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 양의 공약 자료집 중 ‘전도 제재’ 관련 내용.

11월 20일 제58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 단독 출마한 '디테일' 선거운동본부의 정후보 김보미(23·여·소비자아동 12학번)씨와 부후보 김민석(19·정치외교 14)씨가 당선됐다는 소식을 듣고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일반국민들에게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을 이번 선거가 언론에 보도된 가장 큰 이유는 지난 5일 김보미씨가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그녀는 과도한 언론의 관심을 받고 이슈메이커로 부각된 것이다.

근자에 각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는 취업준비 등 때문에 외면 받고, '운동권'으로 낙인찍힐까봐 꺼린 탓에 '나홀로 후보'가 대세였고, 아예 입후보자가 없는 경우나 투표율 미달로 무효 처리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는 단독 입후보했음에도 예상보다 높은 53.3% 투표율에 찬성 의견 86.8%, 반대 11.2%였다고 하니 놀랍기까지 하다. 이는 필히 김보미씨의 커밍아웃이 관심을 고조시킨 탓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김보미씨가 단독입후보자로 확정되기 전 커밍아웃을 하지 않고 확정된 이후에 커밍아웃을 했다는 점이다. 이는 본인의 사적 영역에 속하는 개인의 성적지향을 선거전에 교묘히 이용한 흔적이 엿보여 더욱 의심이 간다. 디테일 선본의 이번 슬로건은 ‘다양성을 향한 하나의 움직임’이었다. 슬로건의 내용만으로도 서울대학교 학생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와 산재한 안건들을 뒤로 하고 개인의 사적영역으로 포장한 성적지향을 선거전에 끌어들여 저조한 투표율을 반전시키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만일 단독입후보자로 확정되기 전 커밍아웃했더라면 또 다른 후보가 나와 복수후보를 놓고 서울대생이 투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지 모르는데, 처음에 숨겼다 도중에 들고 나오는 바람에 맞대결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원천봉쇄해버리는 꼼수를 부렸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관점을 바꿔 김보미씨가 완전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었고, 굳이 선거 출마를 결심하며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했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 얼굴을 가질 수 없었던 점을 고민했다는 건 인정해줄 수 있다. 아예 그런 사실을 숨기고 안 그런 척했을 때보다는 정직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커밍아웃한 애플의 CEO 팀 쿡의 말처럼 성적지향을 사적 영역의 문제로 두기를 포기함으로써 우리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자신을 포기할 가치가 있다고 공표했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서울대 학내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 대사회적 발언을 한 게 분명하다. 이는 자연스레 우발적으로 공표한 사건이 아니고, 미리 충분히 숙고하고 논의한 끝에 내린 ‘전략적 판단’이라는 혐의를 짙게 풍긴다.

차제에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는 다음과 같이 서울대에서 레즈비언 총학생회장이 당선된 것에 유감을 표하며, 당선자와 서울대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하고자 한다.

하나, 김보미 총학생회장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서울대학생들과 국민들이 다수 존재함을 인식하고 앞으로 언행에 각별히 주의하고 신경써주길 촉구한다.

하나, 교칙을 바꿔 선거공약으로 전도자를 학교 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학생들에게 전도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는 실로 학생으로서의 분수를 넘어선 독재적 발상이며 폭거로 판단해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 대학생들이 그토록 비난하는 지난 정권의 체육관선거나 단독입후보출마를 교훈 삼아 단독입후보 당선결과를 과대 포장치 말기 바란다.

하나, 서울대기독교동아리와 크리스천학생들은 이번 선거결과에 자극 받고, 수동적이었던 점을 반성해 더욱 학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일반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활동을 개발해 펼쳐나가기 바란다.

하나, 서울대기독교동아리와 크리스천학생들은 이번 선거결과에 초연해야 하며, 움츠리거나 위축되지 말고 당선자가 반기독교적인 정책을 펼쳐나갈 경우 강하게 연대해 당당히 맞서 저항하기 바란다.

2015년 11월 20일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주요셉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