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예닮감리교회 교인들이 양화진외국인선교사 묘원에 있는 아펜젤러 선교사 추모비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교회 제공

전남 광양 예닮감리교회 학생들이 최근 제2차 국내 성지순례를 인천과 서울로 다녀 왔다. 이번 성지순례에는 이웃 교회 학생 4명을 포함해 35명이 참여했고, 일정 가이드는 한국사를 전공한 손동욱 목사(연무동산감리교회)가, 숙박은 문성모 목사(늘사랑교회)가 제공했다.

교회 측은 "지난해 여름에 충청권과 호남권을 다녀 왔는데, 젊은이들의 호응이 좋아 이번에는 수도권에 있는 '기독교 선교 역사의 시작이 된 곳들'을 탐방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2월 22일 월요일 새벽에 예닮감리교회에서 출발한 순례팀은, 인천 자유공원에 올라 맥아더 장군 동상을 둘러본 후 내리감리교회를 방문했다. 내리감리교회는 아펜젤러 선교사가 인천에 머무르는 동안 전도 활동을 한 것이 모태가 되어 세워진 곳으로, 한국 기독교 역사의 주춧돌이라 할 수 있다. 감리교 최초로 목사 안수를 받은 한국인 김기범 목사가 시무했고, 하와이에 공식 이민단을 보낼 때 최초의 해외 선교사(홍승하)를 파송하기도 했다. 

아펜젤러 선교사는 한국에 오기 전 배편으로 부쳤던 오르간이 도착하자 '만복의 근원 하나님'을 부르며 예배를 드렸는데, 이를 기념해 내리감리교회는 1954년 12월 국내 최초로 <헨델의 메시아> 전곡을 연주했다고 한다.

이어 순례팀은 국제성서박물관을 방문했다. 박물관에는 1456년 구텐베르크 성경과 1611년 킹 제임스 성경 원본 등 15,000여 권의 희귀한 성경들과 구텐베르크 인쇄기와 성막 모형 등 유물 5000여 점이 시대순으로 전시돼 있다.

한 학생은 "이곳을 보고 나서 오늘날 우리가 쉽게 성경을 소유하고 읽게 된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깨닫게 되었다"며 "앞으로는 성경을 소중하게 대하겠다"고 했다.

23일 일정은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에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 묘원에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을 위해 일생을 바친 외국인 선교사와 그 가족들 145명이 안장돼 있다. 양화진홀에는 당시 선교사들은 어떤 이들이었으며, 왜 조선을 찾았는지, 하나님께서 이들을 조선으로 이끌기 위해 어떻게 섭리하셨는지, 이들이 조선에 와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이 주제별로 전시돼 있다.

한 학생은 "어린 자녀들을 잃으면서까지도 선교를 멈추지 않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죽기까지 주님을 따른 선교사님들에게 머리가 숙여지는 시간이었다"며 "또 아버지의 선교를 이어받아 헌신한, 아펜젤러 선교사의 자녀들도 대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학생은 "아펜젤러 선교사님뿐만 아니라 윌리엄 해밀턴 쇼, 스크랜턴 대부인, 로제타 홀, 캠벨, 하디, 언더우드, 헤론 등 훌륭한 선교사님들의 묘를 보며, 죽어서까지 이 땅을 사랑하신 분들이었다는 것을 느꼈다"며 "기독교인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사명을 위한 삶의 가치를 깊이 깨닫게 됐다"고 했다.

이어 순례팀은 연세대와, 국내 최초로 서양식으로 지어진 정동제일교회 '문화재 예배당'과 배재학당을 돌아본 뒤 일정을 마쳤다.

예닮감리교회 한철희 목사는 이번 성지순례에 대해 "믿음의 선조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순례팀에게 기독교인이라는 자긍심을 심어 주고, '생존을 위해 삶이 아니라 사명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결단을 하게 해 뜻깊었다"며 "서광감리교회 전태규 목사님과 내리감리교회 이경숙 사모님 등 믿음의 가족들이 순례팀에 보여 준 친절한 섬김과 따뜻한 사랑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