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인터넷에 올라 있는 다음 글을 읽으며, 식목일에 나무 심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이렇게 훌륭한 어머니가 계시니 우리에겐 소망이 있다.

"바구니를 건네며 어머니는 말씀하셨지요.

'매끈하고 단단한 씨앗을 골라라. 이왕이면 열매가 열리는 것이 좋겠구나.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모르겠더라도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라.

물건을 살 때는 아무에게나 가격을 묻고 덥석 물건을 집어 들지 말고, 멀리 장 안을 둘러보고 사람을 찾아 보렴. 옷이 남루한 노인도 좋고, 작고 초라한 가게도 좋을 것이야. 그리고 고마운 마음으로 물건을 집어들고 공손히 돈을 내밀어라.

오는 길에 네 짐이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오는 길이 불편하다면 욕심이 너무 많았던 게지. 또 오늘 산 것들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라. 사람들은 지나간 것에 대해 생각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곤 하지.

씨앗을 심을 때는 다시 옮겨 심지 않도록, 나무가 가장 커졌을 때를 생각하고 심을 곳을 찾으렴. 위로 향하는 것일수록 넓은 곳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야 하는 거란다. 준비가 부실한 사람은 평생 동안 어려움을 감당하느라 세월을 보내는 법이지.

모양을 만들기 위해 가지치기하지 마라.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선 더 많은 일들이 필요한 법이란다. 타고난 본성대로 자랄 수 있을 때 모든 것은 그대로의 순함을 유지할 수 있단다. 낙엽을 쓸지 말고, 주위에 자라는 풀을 뽑지 말고, 열매가 적게 열렸다고 탓하기보다 하루에 한 번씩 나무를 쓰다듬어 주었는지 기억해 보렴. 세상의 모든 생각은 말없이 서로에게 넘나드는 거란다.

우리는 바람과 태양에 상관없이 숨을 쉬며 주변에 아랑곳없이 살고 있지만, 나무는 공기가 움직여야 숨을 쉴 수가 있단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것과 나무가 움직여 바람을 만드는 것은 같은 것이지.

열매가 가장 많이 열렸을 때 따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며칠째 풍성함을 두고 즐기는 것도 좋은 일이지. 열매 하나하나가 한꺼번에 익는 순간은 없는 거란다. 어제 가장 좋았던 것은 오늘이면 시들고, 오늘 부족한 것은 내일이면 더 영글 수 있지.

그리고 열매를 따면 네가 먹을 것만 남기고 나눠 주렴. 무엇이 찾아오고 떠나가는지, 창가의 공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렴. 나무를 키운다는 건 오래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야. 그리고 조금씩 다가오는 작별에 관해서도 생각해야 한단다.

태풍이 분다고 가뭄이 든다고 걱정하지 마라. 매일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면 나무는 말라죽는 법이지.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란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아프고 흔들린다는 걸 명심하렴.'

"어머니가 주셨던 씨앗 하나 마당에 심어, 이제는 큰 나무가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떠나신 지금도, 그래서 웃을 수 있습니다."

나무 하나를 심고 가꾸면서도 인생론을 얼마든지 다듬고 발전시킬 수 있다. 비교하면 행복은 멀어진다. 가난해도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을 소유한 사람이다.

남이 보기 부러울 정도의 여유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이 행복해 보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추울 수도 있다. 어려움을 아는 사람은 행복의 조건을 알지만 모든 것이 갖추어진 사람은 만족을 모를 수 있다. 몸이 추운 것은 옷으로 감쌀 수 있지만 마음이 추운 것은 어떻게 해결할 수 없다.

사람의 기준이 다 같을 수 없듯이, 행복의 조건 역시 하나일 수는 없다. 생긴 모양이 다르듯 성격도 서로 다른 법. 가진 것이 적어도 행복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곧 행복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남과 비교할수록 행복은 점점 더 멀어진다. 그저 감사한 마음 하나만 있으면 모든 상황, 모든 조건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두 팔 베고 누웠어도 행복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