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북쪽으로 450km 올라가면 르빈스크라는 도시가 나온다. 정기적으로 말씀 세미나를 인도하기 위하여 눈길을 헤치며 달려갔다. 영하 25도의 차가운 기운에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러시아의 1월은 강추위의 한가운데 있다.
이번에는 연초가 되어서 교회의 개혁을 도전하고 한 해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하여 느헤미야서를 준비하여 3일간에 걸쳐서 나누었다. 말씀은 항상 그 자체가 강한 도전을 준다. 데살로니가 교인들처럼 말씀을 사랑하고 배우려는 모습이 역력한 것을 느끼며, 말씀 위에 든든히 서 가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세미나를 진행한다.
대부분의 교인들이 노트를 준비하여 깨알 같은 글씨로 적고 성경을 뒤적이는 모습들은 과거 한국교회를 연상하게 한다. 쉬는 시간이나 강의를 마친 이후에도 말씀을 가지고 질문하고 대화하는 모습은 참으로 은혜가 된다. 거리에서도 말씀을 가지고 대화하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이다.
"루수까야 반야"라고 하는 사우나를 좀 소개한다. 먼 길을 달려와서 얼마나 힘이 드시냐고 하면서 러시아 전통 사우나를 예약해 놓았다고 한다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남자들 10여 명이서 단체로 갔다. 단독주택을 변형하여 사우나 시설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세 시간을 빌려서 우리가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사우나에 들어가니 커피향을 섞은 물을 열 받은 돌에 붓자 커피향 가득한 열기가 달아오른다. 러시아 사람들은 열을 높게 올려서 흠뻑 땀을 낸다. 그리고 나서 눈밭을 뛴다. 영하 20도의 눈밭에 이리저리 뒹군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그리고 다시 사우나로 들어온다. 다시금 열을 올려 땀을 낸 다음 마사지를 시작한다.
자작나무의 잎으로 만든 채를 가지고 마사지를 시작한다. 사람의 건강 상태에 따라서 다른 종류의 잎사귀를 준비한다. 일반적으로 자작나무의 잎으로 만든 채로 하는데, 처음에는 물방울 마사지를 한다. 사람을 눕혀 놓고 뜨거운 물방울을 떨어뜨리면서 시작하는 것이다. 따끔따끔한 물방울로 온몸을 마사지한다.
그리고 나서 바람 마사지를 한다. 뜨거운 바람을 일으켜 부치면서 피부에 약을 올리는 것이다. 열기가 팍팍 느껴지는 마사지다. 그 다음은 나뭇잎 마찰 마사지다. 몸에 나뭇잎을 찰싹 때려 붙인 후에 훓어내리는 것이다. 천둥과 우레의 소리를 말로 표현할 수 없듯이, 이러한 마사지를 어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나뭇잎 마사지가 끝나면 몽둥이질 마사지가 시작된다. 양손에 나무 채를 들고서 방망이질하듯이 두드린다. 온몸을 살살 두드리고 "훠이~ 물러가라" 농담을 하면서, 몸 깊숙이 있던 노폐물과 피곤함을 몰아낸다. 얼마나 상쾌한지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은 눈 마사지다. 영하 20도의 눈밭에(혹은 호수에) 뛰어드는 것이다. 침으로 찌르듯이 따끔따끔하다. 전신을 침으로 동시에 찌르는 듯한 기분 좋은 마사지다. 이렇게 여러 단계의 마사지가 끝나면, 휴게실에 앉아서 차를 마신다. 그리고 인생과 신앙을 이야기하고 나누면서 세 시간을 보내게 된다. 러시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 사우나 현장이다.
러시아정교회는 매년 1월 19일을 예수께서 세례 받으신 날로 기념한다. 이날에 수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는다. 러시아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모스크바에서는 18-19일 60곳의 장소에서 세례식이 거행된다. 강에서, 호수에서, 또는 교회에서, 영하 20도 30도에도 진행된다. 얼음을 십자가 모양으로 깨고 수영복 차림으로 뛰어들어 세례를 받는다. 남녀노소 할 것 없다. 노인도, 여성들도, 젊은이도 너나 할 것 없이 참여하는 러시아 전통이다.
혹시 모를 심장마비나 사고를 대비하여 앰뷸런스와 의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차를 준비하여 대기하고 많은 인파가 이를 관람한다. 유명한 정치인도 연예인도 이 행사에 참여한다. 어린아이에게는 금하지만 초등학생들 중에서는 물속에 뛰어드는 아이도 있다. 이날은 겨울 중에서 가장 춥다. 그러나 온 도시가 이 행사로 떠들썩하다.
가관이다. 러시아정교회는 이렇게 함으로써 예수 세례식을 기념하고 축하한다. 또한 겨울을 이기고 또는 액땜을 한다고 생각도 하고, 또는 건강한 한 해를 기원하기도 한다. 1월 들어 계속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지며 강추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러시아의 겨울은 깊어만 가고,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희망찬 한 해를 기도하며 시작한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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