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우리는 대개 날이 새면 식사하기 바쁘게 출근한다. 매일 낮 시간의 전부를 직장에서 보내는 사람에게는 직장생활이 곧 인생살이다. 직장생활이 행복하면 인생이 즐겁고, 직장생활이 불행하면 인생이 고달프다. 그러니 직장을 위해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① "매일 아침 기대와 설렘을 안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하소서/ 항상 미소를 잃지 않게 하시어 나로 인하여 남들이 얼굴을 찡그리지 않게 하소서/ 상사와 선배를 존경하고 아울러 동료와 후배를 사랑할 수 있게 하시고, 아부와 질시를, 교만과 비굴함을 멀리하게 하소서/ 하루에 한 번쯤은 하늘을 쳐다보고 넓은 바다를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시고 일주일에 몇 시간쯤은 한 권의 책과 친구와 가족과 더불어 보낼 수 있는 오붓한 시간을 갖게 하소서/

한 가지 이상의 취미를 갖게 하시어, 한 달에 하루쯤은 지나온 나날들을 반성하고 미래와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시인인 동시에 철학자가 되게 해 주시옵소서/ 작은 일에도 감동할 수 있는 순수함과 큰 일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대범함을 지니게 하시고 적극적이고 치밀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자기의 실수를 솔직히 시인할 수 있는 용기와, 남의 허물을 따듯이 감쌀 수 있는 포용력과, 고난을 끈기 있게 참을 수 있는 인내를 더욱 길러 주시옵소서/

직장인 홍역의 날들을 무사히 넘기게 해 주시고, 남보다 한 발 앞서감이 영원한 앞서감이 아님을 인식하게 하시고 또한 한 걸음 뒤처짐이 영원한 뒤처짐이 아님을 알게 하소서/ 자기 반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게 하시고, 늘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매사에 충실하여 무사안일에 빠지지 않게 해 주시고 매일 보람과 즐거움으로 충만한 하루를 마감할 수 있게 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이 직장을 그만두는 날, 또는 생을 마감하는 날에 과거는 전부 아름다웠던 것처럼……. 내가 거기서 만나고 헤어지고 혹은 다투고 이야기 나눈 모든 사람들을 떠올리며 살며시 미소 짓게 해 주소서."

시간은 쏜살같기도 하고, 흐르는 물 같기도 하다. 쉼 없이 흘러가는 것이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歲月不待人). 그렇기 때문에 해가 비치고 달이 비칠 때마다 새롭게 자기를 정립하고 좌표와 진도를 점검해야 한다(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② 새해(또는 새 달)를 맞아 이런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 좋겠다.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서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 세월 나날이 새로 지어 먹으며 맑고 밝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믿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 날이 그 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이해인 수녀)

우리 모두에게는 하늘에 비는 간절한 기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vision-mission-action의 줄거리가 잡히기 때문이다.

③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꽃 같은 인품의 향기를 지니고 넉넉한 믿음으로 살게 하소서/ 늙어가더라도 지난 세월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언제나 청춘의 봄날 같은 의욕을 갖고, 활기가 넘치는 인생을 살아가게 하소서/

우러난 욕심 모두 몰아내고, 언제나 스스로 평온한 마음을 지니며, 지난 세월을 모두 즐겁게 안아 자기 인생을 사랑하며 살게 하소서/ 가진 것 주위에 모두 나누어 아낌없이 베푼 너그러운 마음이 기쁨의 웃음으로 남게 하시고 그 웃음소리가 영원의 소리가 되게 하소서(이하 생략)."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