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의 비유’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탕부 하나님’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팀 켈러 “하나님의 무모한 은혜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소망”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

팀 켈러 | 두란노 | 192쪽 | 10,000원

뛰어난 작가인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는 최근 출간된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 머리말에서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성경) 이야기로 '탕자(蕩子)의 비유'를 꼽는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하나님에게서 얼마나 멀어졌든, 무슨 일을 했든, 그 분께서 언제나 우리를 환대해 주심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탕자의 비유'는, 그만큼 우리에게 '너무 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교회를 오래 다닌 이들에게, 이 이야기는 주목도가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도시의 목회자' 팀 켈러(Timothy Keller)가 쓴 '탕부 하나님(The Prodigal God)'은 그 용어부터 시선을 확 잡아끈다.

길지 않은 책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은 이 핵심 단어의 의미부터 설명해 주는데, 생소한 영단어 'prodigal(프러디걸)'은 '무모할 정도로 헤프게 베푸는, 남김 없이 다 써 버리는'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그 뜻을 소개하면서 "이 단어는 비유 속 둘째 아들만이 아니라 아버지를 수식하는 말로도 어울리는데, 아버지가 아들의 죄를 따지거나 그에게 죄의 책임을 '돌리거나' 응보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 주는 하나님은 앞뒤 재지 않고 아낌 없이 다 내주시는 분이고, 그런 의미에서 그 분은 자녀인 우리에게 그야말로 '탕부(蕩父)'"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에서 '탕자의 비유'를 조명하고 있다. 읽다 보면 '진정한 탕자'는 둘째 아들이 아닌 첫째 아들이고, 그 첫째 아들은 바로 '종교가 되어버린 교회'에서 두려움과 이기심으로 율법에 순종하며 '자기 의'를 자랑함으로써 '스스로 하나님 노릇' 하려는 바리새인, 즉 나 자신임을 깨닫게 된다.

첫째 아들이 원한 것도 동생, 즉 '탕자'로 불리는 그와 다를 것 없이 결국 아버지 자체가 아닌 '아버지의 재물'이었기 때문이다. 동생 못지 않게 반감을 품은 것도, 아버지의 권위를 못마땅해하며 거기서 벗어나려 한 것도 같았고, 아버지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서고자 했던 것도 다르지 않았다. 하나는 아주 못되게 굴었고 다른 하나는 지극히 착하게 굴었을 뿐, 둘 다 아버지의 마음을 멀리 떠난 잃어버린 아들이었다.

그러한 나와 우리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품어 주시기에, 하나님은 진정 '탕부'이신 것이다. 저자는 이 '잃어버린 두 아들의 비유'에 담긴 '급진적이고 전복적인 메시지'를, 오늘날 문화를 적절히 고려한 여러 이야기들로 풀어놓고 있다. 책을 읽고 나면, 그의 멘토로써 이 책의 기초가 됐으며 기독교에 대해 생각하고 전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는 에드먼드 클라우니(Edmund P. Clowney)의 그 설교를 들어보고픈 마음이 생길 것이다.

"예수님은 성경 전체의 이야기와 인류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두 아들의 비유에 멋지게 압축하셨다. 그 분은 우리 생애의 줄거리가 그 분 안에서만, 즉 그 분의 인격과 사역을 통해서만 행복한 결말의 대단원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 주신다." 하나님의 무모한 은혜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소망이요, 삶을 변화시키는 경험이며, 이 책의 주제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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