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6장 청소년 강박증의 이해(1)

강박증은 대개 청소년기에 발현되는 편이다. 사춘기까지 존재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정신에너지가 결여된 경우 강박증이 유발된다고 보는 것이다. 강박증은 정신과 4대 질환 중 하나일 정도로 매우 흔한 질병이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10대 질환에 해당할 정도이다. 더욱이 강박증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시작됨에도, 긴 시간 수치심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참아 넘기거나 스스로 고쳐보려 노력하면서 지내는 편이다. 그러다 증상이 악화되어 괴로움이 심해지면 치료자를 찾는다.

1. 강박증의 기초 이해

강박증은 일반적으로 성격적 문제로 이해되는 편이다. 성격이 조금 까다로운 편으로 알려지는 정도이다. 이런 까다로운 성격으로 자신에게 엄격하여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정신장애로 이해되어야 한다. 전술한 대로 정신장애의 4대 질환 중 하나로 인정되는 심각한 정신장애이기 때문이다.

1) 강박증의 정의

강박증(obsessive disorder)은 집요한 생각에 지배되는 현상이다. 이 지배 현상은 정신병적 증상이다. 그들에게 강압적으로 밀려드는 고집이 센 관념은 개인의 이성(理性)이나 의지(意志)에도 불구하고 부적합한 행동을 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 증상은 정신을 지배하는 관념에 선점(先占)된 것으로서 항상 불합리한 행동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 강박적 행동에는 반드시 저항하기 곤란한 충동이 작용하게 되는데, 이 충동은 자신에게 보다 좋은 판단이나 의지에 대립되는 것으로, 어떤 행위를 하고자 하는 특성이다. 이런 강박적인 충동에 사로잡히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어떤 생각이 떠올라 불안하고,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행동이나 생각을 되풀이한다.

2) 강박증의 특이성

강박증에는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특이성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특이성은 강박증의 여러 유형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편이다. 이런 강박증의 특이성에 대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사고의 집착성이 강하다. 강박증은 집착성이 특징이다. 이런 집착성이 신경증적으로 되면 환자의 행동을 지배하는 강박관념을 특징으로 하는 강박신경증이 작용하게 된다. 이것은 그들에게 특정한 행위나 의례적인 행동을 환자 자신에게 강요하며,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반복되는 생각이나 요구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강박적인 충동을 유발시킨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강박증을 인격장애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이 관점에서의 강박증은 올바른 질서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엄격한 고집을 특징으로 한다. 이것은 과도한 억제, 지나친 양심적 강박, 과도한 성실성, 결단의 주저, 완벽성을 나타내게 되어 긴장을 풀지 못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더러운 것이 묻어 있다는 생각 때문에 수시로 손을 씻거나 샤워하는 것, 가스 밸브나 문을 잠그고도 안심이 안 되어 수시로 점검하는 것, 정리정돈이 안되어 있으면 불안해지는 것 등이 대표적인 증상들이다.

둘째로 편집증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강박증은 특성상 편집증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매우 집요하다거나 지적 정신병이라는 점, 그리고 타인에 대한 투사를 기제로 한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이트는 강박증을 편집적 사고와 같은 유형으로 분류한다. 특히 투사는 자신의 나쁜 면과 악한 면을 외부로 투사함으로써 자기 스스로를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나쁜 증상으로 보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측면이 강하다. 이런 투사에 강박증 환자는 자신의 지적인 열등감을 투사하는 편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내부로부터 오는 판단을 외부로 투사하여 즉, 외부로 향하게 함으로써 내부로부터 오는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할 수 있다. 이는 강박증이나 편집증이 집요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특징이기에 프로이트는 “자신이 견딜 수 없는 것에 대하여 강박적 및 편집적으로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강박적이고 편집스러운 것이란 대개 억압된 고통스러운 생각들이므로 그 고통스러운 생각은 자기 비난의 한 형태로 간주되는 것이기에 프로이트는 투사 기제란 보통 정상적인 삶에서 경험되는 것이며, 내적 변화가 외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되는 일반적인 것이라고 느꼈다.

그 과정은 내적인 변화를 인식하는 한에서는 비교적 정상적인 것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된다는 점에서 프로이트는 강박증을 편집증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정상적인 정서 상태라고 할 수 있는 굴욕감이 병리적으로 빗나간 형태로 보았다. 강박증의 주된 징후는 타인에 대한 불신 또는 과도한 민감성이므로 투사 기제는 자기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거부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어의 부분적인 실패, 그리고 그에 따른 억압된 생각이 왜곡된 형태로 되돌아오는 것은 자아의 이차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이는 우울의 형태, 즉 왜소함이나 무가치한 느낌의 형태를 띠거나, 아니면 과대망상증, 즉 자아가 스스로를 ‘거대하다고’고 느끼어 유식함을 자처하는 현학성 등의 더욱 심각한 투사적 망상을 사용해서 방어기제를 다시 만들어내는 형태를 띨 수 있다.

셋째로 자기애적 충동과 투사의 측면이 강하다. 이런 특성은 강박증이 편집증과 공통적인 점이다. 프로이트는 ‘방어의 신경 정신병에 대한 보충 설명’이라는 논문에서, 출산 후에  편집적 징후를 보이는 젊은 어머니의 사례를 논의한다. 그는 그 징후의 방어적 측면을 더욱 강조하면서 그것을 우울한 기억에 대한 억압과 관련시킨다. 여기에서 다시 견딜 수 없는 생각의 부담은 투사 기제를 통하여 완화된다.

유아적인 성적 경험에서 파생된 죄책감은 환각적인 비난의 목소리 형태로 다시 나타나며, 이것은 환자가 자기 비난에 대하여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강박적 상태에서 최초의 자기 비난은 억압되고 자기 불신으로 대치된다는 사실에 주목하지만, 편집증에서 자기 비난은 억압되고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투사된다.

그럼에도 망상적 생각의 형태로 되돌아오는 억압물은 자아에 의해 수용되어질 것을 요구하며, 자아는 방어의 보존을 위하여 이러한 생각에 적응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망상적 생각은 이차적인 방어의 사용을 거쳐서 자아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보면, 강박증도 편집증처럼 애정어린 충동이 적대적 충동으로 변하고, 사랑이 증오로 변한다는 사실과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이는 강박증이나 편집증이 유난히 자기애적인 충동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2. 강박증상의 이해

강박증은 집요하게 매달리는 관념이나 사고에 지배되는 행동의 현상이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강박증은 이런 현상을 벗어나기 위해 더 강박적이 되는 역설적인 측면이 있다. 그것은 강박사고를 중단하고 무시하고 두려운 결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예방하려는 의도에서 더 강박적이 되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강박증상에 대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정리할 수 있다.

1) 의례적 행위의 시도

강박증 환자들은 그들에게 일어나는 강박적인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생각이나 특정한 행위를 시도한다. 그것이 바로 생각으로 해소하려는 강박사고 또는 의례적인 행위(ritual)이다. 이런 행위들은 사실상 본인이 원치 않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것들이면서 그것을 떨쳐버리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들은 걱정이 시작될 때마다 의례적 행동을 해야만 한다고 느끼므로 강박사고는 환자들에게는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이나 이미지이고 강박행동은 그런 불안을 없애는 어떤 행동이나 생각인 것이다.

그러므로 강박증은 강박적인 사고로 인해 야기되는 심리적인 고통을 강박적인 행동을 시도함으로써 해소시키려는 현상인 것이다. 반복적이고, 부정적인 생각, 이미지나 충동들의 강박사고들은 불안, 두려움, 혐오, 수치 등의 심리적 고통을 유발시키게 될 때 반복되는 사고와 이미지나 행동들에 관련되는 강박행동을 취한다. 이런 행동을 통하여 그들은 그 고통을 일시적으로 감소하거나 해소시키려는 것이다.     

2) 신경증적 불안의 발현

강박증은 불안증을 기초로 한다. 강박증의 불안은 그들에게 중요하게 작용하는 정서적인 특징이다. 이 불안의 특징이 일종의 신경증적인 성격이 가미되어 강박적 불안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이는 강박증이 불안신경증으로 분류되는 측면인데, 이는 그들에게 어떻게 될까봐 걱정되는 미래에 집중되는 노이로제적인 성격이 가중되어 반복적인 확인을 요구하고 걱정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미래에 집중이라고 했지만, 더 정확하게는 미래에 대한 집착이라고 해야 한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 그리고 염려에 집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누가 현관문을 닫은 후에 실제로 잠근 것인지 아닌지를 걱정하기 시작한다고 하자. 그러면 잠그지 않은 문을 누가 들어와서 가족의 물건을 훔치거나 그의 가족들이 집에 왔을 때 그들을 해치기 위해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불안에서 그는 자신의 안전을 확신하기 위해 집을 나서기 전에 잠근 손잡이를 여러 번 빠르게 위아래로 움직여서 확인해야만 한다. 이런 현상은 신경증적인 불안의 발현이라고 보아야 한다.

3) 반복적 행동 시도

강박증은 반복성을 기초로 하기에, 반복적 행동을 시도한다. 이러한 반복성은 생각이 반복되거나 행동이 반복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행동의 반복은 생각의 반복으로 나타난 것으로서 그 유형을 결정짓는 기준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그들이 어떤 행동을 반복하느냐에 따라 그 유형의 강박증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반복성은 증상을 발전시키며 인격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강박행동에서 문을 확인하기처럼 성가신 정도이거나 또는 손-씻기처럼 인간을 황폐화시킬 수 있지만, 이런 황폐화는 정신분열증에 비하면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정도이다.

더욱이 강박증의 반복성은 보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신뢰하지 못한 데 있다다. 이것은 자신의 행동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여 다시 행동하게 되는 현상이므로 강박증에서 씻기, 접촉하기, 물건 확인하기, 정확한 순서로 놔두기, 행위나 말, 문장, 숫자, 기도를 반복하기 등의 의례적인 행위들은 모두 불안(distress)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강박증은 불안장애로 분류되기도 한다. 범불안, 공포증, 두려움을 경험한 증상들을 포함하는 심리적 문제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물론 강박증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DSM의 진단기준에 해당되는 증상을 가져야 하고 전문가들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르면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이 환자의 일상생활과 직업활동을 방해할 정도로 심해야 한다. 수년 동안 세계인구의 0.5%는 강박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다가 최근에는 2.5%로 증가하였는데, 미국에서는 약 5백만 명이 강박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을 정도이다.

3. 강박증상의 행동적 특징

강박증은 어떤 관념이나 사고에 강박적으로 지배되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런 강박증은 그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경도의 강박적인 의례적인 행위를 경험하거나 또는 지나치게 걱정하는 정도이면 스스로 통제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중등도의 강박적인 걱정이나 강박적인 행동을 경험한다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더욱이 강박사고가 심하고 잦으며 의례적인 행위가 광범위하다면, 전문가에 의한 체계적인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이런 증상의 정도와는 다르게 강박증은 어떤 경우라도 증상을 겪는 고통이 따르게 마련인데, 여기서는 강박증상의 특징들을 주로 반복성이라는 행동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씻기와 청결성

씻기와 청결성은 강박증의 매우 특징적인 것이다. 이들은 자기 자신이나 주변이 불결한 것을 견디지 못하여 반복적으로 씻고, 또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른바 청결벽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실로 반복적으로 씻고 청결하려는 사람들(washer & cleaners)이다. 이 강박증은 접촉이 중요한 것으로 어떤 상황이나 대상에 접촉하여 오염된다고 생각하는 현상이다. 접촉은 피부에 불편한 감을 주어 이들로 하여금 이 감각을 제거하도록 만든다. 이들의 씻기와 청결성은 오염과 질병을 유발한다는 불안의 심리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불안의 심리는 이들에게 특정한 물건이나 상황에 오염되었다는 강박사고를 갖게 만드는데, 예를 들면 신체분비물, 세균, 질병, 화학물질들에 의해 오염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그들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나치게 손을 씻거나 오래 샤워하거나 몇 시간 동안 청소하는 등의 의례적인 행위를 시도하는 이유이다. 이런 행위의 종국은 말할 것도 없이 질병으로 인한 죽음이 바탕을 이룬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꼴리니코프 청년이 돈 많은 전당포 노파를 도끼로 찍어 살해하고 난 후에 밤마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손을 씻었다는 얘기는 이를 반증할 것이다. 물론 이 청년은 양심이 괴로워 손을 씻은 것이지만, 반복적으로 손을 씻는다는 점에서는 손씻기와 다르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반복적으로 손을 씻는 사람은 오염불안 때문만이 아니라 양심의 불안 때문에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만 이것은 오염불안이나 양심의 불안은 그 성격이 다르긴 해도 불안을 기초로 하는 신경증적인 특성을 공통점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서로 일치되고 있다. 특히 이런 강박적 행동의 씻기와 청소하기는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30분에서 10시간까지 계속하는 등 그 기간도 다양하다. 그런가 하면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조치를 취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오염물질에 접촉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집의 어떤 방을 폐쇄하거나 마루에 떨어지는 어떤 가정용 물건도 만지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2) 반복적 확인 심리

반복적 확인은 불안한 심리적 행동이다. 반복적인 확인은 일상의 생활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는 반드시 필요한 행동이지만, 그 정도에서 지나친 것이 문제이다. 이런 반복적인 확인은 그들의 불안심리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외출하려고 문을 잠궜는 데도 믿지 못하여 몇 번이고 반복한다고 생각해 보라. 이런 행동을 보고 있는 경우라면 누구나 그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정상적인 측면에서 반복은 한 번이면 족하기 때문인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것을 두 번 정도 아니 그 이상을 할 수도 있다. 더욱이 이런 불안의 심리는 일종의 의심의 특성을 포함하고 있는데, 자기의 행동에 대하여 확신하지 못하고 의심하므로 다시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동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로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사람들(checker)인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화재를 막기 위해 난로와 전기기구를 확인하거나 도둑을 막기 위해 문을 잠그고 실수나 비판을 막기 위해 자신이 했던 일을 다시 확인한다. 그래서 그들은 일단 물건을 확인하고 즉시 자신이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을 마쳤는지 아닌지 의심하고 다시 확인해야만 한다. 이런 행위는 현상적으로는 미래적이지만, 그 원인론적으로는 과거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과거에 적절히 확인하지 않음으로써 커다란 재앙을 체험했는지도 모른다. 그 재앙의 경험은 이제 실수의 원인으로 생각되므로 철저히 확인해야만 한다. 그러니까 그들의 반복적인 확인을 강요하게 만드는 원인은 바로 잠재적 재앙에 따른 실수이다. 이는 그들이 몇 시간동안 이런 확인, 의심, 다시 확인하는 헛수고의 악순환 과정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3) 반복적 행동 시도

반복적 행동은 강박증의 일반적인 특성이다. 반복적인 행동은 모든 강박증상에서 공통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박증은 그 특성상 생각이나 행동에 반복적 측면이 있고, 그런 측면이 바로 강박성을 대변하는 특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반복적 행동을 구분하려는 것은 특정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취하는 제한적 행위를 의미한다.

이런 반복적인 행동은 대개 그것이 생각하는 경향으로 현실화되지 않기 위해서 취하는 행위이다. 반복적인 행동은 반복해서 씻거나 확인하는 증상처럼 공포스런 재난을 피하기 위하여 특별한 행동을 반복한다. 그러나 반복해서 확인하거나 씻는 증상과 달리 반복해서 어떤 행동을 시도하는 강박사고와 의례적인 행위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 주변에도 증상이 심하지 않을 뿐, 어느 정도 반복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repeater)이 있다. 이들의 반복된 행동은 심리적 측면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기에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 원리에서 무엇이 그 행동을 하게 만드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아마도 두려운 것이 일차적이지 않을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단 두려운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이 현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두려움과 관련된 반복적인 행동은 역시 불안이 그 기저를 이룬다. 이는 현상적으로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증상과 다르지 않다. 가급적이면 파국상황을 피하거나 중화시키려는 목적으로 반복해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복적인 행동의 증상은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증상과 차이를 보인다. 그것은 강박사고와 행동 간에 논리적인 연결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4) 정리정돈의 문제

정리정돈은 생각보다는 행동을 우선으로 하는 문제이다. 정리정돈의 증상은 자기의 하는 일이나 물건을 반복적으로 정리하고 정돈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 증상의 사람들은 그대로 두면 불안한 심리 때문에 자주 정리해두어야만 직성이 풀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정리정돈은 치워둔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청결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런 행동은 분명히 어지러진 물건들을 정리하여 말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리정돈은 현상적으로는 청결의 문제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방법의 문제라고 해야 한다. 그들은 무엇이든지 정리해 두어야만 하고, 있어야 할 것이 그대로 있어야 보존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물건의 정리만이 아닌 물건의 정리로 인해 안정되거나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의식적 반복은 마술적이고 보호적인 특성과도 같다. 우리의 주변에도 반드시 질병은 아니어도 반복적으로 정리하고 정돈하는 사람들(orders)이 있다. 이들은 어떤 엄격한 방식으로 어떤 사물을 그 주위에 정리하고 정돈할 것이다. 이런 증상의 사람은 하나의 주름도 없이 침대를 나무랄 데 없이 정리할 것이다. 또는 비타민을 부엌 선반에 일정한 모양으로 얹어 놓고 그것을 다른 데로 옮겨 놓을 때도 일정한 방식으로 재배열해야 한다. 이런 증상은 엄밀한 의미에서 물건의 정리만은 아닌 심리적 정리일 것이다. 물건이 자신의 의도한 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를 못 마땅하는 것은 이미 마음에 정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리정돈의 강박증은 적절한 자리에 사물이 놓여 있는지 확인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또한 나름대로의 방식이 흐트러졌을 때는 즉시 알아차리고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현상은 불편함을 넘어 분노로 이어지게 된다. 종종 그들은 다른 증상이 자신의 소유물을 재배치하였을 때 극심하게 분노하는 것이다. 물건의 배치는 마음의 배치이기 때문이다. 그 물건은 내 마음 속에 이미 이렇게 배치되어 있는데, 누가 그것을 흐트려 놓았는가에 대한 분노이다. 이런 분노감은 사실상 강박증의 지배력과 관련되는 부분인 것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의 지배력에 대하여 굴복하지 않은데 대한 분노인 것이다.

5) 수집벽의 문제

수집벽은 물건을 무조건적으로 모으는 현상이다. 이런 물건 모으기 또는 물건을 수집하기는 단순한 취미의 수집광 차원을 넘어 병적인 현상이다. 수집광은 강박증의 흥미로운 특성으로서 이들은 사소한 물건도 못 버리고 모으는 증상의 사람들(hoarder)이다. 이런 수집벽을 가진 사람에 대하여 최근에는 물건을 모아서 쌓아둔다는 점에서 저장(貯藏)강박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하찮은 물건을 모으면서도 그것들을 쉽게 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버리지 못하고 무조건적으로 모으는 강박증은 길을 가다가도 어떤 물건을 보면 나중에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모으고 집에 보관한다. 이들은 아마도 하나의 기준에서 어떤 물건이든 간에 모두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신문도 맘대로 버리지 못하고 모으게 될 것이다. 신문에는 유익한 지식이나 정보가 가득히 들어 있기에 언젠가는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강박증의 여자라면 바자회마다 다니면서 끝날 때쯤 싼 의류들을 엄청나게 싸게 사다가 집에 가득 쌓아둘 것이다. 그러면 그 물건들은 집 입구에서부터 요란하게 쌓여 있으므로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여간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수집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는 심리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채워지지 않은 허전한 마음을 물건으로 가득 채우려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실로 그들은 무엇인가를 가져야 하고 채워야 하는 빈 마음을 물건으로나마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은 알고 보면 애정의 결핍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 언제나 물건에 더 집착하는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할 아이들이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일수록 물건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사랑으로 채워야할 마음에 물건으로나마 채우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쇼핑중독을 들 수 있는데, 쇼핑중독은 대체로 부부간 애정 결핍 때문에 그러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수집광이나 수집벽을 가진 강박증도 이런 현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허전하고 빈 마음을 채우려는 노력은 물건을 가질수록, 아니 모을수록 더 허탈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마음은 마음으로 채우는 것이지 물건으로 채우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집적인 강박증은 흔히 다른 강박환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강박적으로 손을 씻거나 확인하는 증상들은 다가올 일들을 깊이 생각하면 혼란스러워 하고 그들의 강박적 행위에 대해 걱정한다. 때로 손을 씻는 증상이라도 매일 손을 씻지 않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확인하는 증상도 난로가 꺼져있는지 확인하려고 오래 동안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반면 전형적인 수집광은 모아두고자 하는 마음에 저항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수집벽을 버리고 싶어 하는 수집광이라면 강박적 손 씻기와 확인하려는 증상들처럼 그런 행동을 못하게 했을 때와 똑같은 불안을 느낀다. 끊임없이 모으는 일을 계속함으로써 그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6) 생각만의 의례적인 행위

생각의 의례적 행위는 문자 그대로 행동이 없는 생각만의 현상이다. 그것은 행동이 없는 채 생각으로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행동이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 생각이 바로 현실적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생각 때문에 괴로워한다. 생각이 바로 의례적 행동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의례적 행동의 강박증은 강박적인 사고를 떨쳐버리기 위해 특별하고 정확한 사고의 결론들을 실행해야 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생각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므로 그런 생각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지나치게 양심적인 측면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에 대하여 과도하게 반응한 결과일 것이다.

어머니를 성적으로 해칠 것 같은 어느 남자 대학생이 상담치료를 받으러 왔다. 이제 그는 어머니가 아니라 모든 여자들을 성적으로 해칠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심리적 상태와는 달리 전혀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지나치게 양심적인 사람으로 남에게 도저히 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착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대학생은 그런 무례한 생각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이는 지나치게 양심적인 현상으로 그에게는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생각적인 행동이며 현실인 것이다. 우리의 주변에도 생각으로 의례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thinking ritualizer)이 있다. 이들은 불안을 유발하는 생각이나 이미지, 강박사고에 대항하기 위해 강박적 사고행위(thinking compulsion)라고 부르는 반복된 사고와 이미지를 떠올린다.

표면적으로 생각으로만 의례적인 증상들은 반복된 생각만 가지고 있으며, 의례적인 행위는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강박사고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적으로 강박사고적인 사고는 불안과 고민만을 유발한다. 그러나 생각으로 의례적인 강박증은 강박사고를 가질 뿐 아니라 강박사고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생각으로써 의례적인 행위를 시도하게 된다. 이들의 핵심은 행위가 아니라 의식적인 사고로서 가장 흔한 의식적인 사고는 기도하기, 어떤 단어, 문장을 반복하기, 숫자 세기 등이다.

어떤 증상들은 숫자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숫자 4는 불행을 가져오고 숫자 7은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그들은 숫자 4가 떠오를 때마다 불행을 막기 위해 숫자 7을 여러 번 반복한다. 생각의 의례적 증상은 또한 안전을 확신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떤 사건을 자세히 기억하거나 자신이 정해놓은 생각들인 정신적인 목록을 반복한다. 나이 많은 증상이 혹시 알츠하이머병을 자신에게 유발시키지 않을까를 확신시키려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중요하지 않은 사건들을 기억하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시험하는데 매일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7) 순수한 강박사고의 문제

순수한 강박사고는 행동이 아니라 단순히 생각에 집착하는 편이다. 이런 현상은 전술한 생각으로의 의례적인 행위와 유사한 점이 있지만, 이들은 의식적으로 사고하는 증상과 내부적으로 비슷한 대화의 형태를 경험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점을 보인다. 이들은 부정적인 사고를 자각하면서도 고통을 경험하기에 안심할 수 없는 사고는 불편함을 감소시키지만, 이들에게는 극단적으로 흐르게 되어 조절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이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과거의 돌이킬 수 없는 생각들이다. 전쟁터에서 동료들의 죽음에 대한 강박적인 사고를 가진 증상의 경우 자신의 올바른 행동을 취하지 못했음을 비난한다. 교통사고에서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증상이라면 그의 잘못된 행동을 비관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때의 장면을 수시로 시각적으로 떠올려 괴로워한다. 이런 강박증은 일종의 양심 불안의 현상으로 반복적으로 걱정하는 증상과 순수한 강박사고를 하는 사람들(worrier & pure obsession)이다. 이들은 조절되지 않는 분노를 일으키는 부정적 생각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그러나 다른 강박증상과 달리 손을 씻거나 문의 자물쇠를 확인하는 등의 반복적인 행동은 없을 뿐 아니라, 기도하거나 숫자 세기 같은 강박 사고 행위(thinking compulsion)도 없다. 그들의 걱정은 매일 늘상 일어나는 하찮은 일이나, 위협적이거나 폭력적인, 심지어 부끄러운 생각에도 반복해서 걱정하게 된다. 흔한 예로는, 건강과 관련된 문제나 과거의 충격적인 사건을 곰곰히 생각하거나 또는 미래의 업무에 실패할 것 등을 걱정하는 것 등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증상의 경우 시장시세가 폭락하여 그의 모든 자금을 잃어서 자녀들을 교육시키지 못할 것을 걱정하느라 매일 몇 시간을 소비한다. 그러나 그들은 근심을 일시적으로 덜어낼 수 있는 어떤 강박적 행위도 하지는 않는다. 더욱 심한 경우는 부적절한 성행위에 대한 수치스러운 이미지나 자기 자신이나 사랑하는 증상을 죽이거나 해칠 것 같은 충동을 갖기도 한다. 이런 생각들이 몇 시간이나 며칠 후에 현실화되지 않을까 반복해서 걱정스럽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