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공동체에서 연대로’를 주제로 청년사역 콘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청어람아카데미가 25일 서울 창천교회에서 '공동체에서 연대로'라는 주제로 제7회 청년사역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주제 및 세션 발제로 진행된 가운데, 청년들의 경제·주거·교육 등 다양한 현안들을 다뤘다.

특히 '세상을 비추는 영성'을 발제한 이한일 목사(높은뜻광성교회 청년마을)는 과거 높은뜻광성교회 청년 사역의 문제점을 밝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했던 다양한 시도들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매주 예배를 드리는 청년들의 수가 2011년 평균 188명에서 2015년에는 평균 320명으로 늘었다"며 "하지만 세례교인의 증가가 아닌 수평이동으로 인한 것이었고, 공동체에 대한 인식 없이 늘어만 가는 인원으로는 공동체성을 키워나가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 목사는 "또 단순한 성장지향적 교회론 말고는 들어본 적이 없는 청년들과 우리의 교회론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교역자들, 이것이 교회의 현실이었다"며 "아울러 개인 중심의 신앙관과 교회 권위에 대한 거부감 등이 우리들로 하여금 교회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수 개월간 교역자들이 이 문제를 놓고 깊은 고민과 토론을 한 후 두 가지를 포기하기로 했다"면서 "바로 성장지향적 교회관과 권위주의적 리더십 구조였다. '앎'과 '삶' 모두를 제대로 아는 것을 교회의 핵심 과제로 두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양육 시스템과 각종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재구성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비효율적 효율성'을 모토로 시작한 양육 시스템이었다. 이 목사는 "교역자 한 명이 양육 과정을 담당하는 시스템이 아닌, 전 교역자가 한 과정에 모두 투입되는 '비효율성'으로 청년들에게 영적 '효율성'을 제공했다"며 "한편으로는 개인주의적 신앙관을 뛰어넘고자 '세상을 비추는 영성'에 입각한 성경 강의를 지속했다"고 소개했다.

이 목사는 "양육과 사역을 그대로 재탕하기보다 현재의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청년 공동체는 성장했다"며 "지루한 회의, 더딘 진행, 끊임없는 의심을 동료 삼아, 새로운 틀을 가지고 매년 같지 않은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청년들과 함께 호흡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1주일에 몇 시간 교회에 가는 것으로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전히 여러 사역과 프로그램 및 비전들이 교회 내에서 이뤄지는 현실 등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이러한 여러 어려움 가운데서도 우리가 힘을 내는 이유는, 많은 고민에서 생겨난 수많은 과정들이 우리를 성장시켰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몇 개월, 몇 년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 나온 가치들이 하나님나라의 가치와 상응한다고 생각하기에, 언젠가는 지역을 품는 공동체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돈 때문에 꿈을 잃는, 안타까운 청년들"

앞서 '청년들의 어떤 공동체'를 주제발제한 김성윤 소장(문화사회연구소)은 "헬조선·지옥불반도·망한민국 같은 자학적 세계관은 분명 20대들에게서 나왔다"며 "모아 놓고 보면 대강 '한국의 청년들은 이 시대의 피해자다' '포기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게 없다' 등"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양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금세 알아챌 수 있다. '이게 어디 20대들만의 문제일까'라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불안정한 삶, 절망에서 비롯된 원한과 냉소 등은 모든 세대의 문제이며, 우리들이 처한 역사적 국면의 문제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그런 점에서 대개의 '세대론'이란 사태를 왜곡시키는 이데올로기 구실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늘날의 청년 담론이란 것에도 그런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닐까. 좌절 때문에 외향적으로 분노하거나 내성적으로 우울해지는 문제들을 그들만의 문제로 몰아버리는 것, 그리고 혁명이든 힐링이든 사태 해결의 책임마저 그들에게 전가시켜 버리는 것. 히스테리적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첫 세션에서 설성호 이사(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는 '돈 때문에 꿈을 잃는 청년이 없는 세상을 위하여'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오랜 시간 청년사역을 하면서 기존 제자훈련의 한계를 느꼈던 것도, 돈을 다루는 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요인"이라고 했다.

그는 "아무리 제자훈련을 해도 재정 사용에 대한 부분이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을 때, 결국 청년들이 세속적 가치관에 영향을 받는 것을 보았다"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을 보면, 돈 때문에 꿈을 잃고 돈 중심의 사고에 더욱 매여가는 것만 같이 안타깝다"고 했다.

설 이사는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누적돼온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라며 그가 참여하고 있는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와 '청춘희년운동'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교회들이 이런 사역에 동참해 △재무교육 △금융소외 청년 지원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