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기독교 변증 콘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제4회 기독교 변증 콘퍼런스가 ‘죽음 후에도 삶이 있는가?’를 주제로 24일 서울 방화동 큰나무교회(담임 박명룡 목사)에서 개최됐다.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이 콘퍼런스에는 400여 명의 목회자와 신학생, 성도 등이 몰렸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입자물리학계 세계적 권위자인 권영준 교수(연세대 물리학과)가 ‘정신(영혼)과 육체에 대한 현대물리학의 이해와 한계’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는 자연과학의 발전과 밝혀낸 사실들을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고, 그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논의하고자 한다”며 먼저 진화생물학계의 연구 흐름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한 후, 뇌와 정신에 대한 현대물리학의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권영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권영준 교수는 “현대물리학에 의하면, 태초(빅뱅) 이전의 시간은 분명 물리학의 인식 영역이 아니고, 이는 즉 ‘하나님이 스스로 존재하는 영역’일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우주론(천문학·물리학)은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하나님의 부재를 증명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많은 무신론자들이 과학으로 신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하나님(神)의 존재 여부는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는 부분”이라며 “다만 이런 사고의 틀이 하나님을 뒷방 늙은이 같은 ‘틈새의 신(God of the gaps)’으로 격하시키지 않도록 끊임없는 신학적·철학적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진화론은 주로 생물학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물리학자 입장에서 볼 때 진화생물학은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consilence)>을 필두로 ‘융합’을 내세우며 인간의 본성을 비롯해 사회, 과학, 예술, 윤리, 심지어 종교까지 모든 학문을 진화생물학으로 설명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특히 생물학적 환원주의는 결국 모든 현상의 원인을 DNA 탓으로 돌리는 결정론적 입장을 취하는데, 이러한 환원주의를 고집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연 현상을 풍성하게 설명할 수 있다”며 “물리학자들의 연구 범위는 기본 입자(소립자)에서 우주 전체까지 범위가 굉장히 크지만 소위 ‘스케일(scale)’에 따라 현상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제가 입자물리학을 한다 해서 모든 현상을 이것으로 설명하려 하진 않는다”고 했다.

이후에는 최근 과학의 주요 연구 과제인 ‘뇌과학과 정신의 문제’를 살폈다. 그는 “뇌에 대한 현대과학의 입장은 간단히 ‘정신은 뇌의 기능만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신이나 영혼 등을 별도의 존재로 과학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결국 의식이나 자유의지 같은 부분도 마찬가지”라며 “적어도 생물학이나 신경과학에서는 자유의지 따위가 설 자리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철학이나 신학, 윤리학 등에서는 이것이 받아들일 수 없는 명제라는 데 문제가 있다”며 “이러한 생물학의 뇌에 대한 견해는 기독교 변증의 위기일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의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권영준 교수는 “물리학자로서 의문점은, 우리가 뇌의 작용을 가장 낮은 수준인 뉴런부터 가장 높은 수준인 전두엽까지 다 알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물리학에서는 원자의 구조를 파악하고 있지만 이것이 30개만 모여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데, 1,000억 개 정도 있다는 머릿속 뉴런의 움직임들을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뇌의 모든 반응들을 결정론적(환원주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류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콘퍼런스에는 변증에 관심을 가진 많은 성도들과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이대웅 기자

그래서 “생물학자들은 뇌의 화학과 물리학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설명할 수 있으나, 그것이 어떻게 자아 체험을 형성하고 뇌가 어떻게 의미를 창출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W. Prinz, 뮌헨 막스플랑크 인지신경과학 연구소)”는 말이 나온다는 것.

이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서 없는 것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그러므로 생물학적으로 정신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없다 해서, 자유의지나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천체물리나 우주에 관한 여러 관측 결과를 생각해도, 우주를 구성하는 전체 에너지 중 단 5%만 우리가 아는 물질(matter)로 이뤄져 있을 뿐, 27%는 암흑 물질(dark matter)이고 나머지 68%는 암흑 에너지(dark energy)”라며 “우리는 암흑 물질의 정체를 전혀 모르고 암흑 에너지는 무엇인지조차 아무것도 모르지만, 암흑 물질이나 암흑 에너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자연과학은 ‘존재론’이 아닌 ‘인식론’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며 “우리는 학자들의 발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그들은 진리에 근접한 현상을 발견했을 뿐 우주에 대한 본성적 진리를 발견한 것은 아니다. 물리학자들도 실험과 관측 결과를 통해 138억 년 전에 빅뱅이 있었으리라 추측할 뿐, 빅뱅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는 우리 우주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는 물리학자들의 인식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준 교수는 “그러므로 의식 내지 자유의지, 나아가 영혼에 대한 문제들은 생물학이 다룰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며 “불확정성의 원리로 대표되는 20세기 초반 현대물리의 태동이 그러했듯, 뇌 관련 연구도 비결정론 패러다임이 나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박명룡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후 박명룡 목사가 ‘영혼의 존재: 죽음 후에도 삶이 있는가?’를 발표했다. 그는 “영혼은 나의 본질적 요소로, 정신이나 마음, 영이 포함되고 생각과 욕구, 뜻과 의지도 해당하는 것일 수 있다”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육체에 병이 생기듯, 영혼과 육체는 마치 소금과 소금물처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물리주의(physicalism)에서는 정신적 실체가 물질적 실체와 일치하고, 인간의 뇌가 곧 마음과 영혼이라고 말한다”며 “그러나 정신적 속성(mental property)과 물질적 속성(physical property)이 일치하지 않듯, 뇌는 곧 마음이라는 명제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영혼이 뇌와 다른 근거로 △자아에 대한 기본적 자각 △1인칭 관점이 가능 △육체를 초월한 정신적 자아가 없다면 자기 정체성이 상실됨 △영혼이 없다면 자유의지와 자유선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됨 △물질만 존재한다면, 죄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등을 꼽았다.

박명룡 목사는 “이 모든 것의 대안은 ‘인격체 하나님’으로, 인간의 영혼과 의식, 생각과 이성, 마음과 도덕성, 수학적 진리나 이상 같은 것들은 인격적인 하나님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인간의 마음과 이성이 물질을 초월한 하나님으로부터 나왔다고 볼 때, 가장 자연스럽게 영혼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황윤관 목사(LA작은자교회)가 ‘동양 종교와 과학이 보는 의식과 영혼’, 안환균 목사(변증전도연구소장)가 ‘영원한 삶: 변증전도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각각 발표했다. 이 콘퍼런스는 큰나무교회와 변증전도연구소가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