미화하는 데는 반대하나 부끄러운 역사도 역사이고 부끄러운 역사는 그 부끄러운 채로 우리에게 그대로 알려져야 한다. 거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는 각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것으로, 그 개인이 독재자의 딸이건 아니면 나와 정치적 견해를 달리 하는 사람이건 관계없이 우리는 모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원한다"며 "민주화 세력은 지금까지 그것을 위해 싸워왔고, 박근혜 양이 학생으로서 갖고 있는 수업권(受業權)도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그녀의 권리였다. 자유민주주의는 나의 적이라도 그 사람이 가진 자유로운 선택과 법적 권리를 내가 인정할 때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집단이 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위협을 가하고 그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 갖는 태도가 아니"라며 "그것은 인민민주주의라는 집단주의 이념이 가르치는 태도이자 '인민재판'의 멘탈리티"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 역시 당시 장신대 교정에 있었다면 박근혜 양을 비난하는 데 앞장섰겠으나, 3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당시 내 생각은 천박하기(vulgar) 짝이 없었다"며 "당시 내가 추구한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었고, 집단주의의 광기(狂氣)에 나 자신을 팔아넘겼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왜 역사신학 교수들은 1980년에 그들이 가졌던 생각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을까"라며 "나는 그들이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말로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지만, 그들이 꿈꾸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자신들(집단)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보는 집단주의 지배체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김 교수는 "박근혜 양은 당시 믿음 있는 신앙인으로서 학교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아마 인생에 발생한 불행한 일들에 대한 종교적 해답을 찾아 구도자(求道者, seeker)로 찾아온 것 같다. 그러나 진리를 찾으려는 그녀의 영적 순례는 중단됐고, 이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그 때 만약 그녀가 진리를 향한 순례를 하도록 도와주지는 않더라도 그냥 내버려 두었더라면, 최태민·최순실 같은 사람과 엮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일"이라고 적었다.

그는 "대체 언제까지 신학교에서 '성명서 내자'는 교수들의 선동을 들으면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며 "우리가 아무리 구도자 예배(seeker's service)를 드린다 해도, 그 한 영혼을 받아들일 마음의 자리가 없다면 우리의 구도자 예배는 위선"이라고도 했다.

장신대 국정화
▲‘국정화 논란’ 당시 장신대 앞에 내걸렸던 현수막. ‘복음서도 네 개나 있는데…’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김철홍 교수는 "복음은 비록 영적인 장신대 교수들이 거국 내각이 아니라, 거룩(?) 내각을 구성한다 해도 결코 우리가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고 확신하는 것인데, 하물며 한 장의 성명서가 우리의 영혼을 구원할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그러므로 기독교인은 현실 정치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정치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가 좌와 우로 나누어져서 싸운다면 종교의 사회통합 기능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나는 의인이고 너는 죄인'이라는 식의 관점을 우리가 먼저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기독교가 사회통합의 역할을 하려면 항상 좌파건 우파건 우리 모두가 불완전하며,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며 "사회가 둘로 나누어져서 서로 해법이 없는 대결로 나아갈 때, 기독교는 좌와 우를 넘어서서 전체 공동체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가치에 대해 말함으로 사회가 다시 대화와 통합의 길로 가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것은 복음 안에서 좌우 정치 이념 논쟁을 우리 스스로가 넘어설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신앙공동체가 '그 어떤 정치적 위기보다도 심각한 영적 위기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교수간담회 초청장의 문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영적 위기는 박 대통령 때문에 생긴 위기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아마추어 신학자"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의 영적인 위기는 장신대 교수들, 학생들, 우리 스스로가 오래 전에 만들었고, 지금까지 우리가 스스로 빠져있는 덫이다. 영적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영적 위기의 본질"이라며 "나는 우리가 안고 있는 이 신학적이고 영적인 위기가 그 어떤 정치적 위기보다 우리에게 파괴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는다. 신학교는 이미 세속 정치판처럼 되어가고, 목회자 후보생인 신학생들은 거리의 투사들이 되어가며, 교수들은 정치 선동가들이 되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철홍 교수는 "나는 예언자가 아니라 평범한 성경신학자에 불과하고, 내가 모든 일에 옳다고 스스로 확신하지 않는다. 나도 죄인이고, 나도 틀릴 수 있다"며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장신 공동체의 학생들, 교수들, 교직원들 모두 우리가 왜 이 학교에 모여 있는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글을 맺었다.

해당 글은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대부분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댓글과 질문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