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 소장(선교신학연구소). ⓒ크리스천투데이 DB

5. 보살 숭배 신앙

소승불교의 비구들은 8정도의 윤리를 수행하여 최고의 경지인 아라한이 되고자 하였으나, 대승불교의 비구들은 6바라밀(보살의 수행도)의 윤리를 행하여 부처가 되고자 하였다. 대승불교의 비구들은 아라한을 “자기 자신만이 깨달아 만족하고 있는 소승수행자”라 하여 비판하고, 자신들은 자기의 깨달음이나 해탈을 단념하고 모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사명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대승불교에서 보살 신앙이 언제부터 발전하였는지는 발견되지 않지만, 주후 1세기 인도에서 이미 보살파(Bodhisattva-Schule)가 있었다. 보살(Bodhisattva)이란 깨달음(bodhi)과 본질(sattva)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깨달음을 본질로 하는 자”라는 뜻이다. 구라마집(Kuramajiva)은 법화경을 중국어로 번역하면서 “보살”을 깨달음을 얻은 이상적 인간으로 번역하였다.

대승불교와 밀교가 확산된 동남아와 극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좋아하는 보살은 관세음보살(Avalokitesvara Bodhisattva)이다.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란 avalokita(looking on)와 ishvara(lord)의 합성어이며, 관(觀)이란 마음(心) 속으로 보는 것이며, 오온이 모두 비어 공함을 비춰보고 일체의 고액이 없는 자리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관세음보살은 본래 우주의 주체나 본체가 없는 것을 깨닫고 자유롭게 되어, 어떤 집착이나 장애가 없게 되었다 하는 것이다.

“자재”란 여러 곳에 자재로이 대응하여 마음에 동요가 없고, 얽매임이 없다는 뜻이다. 현장법사는 관세음(Avalokitesvara)을 관자재(觀自在)라 번역하고, 능력을 자유롭게 일으킨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관세음보살은 이와 같이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지만, 모든 사람을 진리로 인도하기 위해 열반에 들기를 미루었다는 보살로서 아미타불과 함께 점차 구세주로 숭배됐다.

대승불교의 보살숭배 신앙은 크게 두 가지 현상으로 구분된다. 첫째로 보살의 신격화이다. 보살은 처음에 아라한(Arhat)보다 지위가 낮았으며, 모범적인 삶을 살며 이웃을 사랑하고, 초능력과 지혜가 있는 사람으로 인정되었었다. 그러나 점차 괴로움을 벗어나려는 신도들은 신을 부르듯 보살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고(염불), 보살은 그를 부를 때 곧바로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고 믿게 되었다.

관세음보살의 몸은 3천 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와 같고, 마음이 관대하여 중생의 각기 다른 모습을 느끼며, 그 마음엔 슬픔이 없으면서도 몸은 눈물짓고, 사실은 공포가 없으면서도 몸은 전율한다고 한다. 보살은 자비하기 때문에 마음에 집착이 없으나, 다른 사람의 슬픔과 두려움을 자기의 것인듯 공감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체험이 실체험인지 가체험인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관세음보살조차도 실재가 아니다. 보살이 신격화되면서 새로이 발전된 것이 염불 신앙(주문)과 타력 구원 신앙이다.

관세음보살은 구제를 바라고 부르는 중생의 소리를 듣고 자유자재로 33개의 몸으로 나타나며, 그 몸은 벽지불, 성문, 범천왕, 비사문, 장군, 비구, 비구니, 소년, 소녀, 천신, 용, 아수라, 건달바 등이라고 한다. 이것이 그들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고 믿게 되었다. 보살의 도움으로 욕망에서 벗어나며 보호를 받고, 자식을 낳으며 양식도 얻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관세음보살 신봉자들에게는 온 천지 우주가 관음 뿐이며, 그가 유일한 “구세주”이다.

둘째로 보살의 수적 증대이다. 모든 사람이 불성을 지니고 있다는 대승불교 사상은, 부처가 되는 과정에 있는 보살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게 했다. 대승불교에서는 부처가 되기 전의 석가모니를, 신들에게 설법하며 도솔천에 거하던 보살이라 하였다.

관세음보살의 숫자는 늘어나, 209면의 얼굴과 천수 천안을 가지고 일체 중생을 제도한다는 천수천안관음, 중생이 정성껏 염불하면 그 음성을 듣고 구제한다는 십일면관음, 항상 깨끗한 곳에 살고 있는 백의(白衣)관음, 잡념 없이 풀만 뜯는 것 같이 일심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마두(馬頭)관음, 일체 중생을 구제하여 그 소원을 헛되지 않게 하는 불공견책(不空羂責)관음, 설법으로 중생들의 고를 없애고 일체 중생의 소원을 성취시켜주는 여의륜(如意輪) 관음, 처음엔 남자 보살이었다가 7세기 후에 밀교에서 아디(Adi-Buddha, 본초불)의 배우자(consort, 샥티) 백다라(white Tara)가 된 여자관음보살이 있다.

다라(多羅)는 현대 극동아시아에서 여자 보살로 즐겨 숭배되며, 중국에서 관음(kwanjin), 일본에선 관논(kwannon)으로 불린다. 다라의 뜻은 안정(眼睛) 또는 목정(目睛)이며, 관음보살의 눈동자에서 나왔다고 하고, 이들은 세간모(世間母) 또는 출세간모(出世間母)로 신격화되기도 하였다. 밀교에서 다라의 수효는 십여 종으로 늘어나, 위의 백다라와 록다라 외에도 홍다라(건강한 여신), 청다라(낭자를 하고 있다), 황다라(불쾌한 모습을 한 여신)등 각각 다른 색상을 지니고 있다.

미륵보살은 본래 석가모니의 후계자이며, 현재는 도솔천(33천)에서 56억 7천만 년을 머물고 제신들을 교화하고 있다고 하며, 그 후에 인간으로 응화하여 석가모니의 뒤를 이어 사바 세계에 나타나 중생을 제도한다는, 미래적인 부처이며 구원자로 숭배되었다.

인도에서는 3-4세기 아상가(Asanga)와 반슈반두(Vasubandhu)에 의하여 미륵이 숭배되었고, 중국에서는 4-5세기 미륵 숭배가 시작되었으며, 숭배자들은 미륵보살 앞에서 누구든지 도솔천에 도달하면 모든 사람들을 그곳에 이끌기로 맹세하였다. 미륵보살은 이와 같이 미래적인 구원자로 숭배되어 왔으나, 샤머니즘의 토양에서는 기복신앙적 대상으로 변모하여, 제주도의 돌미륵 “하르방”을 가벼운 출산과 건강과 장수를 주는 현재적 “구원”을 위한 신앙 대상으로 숭배하게 되었고, 대만에서 활짝 웃고 앉아 있는, 배가 크고 뚱뚱한 부처 형상도 역시 현세적 축복을 제공하는 불타로 숭배되고 있다.

이 밖에 유명한 보살들 중에는 석가모니의 두 제자로 모든 보살들 위에 있으면서 항상 교화와 제도를 보좌하는 문수보살(Munjusri)과 보현보살이 있다. 문수보살은 석가모니의 왼쪽에 있고, 사자를 타고 있으며, 지혜와 덕이 뛰어나다. 모든 보살은 샥티를 가지고 있으나, 문수 보살만은 그것이 없다. 보현보살은 석가모니의 오른쪽에 있고 흰 코끼리를 타고 있으며, 그의 포괄적인 행원으로 인해 일체보살의 행원이 보현보살의 행원으로 귀결된다.

지옥이 비기 전 성불하지 않겠다는 지장보살(Ksitigarbha)은 6도의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제도하겠다는 큰 원을 세우고, 염라사자 등 6사자를 파송하여 그들을 지도하게 하였다고 한다. 허공과 같이 파괴할 수 없고 능히 이길 수 없으며 많은 보배를 감추고 있다는 허공장(虛空藏)보살은, 일체 중생을 이롭고 즐겁게 하는 복덕과 지혜를 겸비했다. 네팔에서는 시바(Shiva)신도 보살의 하나로 섬기고 있다. 그 밖에 광명을 두루 비추는 듯한 공덕이 있는 일광(日光)보살과, 공덕이 달빛 같이 두루 원만한 월광(月光)보살 등이 있다.

티베트에서는 불교의 개혁가 달라이 라마(Dalai Lama)를 관음보살의 재생이라 하고, 판첸 라마(Panchen Lama)를 미륵보살의 현현이라 하여 2대 활불로 숭배한다. 달라이 라마는 사후 7주가 지나면 다른 모태에 전생한다 하여, 사후 10개월이 지나 탄생한 아이 중에서 신령한 아이를 후계자로 택한다.

한국에서는 승려들 뿐 아니라 무당들까지 모두 보살이라고 한다. 1990년 필자의 앞집에서 새로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던 부인은 오랫동안 “보살님들”을 따라 다녔다고 고백하며, 1989년 마포구 아현동 필자의 주택에서 한 채 건넛집에 사는 ‘칠성보살’도 찾아갔었다고 했다. 그가 찾아간 칠성보살은-그 간판과 같이-불교의 한 승려가 아니라, 술과 담배로 마르고 검게 찌들은 얼굴을 한 여성 무당이었다.

그 ‘칠성보살’은 나에게 “나한테 귀신이 붙어 이런 일을 하고 살고 있어. 시방은 먹고 살아야 하니 할 수 없어. 나도 다음에는 교회 나갈 거야. 시방은 안 나가. 나더러 교회 가자고 하지 말어”라고 고백하였다.

한국 무속신앙과 혼합된 불교는 석가모니(天지배), 관세음보살(현세지배), 지장보살(지하와 미래지배)을 3신 또는 3불제석이라 하고, 제석을 관세음보살의 환생이라고 한다. 그밖에도 일광제석, 월광제석 등이 있다. 단군신화의 환인(桓因)도 제석이라고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