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순이 지나가는데도 모스크바에는 눈이 아주 많이 쌓여 있다. 북쪽으로 올라가면 대로변에 1m 이상씩 있다. 5월이 되어야 모두 녹게 된다. 곧이어 눈이 녹으면 곳곳마다 물바다로 변하는 것을 보게 된다. 러시아의 봄이 오는 길목의 모습이다.

러시아에서는 사육제(마슬레니차)라는 유명한 봄맞이 행사를 하는데,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것을 기념하는 고대 슬라브인들의 축제로, 러시아정교회의 사순절(금식일) 일주일 전에 시작한다. 금년 사육제는 3월 7일(월)~11일(금) 5일 동안 진행하게 된다.

마슬레니차라는 명칭은 '버터'를 의미하는 '마슬로'에서 유래한다. 사순절 기간 동안 버터가 금기 식품이 되기 때문에, 그 전 기간 동안 '마슬로'를 많이 먹는다 하여 '마슬레니차'가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겨울의 암흑을 몰아내고 따뜻한 태양을 맞이하는 것을 상징하는, 노랗고 둥근 블린(блин 러시아식 팬케이크)을 구워 먹는 것이다. '블린'은 그 안에 '스메타나', '이끄라'(연어 알), '캐비아'(철갑상어 알) 등을 넣어 먹는다. 아주 얇게 굽는데 보통 기술이 아니다. 꿀에 발라 먹어도 매우 맛이 있는 전통음식이다.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블린을 구워 먹으며 흥겨운 전통놀이를 하거나, 눈썰매와 세 마리 말이 끄는 트로이카 타고, 길거리 축제 등 다양한 공연을 즐긴다. 남자들은 힘겨루기와 같은 경기를 하고, 또한 마슬레니차를 의인화한 허수아비 인형을 불태우며 원을 돌고 '축제와의 이별, 용서의 날'로 지키면서, 마지막으로 서로의 잘못을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그 막을 내린다.

정교회의 마슬레니차, 또는 대제기간을 예고하는 사육제 주가 러시아정교회에서 2월 23일 월요일부터 시작되었다. 러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마슬레니차가 풍부한 음식과 행사가 있는 민족적 카니발로 기념되어 왔다. 동시에 교회는 이 주를 대제기간을 준비하는 주, 화해와 용서의 주로 지정하고 있다.

민족적인 축제의 절정은 마슬레니차의 금·토·일요일에 온다. 이날 블린을 굽고, 손님을 초대하고, 게임이나 공연과 같은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그리고 사육제 주는 대금식일 전 마지막 일요일에 끝난다.

이날 교회에서는 깨끗한 마음으로 대제기간을 맞이하기 위하여, 사제와 신도가 서로를 용서하는 예식이 진행된다. 예배 중에서도 서로 용서하고 화합하는 의식을 갖고 제스처를 취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이런 기회를 통하여 서로 용서하기도 한다.

모스크바시에서는 3월 1일 마슬레니차를 기념하는 축제를 총 133개 장소에서 진행한다. 전통적으로 모스크바의 주요 축제 장소는 크렘린 광장 바실리 사원이다. 여기에 마슬레니차 마을이 만들어지고, 찻집, 블린집, 밀(꿀)주집, 까페, 전통 공예품 가게, 공연장 등이 설치된다.

마슬레니차는 대제기간을 준비하는 주로, 정교회에서는 화해와 용서, 신을 향한 참회의 길에 대한 준비로 여기고 있다. 사육제 주 첫날 대제기 의식 수행을 시작으로, 매일 대제기 준비를 위한 예식을, 대제기 전날인 마지막 일요일에는 용서 의식을 진행한다. 그리고 마지막 일요일에는 유제품 음식에 대한 소비를 끝낸다.

민중에서 기념하는 마슬레니차의 전통에는 러시아정교회와는 관계없는 많은 풍습과 의식이 남아 있다. 그 중 하나가 자연적인 농업 주기와 관계되어 있다. 오랜 겨울 동안 쌓인 '태양에 대한 그리움'으로 해를 닮은 둥글고 노란 블린을 굽고, 불을 피우고 인형을 태워 겨울을 내쫓는 의식을 행하게 되었다.

전통적인 마슬레니차의 월요일은 '만남'의 날로, 시부모는 며느리를 아침 일찍 친정으로 보내 일을 돕게 하고, 저녁에는 사돈집에 손님으로 갔다. 둘째 날은 '놀이'의 날로, 거리 행렬을 시작했다. 수요일에는 장모가 블린을 구워 사위를 초대한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장모와 사위의 관계'가 한국의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처럼 좋지 않다. 블린은 크게도 작게도 굽고 여러 가지 고기나 청어를 넣기도 한다.

목요일에는 바퀴에 인형을 달고 다니며 노래를 불렀고, 힘겨루기, 권투 등의 경기를 열었다. 마슬레니차의 마지막 날인 일요일은 '용서'의 날로, 이날 이후로는 거리 행렬이 끝나고 겨울이 봄을 이기지 못하도록 마지막 인형을 태운다. 얼어 있는 산에서 불을 태워 얼음이 녹고 추위가 사라지도록 한다.

긴긴 겨울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현장의 문화를 알아가고 이해할수록 살아가는 맛을 배우게 된다. 서로의 다름을 인식하고 하나됨과 화합을 이루어 가려는 시도는, 어디를 가나 인간이 살 길을 찾아가는 모습인 듯싶다.

사방에 생기가 돌고 풍성함으로 가득한 자연의 모습을 곧 드러내게 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만물의 소생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기다린다. 화창함이 가득하고 밤 11시가 넘도록 태양빛이 가득한 여름이 기다려진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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