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한국 학술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강혜진 기자

(사)평화한국(이사장 임석순, 상임대표 허문영)이 ‘분단 70년 성찰과 울림, 그리고 소통’을 주제로 한 통일 기획 학술 세미나를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외교협회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조한범 박사. ⓒ강혜진 기자

2부 세미나에서 “분단 70년의 성찰과 반성”을 주제로 첫 발표한 조한범 선임연구원(통일연구원)은 “전후 한국은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으나, 분단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이라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며 “남북통일은 한국사회의 완성과 새로운 국가 발전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분단 체제 한국사회의 비정상성에 대한 인식 해소를 지향하는 ‘성찰적 통일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분단 체제를 ‘한민족 생태계’가 파괴된 상태로 이해하고, 이를 창조적으로 복원하는 과정으로서 통일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남남 갈등을 포함하는 한국의 높은 사회 갈등과 실패 국가인 북한의 모습 역시 한민족 생태계 파괴의 결과이다. 통일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통일국민협약’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실패 국가 북한이 통일을 주도할 수 없으며, 분단 체제의 비정상성을 간직한 현 한국의 모습이 통일한국의 이상적 모습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선도형 통일’ 방안을 주목한다”며 “선도는 남북한 중 상대적으로 모범적인 주체가 미래지향적으로 통일 과정을 주도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또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경험이 없는 체제전환국가’와 ‘자스민 혁명 이후 중동 국가’의 혼란상은, 북한 내 긍정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통일로 이어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따라서 북한 내 긍정적 변화가 없을 경우 김정은 정권 북괴가 통일로 이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 내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예방적 관점’(Prevent Engagement Policy)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북한 주민의 인도적 위기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무한책임론을 견지하고, 식량과 의약품에 대해서는 조건 없는 지속적 지원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주민의 신뢰를 확보하지 않고는 통일이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혜진 기자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한 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두 번째 발표한 조용훈 교수(한남대)는 “한국교회는 이데올로기적으로 경직돼 있으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정당한 이유들이 있다. 공산주의의 실제를 목도하고 경험한 사람들에게 이데올로기 문제는 심리적 트라우마로, 이성적으로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내게 상처 준 사람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와 미움을 해소하지 않고는 건강한 현재와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며, 이는 개인적으로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중국 무협지에 나오는 원통해하는 스승들과는 달리,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원수를 사랑하라’고 부탁하셨다. 예수님도 상처가 깊은 분이셨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구원자를 향해 침을 뱉고 조롱하고 저주하며 십자가에 매달았다. 그런데 그분은 그 상처를 복수로 갚는 대신 사랑으로 승화시키셨다. 그래서 바울은 예수님을 ‘십자가 죽음으로 담을 허무신, 상처 입은 치유자’라고 묘사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 손양원 목사님도 상처 입은 치유자였다. 자신의 두 아들을 공산주의자 청년에게 잃어버렸다. 그런데 손 목사님은 그 청년을 용서했을 뿐 아니라 양자로 삼았다. 두 아들을 잃는 말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았으나, 그 상처를 복수가 아닌 사랑으로 갚았다. 손양원 목사님은 그 원자탄 같은 사랑으로 지역과 이념, 그리고 계층 간 갈등을 해소했다. 한국교회가 공산주의를 이기는 궁극적인 길은 손양원 목사님께서 보여 준 ‘사랑의 원자탄’ 같은 삶에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1부 개회사에 이어 2부 ‘분단 70년, 성찰: 세미나’, 3부 ‘분단 70년, 울림: 영역별 전문가 TED 발표’로 진행됐다. 임석순 박사(대신대 총장, 평화한국 이사장)가 개회사, 권영해 전 국방부 장관이 축사, 정장식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이 격려사를 맡았으며, 신동열(중앙대)·채수진(이화여대)·남승현(이화여대)이 앙상블 연주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파토스’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