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훈 명곡묵상
▲윤영훈 교수. ⓒ이대웅 기자

국내외 대중음악 명곡들을 '묵상의 재료'들로 삼은 「윤영훈의 명곡 묵상(IVP)」이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외는 비틀즈부터 마이클 잭슨과 U2,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까지, 국내는 한대수부터 시인과촌장, 들국화와 김광석, YB, 장기하와 얼굴들까지. 그들의 곡들을 음악사적·시대적 배경 속에서 해석하고, 가사 속 메시지를 성경적·신앙적으로 재발견하고 있다. 각 편의 마지막 부분은 '성경 말씀'을 결론으로 제시한다.

저자인 윤영훈 교수(명지대)는 책에 대해 "대중가수들의 노래들은 우리의 신앙과 반대되거나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에서 문화를 공부하면서 많은 대중문화 명곡들이 신앙고백을 담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교회와 세속 문화는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그들의 노래를 통해 신앙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 세속적 노래에 그 시대 청년들의 실존적 고민들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본지는 윤영훈 교수와의 인터뷰를 각각 책과 문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나눠 두 차례 게재할 예정이다. 다음은 그 첫 편.

-제목에 '과감하게' 성함을 넣으셨는데요.

"출판사와 저 모두 제목을 놓고 오랜 기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단순하게 '명곡 묵상'으로 하려다, 라디오 DJ 느낌으로 '윤영훈의 명곡 묵상'으로 정했습니다. 저 자신도 좀 더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돼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부제목의 '길 위에서 자유롭게'는, 밥 딜런 편의 키워드를 그대로 사용한 것입니다. 길은 거룩한 순례를 의미합니다. 길 위의 삶은 고단한 여정이지만, 새로운 가능성이 실현되는 '창조'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밥 딜런의 곡 'Like a Rolling Stone'이 말하듯 구르는 돌은 자유로운 청년의 기상을 지향합니다."

-곡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국내 곡들의 경우 조용필이나 이문세, 서태지와 김건모 등 당대 대스타들의 곡은 없는데요. '사랑' 노래는 일부러 안 넣으신 것 같기도 합니다. 힙합곡도 하나 넣으려고 하셨다구요.

"기본적으로 잡지에 연재했던 내용들을 넣었습니다. 팝음악은 명곡들을 잘 배분했고, 가요는 소위 '청년 세대' 음악들로 한정했습니다. 그래서 한대수부터 장기하까지 청년 정신을 대변했던 7곡의 감성을 담았습니다. 새로 작성했던 것은 한대수 씨에 대한 것이구요, 신해철 씨에 대해서는 그가 죽은 날 슬퍼서 적어 내려갔습니다. 심수봉 씨의 '백만 송이 장미'는, 책에도 썼듯 아내를 위한 선곡입니다(웃음).

노랫말이 기준이었지만, 장르별로 다루면서 장르도 설명하려 했습니다. 힙합곡은 투팍(2pac)의 'Changes'를 넣으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너무 할 게 많고 따로 프로젝트를 해도 될 것 같아 남겨뒀습니다. 힙합은 요즘 대세이기도 하고, 현재 가사에 메시지를 직접 실을 수 있는 유일한 장르이기도 합니다. 국내외 힙합곡 10여 개로 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사가 기가 막히거든요."

윤영훈의 명곡묵상
▲윤 교수가 지난 5일 북콘서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연구소 제공

-책에 실린 곡들의 경우 그야말로 가사들이 부제처럼 구도(救道)적인 내용들이 많았는데요. '명곡'이라야만 묵상이 가능한 것 아닐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하다 못해 '아이돌' 노래들도 '묵상'이 가능합니다. 일례로 저는 2014년의 가장 중요한 노래로 '썸'을 꼽습니다. '썸'이라는 현상을 확대시키기도 했고, 의미도 실체도 분명치 않은 풍속도를 노래 하나로 규명하지 않았습니까. 2014년 청춘 남녀들의 연애 풍속도를 표현한 것입니다. 이런 곡으로도 충분히 묵상할 수 있고, 논의를 확장한다면 '성경적 연애란 무엇일까?' '교회 안의 썸을 어떻게 해야 할까?'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도 '음악의 계몽성'을 해체하려 한다는 측면에서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왜 가르치려고 하는가? 음악을 음악 자체로 보면 안 되는가?' 하는 탈계몽주의적 메시지이지요. 실제로 이것이 '한류' 성공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체 불명의 '외계어'들과 동어반복적 표현들이 외국인들에게 어필했지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로 한류를 일으킬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하다 못해 좋지 않은 노랫말들로도 묵상이 가능합니다. '이름이 뭐예요? 전화번호 뭐예요?(포미닛, 이름이 뭐예요?, 2013)'라는 가사에서는 우리 시대 문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임에도 2절에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나 쉬운 여자 아니에요'. 이율배반적 내용이지요(웃음). 오늘날 포스트모던 세대만의 새로운 정신 분석이 가능합니다."

-국내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가수들은 대부분 크리스천들입니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요.

윤영훈의 명곡묵상

 

"두 가지입니다. 먼저 기독교인들은 실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기교육'을 받기 때문이지요(웃음). 교회학교 중고등부를 거치면서 음악을 친숙하게 받아들이고 무대를 경험합니다. 어느 곳의 중학생들이 '밴드'를 구성해 보겠습니까? 또 선배나 선생님들에게 보고 배우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요. 이렇듯 조기교육이 이뤄지니 좋은 인재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런 아이들이 기획사들의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이 세계관적으로 '기독교 아티스트'라 불릴 수 있을까요? 기획사의 상품으로 데뷔는 하지만, '크리스천'으로서의 정체성은 시상식에서만 나옵니다(웃음). 그리고 힘들 때 기독교 모임에 가서 정서적 안정을 취하는 정도이지요. 연예인들을 이용해서 지지 기반을 확보하려는 목회자들과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기독교인 아티스트들은 가시적으로 눈에 띄고, 수적으로도 압도적입니다. 5-6배는 될 것입니다.

가만히 보면, 이러한 '크리스천 아티스트들' 중 압도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물론 뛰어나지만, 서태지처럼 신드롬을 일으키는 뮤지션은 나오지 않았어요. 지드래곤처럼 뭔가 새로운 무브먼트를 창조할 수 있는 프로듀서들은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기존에 있던 것을 확보해서 잘할 수는 있지만, 창의성을 펼치기에는 부족한 것이지요.

압도적인 수의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이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작품을 선정하지도 음악을 만들지도 않습니다. 겉으로는 굉장히 신앙고백이 세지만, 노래 부를 때는...... 어쩜 저렇게 이율배반적일 수 있을까요. 신앙고백도 세고 그 가치를 인생에 잘 적용하는 인물로는 차인표나 션 정도가 있는데, 각자 분야에서의 역량은 다소 떨어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력도 탁월하고 예술성과 가치관도 뚜렷한 아티스트들은 별로 없지요.

오늘날과 달리, 예전에는 시인과촌장의 하덕규와 함춘호, 장필순, 이병우, 빛과소금, 봄여름가을겨울, 한동준, 박학기 등 동아기획 사단이 모두 그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오늘날 기독교 아티스트들은 세계관이 빈약합니다. 아이돌 중 기독교인들이 많지만, 작품 속에 기독교 세계관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종교가 기독교일 뿐이지요.

기획사들도 요즘은 '껄렁한 애들' 싫어합니다(웃음). 교회 다니는 아이들은 착하고, 시키는 대로 잘하지요. 숫자가 압도적일 수밖에요. 미국도 그렇습니다. 흑인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교회에서 배출됐습니다. 교회는 음악에 있어 '요람'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 문화가 확장됐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심지어는 그 친구들도 점점 세속화됩니다. 교회 세속화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교회는 그들을 잘 양육시키지 못하고, 축복할 뿐입니다. 유명세를 축복하고, 그들의 성공을 자랑하고, 교회 성장의 도구로 사용할 뿐, 성경적 철학을 제공하는 교회는 많지 않습니다. 굳이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의 역할을 이야기하자면 도덕적 깨끗함 정도? 그리고 아무래도 기부를 많이 하지요. 거기서는 분명히 공헌한 바가 있습니다." <계속>

윤영훈 교수는

대학 시절 한국컨티넨탈싱어즈에서 활동하며 문화 사역에 관심과 비전을 품게 됐고, 성결대학교와 美 얼라이언스신학교, 드루대학교에서 종교와 대중문화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명지대 교양학부 객원교수로 재직하면서 2012년부터 홍대 앞에 '빅퍼즐문화연구소'를 세워, 여러 전문가들과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한 문화운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