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운동연구가).

필자는 한국에서 일어난 오순절 성령운동의 역사를 분석하고, 또 이에 근거하여 복음적 성령론의 바람직한 방향을 전망하려는 목적으로 이 글을 작성한다. 오순절 운동이 20세기 이후 교회사에 있어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큰 주제 중 하나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해외에서 뿐만 아니라 더욱이 국내적으로도 오순절주의에 속한 교단들의 급성장세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아 왔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의 주요 원인은 무엇보다도 오순절적인 특성을 지닌 성령운동이 확산된 것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오순절주의’(Pentecostalism)라는 말과 ‘오순절 운동’(Pentecostal Movement) 또는 ‘오순절 성령운동’(Pentecostal Spiritual Movement)이라는 말은, 사용상 범례로 볼 때 협의적 또는 광의적으로 편의상 큰 구별 없이 사용된 것을 본다. 그러나 협의적으로 볼 때 ‘오순절주의’라는 단어는 20세기 초 전통 오순절주의(Classical Pentecostalism) 이후의 교단 사상과 교리를 일컫는다. 예를 들어 이영훈 목사는 ‘한국 오순절 운동’의 시작을 Azusa의 부흥운동을 경험한 선교사 Mary C. Rumsey와 한국 구세군 본부에서 사역하던 허홍과 함께 1933년 3월에 최초의 오순절교회를 설립한 시점으로 보았는데, 여기서 그가 말한 ‘한국 오순절 운동’이란 말은 협의적인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서 ‘한국 오순절주의’라는 말로 대체해서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런가 하면 광의적으로 볼 때, 오순절주의란 “모든 시대에 걸쳐 ‘예루살렘의 오순절 때 초대교회 성도가 경험했던 성령의 세례와 은사들’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 기독교인들의 신앙이라고 정의한다(“Pentecostalism,” Nelson’s Dictionary of Christianity George, Thomas Kurian, ed., 541). 이러한 점은 큐리안(George T. Kurian)이 현대 오순절주의(Modern Pentecostalism)라고 특별히 구분을 지으면서, 1901년 파함(Charles F. Parham)과 1906년 시무어(William J. Seymour)의 사역으로 특징되는 20세기 초로 구분한 시각을 볼 때 분명해진다. 그러므로 오순절주의와 오순절 운동, 그리고 오순절 성령운동은 단어상 의미의 차이보다는, 대화나 문맥상의 평가적 의미에서 협의적 또는 광의적으로 함께 자유롭게 사용되어 왔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순절 또는 오순절적(pentecostal)이라는 형용사적 의미에 있어서는 협의적이라기보다는 좀 더 광의적으로 적용되어 온 것이 일반적이다. 그 한 예로, 아직 오순절주의 교단들이 생성되기 전인 19세기 영국과 미국의 부흥운동에 있어서도 ‘오순절’이라는 명칭은 흔히 사용되었다. 특히 북미에서 1857-58년의 부흥운동 기간에는 초대교회의 오순절 사건과도 같은 성령의 부어짐이 교회에 임하고 있다는 신념이 퍼져 나가게 되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오순절’이라는 고전적 용어가 성령운동에 새롭게 등장하여, 마침내 전쟁 이후 문화적·신학적·교파적 진전에 있어서 하나의 큰 조류를 형성해 가게 되었다. 그래서 웨슬리안 성결운동에 있어서도 ‘온전한 성결’(Entire Sanctification)이라는 교리적 용어를 ‘오순절 성결’(Pentecostal Sanctification)이라는 말로 많이 대치해서 사용하였다. 마침내 1870년대 이후에는 ‘오순절’이라는 용어가 성령운동의 다양한 영역에 덧붙게 되었다. 심지어는 웨슬리안 간행물인 Guide to Holiness가 1897년에는 Pentecostal Life로 바뀌었을 정도다. 그러므로 pentecostal이라는 형용사적 용법은 그동안 광범위한 적용을 가능케 해 주었다.

그렇다면 ‘오순절 운동’이라는 말을 광범위하게 적용할 때 그것은 어떤 의미인가? 필자는 포우위(Karla Poewe)가 사용한 ‘은사적 기독교’(Charismatic Christianity)라는 단어가 그 의미를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에 따르면, 은사적 기독교라는 용어는 시대적으로 볼 때 전 기독교 역사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그 시작은 주후 1세기부터이며, 특히 성령의 역사와 영적 체험을 강조하는 기독교 활동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Karla Poewe, ed., Charismatic Christianity as a Global Culture, 2). 그러므로 이 말 속에는 교회사 속에 나타나는 성령의 역사를 강조하는 모든 운동들, 그리고 아프리카나 아시아,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는 은사운동 등이 다 포함된다. 그러므로 20세기 이후 일어난 전통 오순절 운동과 은사갱신운동, 제3의 물결 등 성령운동의 세 물결은 모두 ‘20세기 은사적 기독교’ 또는 ‘20세기 오순절 운동’으로 분류·규정될 수 있다.

필자는 광의적 의미에서, 한국 오순절 성령운동의 시기를 사회적 변화의 큰 격동을 따라 크게 해방 이전 시대, 근대화 시대, 세계화 시대의 세 시기로 구분하였다. 그 중 ‘해방 이전 시대’는 한국 초대교회 부흥기인 1900년대 초부터 일제시대를 거쳐 해방까지로 보고, ‘근대화 시대’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친 이후 근대화의 물결 속에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던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다. 그리고 ‘세계화 시대’는 세계화(globalization)의 물결과 인터넷에 개방되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에 이르는 시기이다. 필자는 각 시기가 한국교회 오순절 성령운동의 역사에 있어서 나름대로의 특성과 역할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한국의 오순절 성령운동에 대한 흐름을 역사적으로 고찰한 초기의 저술로는 변종호의 「한국의 오순절 신앙운동사」(1972)를 들 수 있다. 이 저작은 이후 한국 오순절 성령운동에 대한 연구의 기본적 자료로서 활용되었다. 그러나 좀 더 학술적인 체계를 갖춘 연구가 요청되던 차에, 이영훈이 연구한 해외 박사학위 논문인 The Holy Spirit Movement in Korea: Its Historical and Doctrinal Development(1996)는 한국의 오순절 성령운동의 역사를 국내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에 큰 공헌을 하였다.  

그 후 배본철의 『한국교회와 성령세례』(2004), 임군학의 “기독교 대한 하나님의 성회의 오순절 운동에 대한 연구”(2006), 그리고 구춘서의 “오순절 성령운동의 발전과 한국교회의 미래”(2012) 등이 이 주제에 대한 역사적 연구에 발전을 가져왔다.

이러한 연구에 힘입어, 필자의 글은 한국 오순절 성령운동사에 나타난 성령론적 특성의 성격을 시대적으로 구분하면서 분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 한국교회의 전 역사를 범위에 두고 또 범교단적인 차원에서 오순절적 성령론의 논제들을 분석하려 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각 시기마다 특별한 오순절적인 성령운동의 주안점들이 있었다는 점을 밝힐 것이다. 이러한 교회사적 분석을 통해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앞으로 성령운동이 나아가야 할 복음적 방향성을 뚜렷이 제시하고자 한다. 그래서 복음적인 역동성을 지닌 성령론을 바탕으로 오순절 성령운동이 한국교회에 더욱 큰 갱신과 활력을 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