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업무브먼트 이동현
▲이동현 목사가 주일 설교를 전하는 모습. ⓒ라이즈업무브먼트 제공

라이즈업무브먼트는 최근 대표 프로그램을 신앙과 공부, 두 날개로 모두 날아오르던 'RPS(Riseup Planning School)'에서 사명을 더욱 강조하는 'IM Edu(Identity on Mission Education)'로 변화시켰다. 라이즈업 대표 이동현 목사를 만나 이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참된 목표 이루려면 '전략' 아닌 '내면' 고쳐야

-RPS가 5년간 잘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름까지 바꿀 필요가 있었나요.

"오늘날 기독교는 포스트모더니즘과 만날 수 있을까요? 이는 굉장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물론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진 상대성과 다양성을 진리 측면에서 다 포용할 순 없지요. 하지만 형식 측면에서 수용하지 않는다면, 메시지 자체를 전달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를테면 지금 교회에서 이뤄지는 모든 커리큘럼이나 교육 자체는 일종의 '계단식'입니다.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교육 방침을 생각한다면, 일정한 커리큘럼을 짜 놓고 피교육자들이 단계별로 계속 따라오기를 요구하는 직선적 교과 과정은 세상에서 이미 '통합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퓨전과 콜라보, 매시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안학교 개념의 저희 RTS(Riseup Training School)만 해도 한 반에 6명이 넘지 않습니다. 교과 과정을 정해놓고 따라오게 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현재 수준에 모든 걸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시험을 보고 과목별로 학업 성취도를 파악한 다음 진도를 개인별로 다시 정하고, 개인 코칭과 인터넷 강의, 자기주도학습 등을 섞어 개인 맞춤형 공부를 하게 됩니다. 이런 개념으로 교육에 접근하다 보니, 학생들이 무작정 커리큘럼대로 따라오기보다 스스로 파악하고 습득하게 됩니다. 여기서 차용한 개념이 플래닝으로, RPS의 기초가 됐습니다.

RPS에서 중요한 것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하나님의 성령께서 우리에게 임하시면 그 능력이 살아가는 모든 삶의 양식에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선포적 의미에서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에 적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신앙뿐 아니라 학업과 일상생활 모든 면에서 각자 플래닝을 하도록 하고, 멘토링으로 맞춰 주는 것입니다. 단순히 성경이나 교리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매일 기도와 성경 읽기·묵상 등 경건생활을 바탕으로 계획을 짜고 성취하도록 했고, 많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저희 라이즈업의 특징은 '피드백'하는 단체라는 점입니다. 많은 열매 가운데 발견된 문제는, '플래닝'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스템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목표는 모두 외부에 있습니다. 플래닝의 5단계는 목표를 세워 전략을 짜고, 그것을 다시 가용 시간에 배치하고 실행하며, 이를 피드백하여 목표를 수정하는 시스템입니다.

2014 라이즈업코리아 810
▲2014년 라이즈업코리아대회에서 이동현 목사가 비가 내리는 가운데 메시지를 전한 뒤 기도하던 모습. ⓒ라이즈업 제공 

결과적으로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 피드백으로 전략을 수정하지만, 저희가 원하는 참된 목표를 이루려면 전략이 아니라 '내면'을 고쳐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존재가 변하지 않는데 외부 목표를 가시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습니다. 업무나 학업에 있어서는 외부 목표만 바꿔도 되지만, 저희가 달성하려는 근본적 인격이나 하나님나라의 열매를 생각하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무와 열매는 따로 가지 않습니다. 저희가 깨달은 것은, 외부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내면의 존재를 끊임없이 들여다 보면서 싸우는 것이 함께 가지 않으면, 결국 '모래 위의 성'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정체성'입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명 위에 세워집니다.

그래서 기존의 '플래닝' 개념을 버렸습니다. 플래닝 자체의 내용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이 목표를 설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인생의 장기적 목표인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 복음을 전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서 현재의 단계적 목표, 미션(mission)을 설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략부터 짜는 게 아니라 목표를 성취할 준비가 됐는지 'Look Inside', 내면을 먼저 들여다 봅니다. 내면을 돌아보면서 내면의 한계를 부수고, 자기 존재를 바꿀 수 있도록 한 다음 전략을 짜서 실행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전 RPS가 세속적 개념인 '플래닝' 개념을 가져와 녹여낸 것이었다면, 지금은 존재와 상황을 함께 변화시키는 방향입니다. 변화된 존재가 상황을 바꿔 나가고, 상황을 바꾸기 위해 존재를 내밀하게 들여다 보는 선순환을 꿈꾸는 것입니다."

직접 만든 프로그램 사장시킨 것은 초유의 일

-이렇게 변화시킨 이유는 무엇입니까.

"IM Edu는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지난 17년간 청소년과 청년들에 대한 제자훈련과 교육만을 심도 있게 실시하면서 만들어낸 시스템입니다. RPS의 한계를 깨기 위해 기존의 교육 철학이나 플래닝 등을 다 없애 버렸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어느 교회나 선교단체가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스스로 사장시킨 적이 있었나요? 하지만 저희는 이것이 되지 않으면 결국 수명이 다하리라 생각하고 바꿨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IM Edu를 실행하면서 피드백을 해 나갈 것입니다. 요약하면 내면의 성장과 내부를 들여다보는 힘 없이 외부적 변화가 불가능함을 깨달았기 때문에 변화해야 했습니다."

올인 오륜교회 라이즈업 RPS

-두 프로그램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RPS는 기존 '프랭클린 플래너'의 플래닝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플래닝이 목표하는 것은 몸에 밴 습관을 통해 사람의 변화를 이끄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외부적 습관 형성을 통해 사람을 바꾸는 건 맞는데, 목표가 거기에 있으니 성적도 오르고 사람이 변화하는 그 자체에 취해 버리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복음을 전하고 생명을 살리며 하나님나라를 확장하는 것인데, 목표가 플래닝을 통한 '(세속적) 성공'에 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 한 명이 반듯하게 바뀌는 데 취해 버리면 서서히 복음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플래닝을 잘하는 학생들이 서서히 이기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을 위한 플래닝 도입에서 오는 한계였습니다. 그런 영성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근본적으로, 외부적 성공이 아니라 내면의 변화를 통한 외부의 변화를 도모하기로 했습니다. 플래닝을 통해 목표와 전략 순으로 가던 것에서, 목표 자체를 사명으로 바꾸거나 목표 위에 사명을 두고 그것에 근거한 목표를 두는 식으로 해 보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완벽하게 변화시킬 수 없었습니다. 철학과 본바탕을 외부에서 차용할 때 가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였습니다. 출발선 자체를 바꿔야 했습니다.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메시지나 시스템으로 보완해 보다 나오게 된 결론이 'IM Edu'입니다."

'최고 가치'는 전도에 두고, 구체적 사명 찾게

-IM Edu는 그럼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일단 교재를 '플래너'로 사용하긴 합니다. 하지만 신앙·생활·학업을 나누고 실행점을 적어 목표와 달성률을 따지는 것들을 모두 아래로 내려 버렸습니다. '메인'에는 한 가지 실행점만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따라 '최고의 가치'는 복음 전파에 두고, 이것이 자신에게 지금 구체적으로 어떤 단기적 사명으로 와야 하는가를 찾게 합니다.

예를 들어 라이즈업 전도집회 때 친구를 데려오는 것이라면 이걸 위해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고, 친구를 데려오지 못했다면 'Look Inside'를 통해 나의 한계를 따져 봅니다. 수업 시간에 늘 엎드려 있었기 때문에 친구에게 인정받지 못했다거나, 욕설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나쁜 습관을 갖고 있었다거나 하는 것입니다. RPS였다면, 친구를 데려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서 곧바로 '밥을 사 준다'거나 '편지를 쓴다'는 전략으로 갔을 겁니다.

그러나 'IM Edu'를 통해 나 자신을 먼저 살펴본다면, 부족한 부분을 고쳐 나가면서 '수업시간에 자지 않겠다'를 실천하고, 전략으로 '학원에 다녀와서 밤 11-12시에도 그냥 자지 않고 보상심리로 SNS를 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던 것을 끊겠다'는 것이 도출됩니다. 이런 식으로 질문과 실행을 해 나가면서, 2주 정도 이를 정착시킨 뒤 다음 단계로 갑니다.

2015 RPS 컨퍼런스 2.0
▲멘토가 6명 이내의 학생들을 지도하는 모습. ⓒ라이즈업 제공

그러면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 온전하게 삶을 고치고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 등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실행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깊이 새길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의 변화와 하나님의 사명을 계속 '매치업'해갈 수 있습니다. 기존 플래닝은 하다 보면 내가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를 자칫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목표 달성과 그에 의한 칭찬이 보상으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교회교육의 문제는 '이원론'입니다. 예배나 신앙생활을 통해선 하나님께 나아가지만, 학업이나 습관에 대해선 세상적으로 살아갑니다. 우리의 기본적 삶에 대한 이원론적 분리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 시대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언어와 개별화를 통해 스스로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방식을 포기할 순 없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절대적 명령이 삶의 이유에 더욱 밀착돼야 합니다. 이 둘을 함께 고민하다 나온 결과물이 IM Edu입니다.

그래서 '정체성'과 '미션'을 강조하고, 거기에 부합되는 삶을 살도록 합니다. 이렇게 되니 각 교회들에서 받아들이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플래너도 'Core Mission-Look Inside-Main Focus'로 단순화됐습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한 사명을 위해 한 가지씩 고쳐 나가는 것으로요."

당장의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과정에 초점을

-최근 「체인지- 부모편」을 쓰셨는데요, 오랜 기간 사역해 오셨는데,  부모들에게 하실 말씀이 많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근시안적으로 보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예전처럼 좋은 대학을 나온다 해서 다 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창의력과 내면의 변화, 하나님의 인도가 담보되지 않으면, 자녀들이 최종적인 삶을 완성해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녀가 지금 무엇을 성취했는가 하는 다급한 문제에 쫓기기보다, 하나님 안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는가를 보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자녀들은 완성될 수 없습니다. 그 과정들 하나하나를 잘 세워 주는 일에 초점을 맞추셨으면 합니다. 그것에는 결국 '믿음'이 있어야 하지요. 자녀들은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생명이라는 근본적 생각과 함께, 시대 상황을 보셔야 합니다. 더 이상 간판이나 틀이 성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고 창의를 위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인생을 뚫어갈 수 있는 의지를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고정적 직업과 직장에 안주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캐나다에선 60세까지만 직업을 평균 7회 바꾼다고 합니다. 결국 문제 해결 능력과 상황 대처 능력이 중요합니다. 우리 교육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예전에는 공대 나와서 기술 하나만 익히면 평생 써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공대 졸업 즉시 배웠던 학문은 옛날 것이 돼 버립니다. 창의력과 적응력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입니다. 과정을 어떤 형식으로 밟으면서 쌓아가야 할까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없이는 그 과정을 중요시하기가 어렵습니다. 당장 몇 점 받았는가에 조급해해선 안 됩니다."

RPS 새벽기도 후
▲새벽기도 후 교제하고 있는 청소년들. ‘수면 습관’ 변화의 결과 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한 후 학교로 간다. ⓒRPS 교육팀

기본은 동일... 개혁은 항상 부흥을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라이즈업이 어떤 시스템도 적응하기가 어렵지 않은 것은, 기본적인 철학과 영성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 시 힘든 것은, 그것을 만들어낸 영성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만든 다양한 시스템들은 변하지 않는 철학과 영성에서 나왔습니다. 새로운 개혁이라는 것은 항상 '부흥'을 위함입니다.

라이즈업의 영성은, 저희가 가장 처음 정말로 우리 민족이 하나님 앞에 힘들고 어렵게 무릎 꿇었을 때 가졌던 간절함에 있습니다. '마이너스 기복신앙'이랄까요. 환경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나라의 소망으로 인한 간절함입니다. 우리의 철학은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본질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 재해석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