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정신 종교인 기자회견
▲기자회견에서 김명혁 목사(가운데)가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3·1운동의 정신을 이어 민족의 화해와 평화, 신뢰 회복을 위한 종교인 기자회견'이 2월 29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개최됐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적대적 증오와 분노, 무기력으로는 이 엄중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는 의지와 냉철한 판단, 그리고 화해와 평화의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며 "통일 이전에도 이후에도 한반도에서부터 핵 없는 세상을 구현해 가는 길을 찾고, 우리 자손들이 영구히 이 터를 지키고 자유와 안전과 행복을 구가할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모아 달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전한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는 "우리 종교인들의 사명은 우선 각 종교의 가르침을 따라 신앙생활과 봉사생활을 성실하게 하는 데 있지만, 동시에 사회와 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마음과 뜻을 모으는 일에도 있다"며 "3·1운동을 일으켰던 신앙의 선배님들이야말로 이런 일들을 매우 귀하게 하셨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우리 5대 종단 종교인들은 10여 년 전부터 '분열과 분쟁으로 치닫는 사회 안에서 어떻게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할 수 있을까' 매달 마음과 뜻을 모으고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면서 지내오고 있다"며 "새해부터 남북한 군사적 대결과 개성공단 폐쇄 사건이 발생하여,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모이게 됐다"고 인사했다.

이후 '다시 3·1절의 의미를 오늘에 다시 새긴다'는 제목으로 박남수 천도교 교령이 '여는 말씀'을 전했으며, 종교인 대표 5인이 '평화와 통일을 위한 발언'을 했다. 

개신교 대표로 발언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는 "3·1운동에서 주장한 것은 두 가지였다. '우리 민족은 일제 식민지에서 독립해야겠다, 그리고 그 목적은 한반도와 전 세계 평화다'라는 것"이라며 "이는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지금도 동일하다. 독립 대신 분단 상태에서 통일해야 한다는 것만 달라졌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지금 종교인 선언과 3·1운동 당시의 또 다른 공통점은, 종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위해 연합하여 한마음 한 뜻이 됐다는 점"이라며 "과거 3·1운동 때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통한 독립을 원했지만, 결국 전쟁을 통해 해방을 맞았다. 지금도 우리는 전쟁을 통한 통일과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무기나 핵무장, 군사 대결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해야 할 의무밖에 없다. 어렵지만 평화는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기독교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악을 악으로 갚으면 악순환이 될 뿐이다. 평화를 이루는 방법은 악순환이 아닌 보다 크고 강력한 '선(善)'으로 악을 이기는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핵을 핵으로 이길 수 없다. '핵악순환'이 될 뿐이다. 핵이 아무 효력도 발생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핵'으로 핵을 이겨야 한다. 비핵 복지, 비핵 자유, 비핵 정의로 핵을 이길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외에 불교 도법 본부장(조계종 자정과쇄신본부), 천주교 안충석 신부(원로사목자), 원불교 이정택 교무(전 광주전남교구장), 천도교 임형진 사무처장(3·1운동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등이 발언했다.

마지막으로 '3·1운동의 정신을 이어 민족의 화해와 평화, 신뢰회복의 길로 나아가자!: 3·1운동 100주년을 바라보며 다시 민족의 미래를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 낭독에는 개신교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불교 지홍 회주(불광사), 천주교 이영우 주임신부(해방촌성당), 원불교 김현국 교무(신림교당), 성공회 김현호 신부(성공회 동두천나눔의집) 등이 나섰다.

3·1운동 정신 종교인 기자회견
▲전병금 목사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성명서에서는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새해 벽두에 4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또다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며 "한반도를 격랑의 파국으로 몰아치게 하는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종교인들은 깊은 우려와 함께 통탄한다"고 했다.

이들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은 작금의 한반도 정세의 급변과 밀려오는 대형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의 현실을 성찰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그리고 통일을 위한 길이 진정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생각하고자 한다"며 "무력 충돌의 위험 한계선으로 치닫는 남북의 극단적 대립을 막고 민족 전체의 안녕과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이들은 "3·1독립운동은 나라를 빼앗긴 가운데서도 지치지 않고 민족의 독립과 동북아 평화의 길을 찾아가고자 온 민족이 함께 분연히 떨쳐 일어선, 소중한 우리의 역사"라며 "전쟁의 공포 앞에, 민족의 갈등과 분열, 대립 앞에서 우리는 다시금 선조들의 가슴 떨린 민족애와 세계 평화에 대한 간절한 호소와 화해의 정신을 떠올린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통일의 전제조건이므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남북한은 통일을 해야 할 공동 주체로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정책을 폐기하고, 대화와 교류 협력을 재개해야 한다 △주변 강대국들이 북핵 위기 국면을 군비 경쟁과 안보적 이해관계를 확장하는 데 이용하는 것에 반대하며,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상호 협력하고 견실한 다자 안보 체제를 조속히 마련하라 △3·1정신을 이어받아 남북이 대립을 극복하고 화해와 협력의 장을 열도록 힘을 다해 돕고, 인도주의적 나눔과 교류,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할 것이다 등을 결의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은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사는 이 시대에 종교인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곳으로, 2005년부터 몇몇 종교인들이 모여 '평화의 소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 2008년부터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천도교의 원로들이 '심부름꾼'으로 함께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 '심부름꾼'들은 개신교에서는 김명혁·박종화·인명진(갈릴리교회 원로) 목사와 박경조 전 교구장(대한성공회 서울대교구) 등이, 이웃 종교에서는 김대선 원불교 전 평양교구장, 김홍진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박남수 교령, 법륜 이사장(평화재단)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