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2장 가정폭력에 대한 이해와 상담

가정폭력은 가족 내부에서 발생되는 문제이다. 그런데도 가정폭력은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져 공공연히 자행되어 왔다. 이런 가정폭력은 지금까지 가정 내, 특히 부부관계에서 발생되는 문제라는 측면에서 가급적 조용히 감추고 싶어 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런 이유로 실제보다 축소되거나 은폐되어 사회 문제로 쟁점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런 가정폭력이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공론화된 것은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이다.

1. 가정폭력과 청소년

가정폭력은 이제 사회 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1년 5월, 대한민국의 가정폭력은 영국이나 일본보다 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절반 가까이가 10년 넘게 시달렸다고 호소했지만, 이 가운데 7.9%만 별거나 이혼을 택했을 뿐, 대부분 그저 참고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사회적 편견이 신고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했을 수 있다.

1) 가정폭력의 정의

가정폭력(家庭暴力, domestic violence)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을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배우자학대, 아동학대, 노인학대 등이 포함된다. 또 대부분의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성적(性的) 학대를 받는다. 이러한 가정폭력은 빈번히 일어나며, 은폐성이고, 상습적이며, 남성 주도적, 지속적, 세대 전수성이라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폭력이란 남성이 여성을 통제하고 통제력을 다시 얻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리고 폭력은 가부장제 이익에 이바지하는 공격적인 기술인 동시에 버림받음에서 나오는 분노와 증오성의 결과로 이해했다.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은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인 폭력 등 다양한 형태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살인과 죽음으로까지 이어져 그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가정폭력의 개념에 대한 정의에서 우리는 중요한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가정폭력이 하나의 개념으로 일치되지 않는 점인데, 학자마다 가정폭력(domestic or family violence), 배우자학대(spousal abuse), 부부폭력(conjugal violence), 아내폭행(wife assault), 아내구타(wife battering), 아내학대(wife abuse), 남성폭력(male violence)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가정폭력에는 아내폭력, 남편폭력, 존속폭력, 형제자매간 폭력 등 행위자와 대상에 따라 하위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아내폭력은 부부폭력과는 달리 배우자인 남편이 일방적으로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때린다는 점에서 폭력성이 심각하다. 

2) 폭력과 학대의 연관성

일반적으로 폭력은 학대와 연관되어 설명되는 편이다. 개념정의에 있어서는 폭력과 학대를 구분하여, 폭력은 신체적 공격행동의 모든 형태를 포함하는데 반해, 학대는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신체적인 공격행동에서부터 비신체적인 학대행위에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뜻으로 쓰인다. ‘학대’나 ‘폭력’이라는 용어는 여러 학자들에 의해 신체적으로 가족 구성원을 때려서 상처를 입히는 것, 실제로 상해를 입히지 않더라도 상대방에게 상처나 해를 입힐 의도를 가지고 사람을 때리는 행동, 상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폭력행동, 실제로 전혀 때리지는 않았지만 언어적, 심리적, 정서적 폭력이나 학대에 대한 용어로 적용되면서 지금까지 구별 없이 사용되어 왔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우리는 가정폭력의 학대의 의미, 학대의 범위, 학대의 빈도, 학대의 대상, 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학대(abuse)와 폭력(violence), 구타(battering)는 비슷하지만, 그에 따른 의미 차이를 구분해야 한다. 폭력은 상대에게 신체적인 손상과 고통을 주려고 하는 의도적인 행위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타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인 학대를 통칭하고 있지만, 신체적인 공격행위를 강조할 때 사용된다. 학대의 대상은 결혼관계에 있는 법률적 배우자에게 초점을 두고 있지만, 법적인 관계가 아닌 전 배우자나 동거상태의 사실혼 사이에 있는 관계에서도 폭력이 발생되고 있다.

둘째, 학대의 범위와 관련되는 문제이다. 학대란 타인을 신체적으로 해칠 의도로써 수행한 행위와 그러한 의도를 가졌다고 인정되는 행위이며, 신체적인 행위의 범위는 손바닥으로 때리는 가벼운 통증에서부터 살인까지이다. 다시 말하면 학대란 밀거나 따귀 때리는 것에서부터 도구나 흉기를 사용하는 것, 비난과 욕설, 성적인 압박 등과 같은 신체적, 비신체적(심리적, 성적)인 위협행위를 포함한다. 이런 관점에서 학대는 폭력과 구타를 포함하는 가장 폭력적인 개념으로서 의도적인 신체적, 비신체적 공격행위로 외상적 사건(Traumatic event)이며, 신체적 고통과 함께 심리사회적 손상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학대의 빈도에 관한 문제이다. 학대의 빈도는 학대행위가 일회성인지 반복적으로 지속되는지에 따라 분류하는 기준이다. 심각한 폭력의 경우는 단 1회일지라도 학대성을 가진 폭력으로 보는 방법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심각한 폭력만을 학대성의 폭력으로 간주하는 방법이다. 학대가 자주 행해지는 것과 간헐적으로 행해지는 것에는 그 성격적인 측면이나 강도의 측면에서의 차이라고 볼 수 있는 점이다.

넷째, 학대의 대상을 포함하는 문제이다. 학대의 대상을 배우자를 포함한 현재 가족구성원 뿐 아니라 전 배우자, 동거상태의 구성원을 모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또한 밀거나 때리는 행위부터 흉기 사용 및 위협을 포함한 신체적인 측면과 비난, 욕설, 지속적인 의심, 사회적인 고립의 강제, 배우자로부터 받은 성적인 수치심, 성적인 압력 등의 비(非)신체적인 측면들도 학대의 범위로 보아야 한다. 학대의 빈도측면에서 학대행위가 반복적이거나 일회성이라도 심각한 폭력의 경우에 모두 학대이다. 여기서 학대는 신체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심리적, 언어적, 정서적, 성적인 개념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3) 가정폭력의 실태와 청소년의 문제

가정폭력은 다양한 측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신체적 폭력이 가장 많은 편이다. 신체적 폭력에는 주먹으로 얼굴 또는 머리를 때림, 발로 참, 밀침, 머리를 잡아당김, 짓누름, 목을 조름, 물건으로 때림, 물건을 부숨, 끓는 물이나 찬 물 뿌림, 담뱃불 들이댐, 침을 뱉음, 방에 가둠, 다쳤는데도 병원에 보내지 않음, 그 밖의 일방적인 폭력행위를 가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다음으로는 언어적 폭력을 들어야 한다. 언어 폭력에는 욕설, 폄훼하는 발언, 비방하고 다니는 행위,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협박하는 행위 등이 일어난다.

정신적 폭력에는 무시, 일거수일투족의 감시, 애완동물을 학대하는 등 스트레스가 되는 행위 되풀이 등이 해당된다. 성적 폭력에는 성교 강요, 피임을 하지 않음, 특별한 행위를 강요, 이상한 질투, 강간 등이 있으며, 낙태 찬성자들이 낙태를 시키지 않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11월 ‘부부 강간죄’를 인정한 세 번째 판결이 있었다. 경제적 폭력에는 직업을 갖지 못하게 함, 생활비를 주지 않음, 지출한 내용을 세세히 체크함, 집안의 돈을 동의 없이 가지고 나감, 무계획한 빚을 되풀이해서 내는 것 등이 해당한다. 그 외에도 사회적 격리가 있다. 사회적 격리는 친가(親家)나 친구들로부터 격리시킴, 전화나 편지의 발신자 및 내용을 집요하게 캐물음, 외출을 방해함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가정폭력은 한편으로 유형을 나타내는 것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폭력의 영향력을 드러낸다. 이런 것들은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정신경험을 하게 만드는 점에서다. 그리고 가정폭력을 경험한 청소년들이 치료되지 않고 성장하면, 평생 좋지 않은 삶을 살 수도 있다. 그것은 멀리 갈 것도 없이 가정과 학교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사례 연구에 의하면 학교폭력가해자들의 대부분은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언어적인 폭력과 신체적인 폭력을 동시에 경험한 경우였다.

2.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의 관계

건전한 삶을 유지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가정과 평화롭고 친화적인 학교를 지향함은 건강한 사회의 목표이다. 그런데 학교폭력은 조직화되고 반인륜적인 모습으로 집단폭력의 고통에 시달리다 자살을 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심각성이 큰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확실하게 인과관계가 있는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정책도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가정폭력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부의 가정폭력상담소 등 시설 숫자나 피해지원의 실적은 매년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1) 학교폭력의 원인으로서 가정폭력

학교폭력의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의 관련성에 대해서 주목하게 된다. 이 관련성은 청소년들의 학교폭력 문제 해결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에서다. 따라서 가정폭력의 경험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폭력은 학교폭력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중학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어느 설문조사의 결과 가정폭력의 노출경험은 학교폭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폭력에 노출된 어린이의 경우 폭력행위를 학습하게 되면서, 피해자에서 또 다른 가해자로서의 삶을 사는 안타까운 운명에 처해지는 대물림의 현상을 가져오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가정폭력은 폭력행동이 개인과 그 가족의 인격발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매우 크고 위험성이 높다. 이런 폭력행동이 반복되면 마침내 가정파괴로 이어져 각종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정폭력은 중요한 사회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최근 학원폭력에 연루된 대다수 청소년들의 행동이 성장기의 폭력경험과 관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성장과정에서 폭력을 목격하거나 폭력을 당한 경험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다. 이것은 장차 폭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예방적인 대안이 제공되어야 할 필요성이다.

행동이론에 의하면 공격성과 폭력은 다른 사람, 특히 가까운 가족과의 상호작용으로 가정폭력에 노출됐던 경험자는 모델링과 강화를 통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구의 조사대상자들인 학교폭력 가해자들도 10년 이상 오랜 동안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어 자신을 폭행한 가해자인 부모를 모델링하고, 정체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가 하면 자아존중감 척도(Index of Self-Esteem: ISE)에서도 남학생들의 점수는 70점을 상회하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결과를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아존중감 척도값이 높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보다 학교폭력의 가해 강도가 높았으며, 정신장애를 가진 사례도 모두 남학생으로 증상의 정도가 심각할수록 표출되는 공격성(폭력)도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정신장애를 가진 경우에 모르는 타인이 자신을 힐끔 쳐다보거나 웃는 것 등의 의미 없는 행위도 피해망상적인 사고로 인하여 자신을 비웃는 것이라고 해석하여 분노가 발생되고 있다. 폭력을 행사하는 청소년들은 이러한 분노를 통제할 능력의 결여로 인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정신장애를 가진 경우도 다른 문제를 가진 경우보다는 폭력의 빈도나 강도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2) 학습장애 원인으로서 가정폭력

가정폭력은 청소년의 성격특성과 학교폭력에 영향을 끼친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은 가정폭력을 경험하였으며, 부모간의 가정폭력을 목격한 경험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가정폭력 경험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은 폭력(학교폭력) 뿐 아니라 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 문제는 폭력(10명), 도벽(3명)등의 비행과 낮은 학업성취(10명), 낮은 자긍심(9명), 가출(9명), 무단결석(9명), 음주와 흡연(7명), 정신신체증(4명), 정신질환(4명), 학교에의 탈락(3명), 자해(2명), 난폭한 운전, 문란한 성행위(각각 1명) 등이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우리는 크게 학교적응 장애, 행동장애, 정신과적장애의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가정폭력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는 자신이 경험한 가정폭력과 부모간의 가정폭력 목격경험 정도의 차이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경미한 정도의 가정폭력, 즉 부모에 의한 언어적인 폭력, 훈육적인 체벌을 받은 경험과 부모간의 언어적 가정폭력을 목격한 경우를 경험한 한 사례에서는 학교부적응(낮은 학업성취, 무단결석), 행동장애(가출, 무분별한 쇼핑, 비행: 폭력, 도벽 등)이 나타난 것뿐 아니라 자긍심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ISE척도 값은 40~62점 사이로 임상적으로 자긍심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된다. 상기의 결과는 폭언은 단지 신체적인 상처로 노출되지 않을 뿐이지 청소년의 정서적, 심리적인 면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한 연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심리장애 원인으로서 가정폭력

그러나 심각한 수준의 가정폭력, 즉 심각한 신체적 가정폭력 경험과 부모간의 심각한 신체적 가정폭력을 목격한 경우를 경험한 사례는 총 6가지 사례로, 이중 4가지의 사례에서 정신장애가 나타났다. 그러므로 자신이 경험한 가정폭력과 부모간의 가정폭력 경험의 목격정도가 심각할수록 정신질환을 가지는 것으로 분석되어 가정폭력경험은 개인 내적 문제해결의 기술부족으로 성장하면서 정신질환을 가진다고 보고한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연구에서 나타난 정신질환은 경계선성격장애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례에서 표출되는 폭력성향은 분노와 자제의 결여로 나타나는 증상의 표출이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을 가진 사례에서 나타나는 공격성도 강한 죄의식으로 인한 외상(truma)을 다시 경험하고자 하는 증상의 표출로 해석된다. 조사대상자들이 학교폭력을 행사하게 된 시기는 대부분 중학교 1-2학년으로 이 시기는 발달단계상 제2격리의 개별화기가(second separation-individuation period: 9-12살) 끝나고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로 잠재되어 있던 문제들이 발달과업의 성취여부에 따라 증상으로 노출되는 시기이다. 가정폭력에 희생된 청소년들은 대상(object: 어머니 또는 주된 양육자)으로부터 버림받을 것 같은 유기불안(abandonment feeling)에 대한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들의 후유증을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만성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증상을 가진 사례의 폭력피해 경험은 학교폭력의 피해이다.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의 피해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교폭력의 피해에 장기간 노출된 피해자들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격자로 전환된 사례에서는 간헐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증상을 보이다가 경계선성격장애로 전환되었다. 이 사례에서도 역시 가정폭력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에서도 가정폭력의 피해에 오랫동안 노출된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전환된 결과를 나타냈다. 또한 그의 연구에 미루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증상을 가진 이러한 연구 사례도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경계성 성격장애 등 다른 증상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조기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3. 가정폭력에 대한 대응과 처리

가정폭력 문제는 사회적 지지를 통한 보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것을 밝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가정폭력을 개인 가정의 일로만 미루지 말고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과 해결책을 찾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가정폭력의 피해를 입은 내담자가 피해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응해야만 한다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다음의 몇 가지를 그 해결책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1) 교육적인 체벌의 방법

어느 아동학대의 연구에 의하면 아동의 공격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학대유형은 언어적 폭력이라고 도출해 냈다. 이러한 연구에서는 청소년의 공격성에 미치는 폭력유형은 언어적 형태 보다 신체적인 폭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한 신체적인 폭력을 경험할수록 공격성, 학교폭력의 표출이 강해진다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가정폭력 경험이 심각할수록 청소년의 인성특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경험하거나 목격한 가정폭력이 심각하면 할수록 학교폭력의 가해정도도 심각하고, 부모에 의한 가정폭력 경험은 자녀의 학교폭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정폭력은 자녀의 성격특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다시 말해, 학교폭력가해자에 대한 접근은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됨을 시사한다.

이 밖에도 폭력의 학습 경로를 조사한 결과 가족 5명, 대중매체 3명, 선배 7명, 친구 9명이라고 응답하여 가정폭력의 경험 외에도 대중매체, 친구를 통한 폭력의 경험도 청소년의 폭력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교사나 친구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가정폭력이 폭력의 사회화에 중요한 의미를 제공하고 있듯 교사에 의한 폭력적인 훈육으로 인해 폭력적인 태도나 허용적인 태도가 더 강화된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에서도 교사에 의한 교육적인 체벌을 받은 경우에도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다.”, “학생들 앞에 공개적으로 체벌을 받는 것은 견디기가 어려운 일이다.”라고 응답하여 강한 적개심을 갖게 하는 것으로 나타나 학교에서도 이에 대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볼 수 있다.

2) 부모의 지지체계 회복

이러한 연구에 의하면 심각한 신체적인 가정폭력을 경험한 총 여섯 사례 중, 두 사례에서는 다른 사례와는 달리 심각한 정신장애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관심사(고통)를 나눌 수 있는 최소한의 자원이 가정에 있었다는 것이다. 사례3은 할머니가 그 역할을 담당했으며, 사례6은 부모의 이혼으로 알콜중독인 아버지 즉, 스트레스원인 가해자가 그들의 생활에서 제거되었다는 것과 어머니와 의사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또 다른 연구에서 아주 강력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아동의 80%가 발달적인 손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연구결과에서도 같은 소인을 찾아 볼 수 있었다. 그 원인으로는 아동의 개인적인 특성 등 어린 시절의 경험 뿐 아니라, 아동주변을 보호하는 육체적 사회적 환경요인이 아동의 문제 극복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환경속의 수많은 보호요인이 문제 극복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의 부모나 중요한 성인과의 정서적인 관계 내에서의 안정성, 개방적이고 지지적인 교육환경,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부모역할 행동 모델, 가족외의 타인으로부터의 지지 등 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완충지는 부모와의 지지적 관계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더라도 용기를 줄 수 있는 부모가 존재하는 한 그들은 대처 능력 밖의 과도한 스트레스 외에는 회복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학교와 청소년들을 위한 지역사회복지관, 각종 보호프로그램 또한 청소년들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강화해 주고 부모들에게 그들의 자녀를 보호할 수 있는 완충지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 아주 중요한 지지체계이다.

3) 상담치료의 방법

상담을 통한 치료는 청소년들의 가정폭력에 대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심리적인 문제와 환경적인 것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우리는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청소년들에게 접근해야 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모색하고자 한다.

첫째로 초기에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폭력경험에 노출되었을 때 안전한 신변보호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조기접근이다. 이러한 조기발견과 치료는 폭력의 악순환을 막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등 심각한 정신장애로의 이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의 심각성에 따라 접근해야 하는 방법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방법이 된다.

초기면접(intake session)에서는 학교폭력가해자의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발달적인 관점에서 가정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지에 관한 심층적인 사정(assesment)을 통하여 개입전략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초기접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폭력의 가해자인 부모와 함께 면담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시에 있는 것은 위험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양자 간의 공모나 위압적인 분위기로 진실을 수집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치료전략을 구성하기 위하여 더 많은 자료를 얻기 위한 가족면담이 필요한 경우,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부모와 같이 해야 한다.

둘째로 개별적인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 사정을 끝낸 중간과정에서는 가정폭력 경험을 한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심층적인 개별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이들은 분노조절, 충동조절 능력의 결여로 자신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다. 그러므로 폭력을 학습하게 된 과정을 인지하게 하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폭력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되어 결국 자기학대(Self-Punishment)로 이어진다는 병의 인식력을 가지게 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분노와 충동이 발생할 때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데 치료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셋째로 여러 관계가 개선되도록 도와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들에게 왜곡된 성인과의 대인관계와 부모와 자신에 대한 역할모델을 긍정적으로 가질 수 있는 교육을 통하여 자긍심을 고취시켜야 한다. 또한 왜곡된 성인관계는 부모에게 버림받을 것 같은 유기불안에 의해 한쪽 부모에게 집착하거나 매달리게 된다. 이러한 불안으로 표출되는 증상은 학교부적응, 가출, 무단결석, 알콜 탐닉, 폭력, 경계선성격장애 등의 모든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의 목표는 부모로부터 관심(부정적인 관심을 뜻함)을 얻고자 하는 방법이다.

특히 치료 장면에서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은 성인과의 온화하고 따뜻한 긍정적인 대인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긍정적인 방법으로 원하는 관심(attention)을 얻는 방법을 알게 된다. 이러한 대인관계 구축은 학교에서 교사로부터도 할 수도 있고, 나아가 지역사회내의 자원에서 멘토(Mentor)를 통하여 바람직한 대인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제공도 효과적임으로 이러한 자원을 동원하고 협력하는 일도 모색되어야 한다. 특히 학교에서 교사와의 접촉은 학생들의 학교부적응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긍정적인 대인관계 구축으로 자긍심이 고취된 후 스트레스원을 만났을 때 저항할 수 있는 대처전략도 모색하여야 한다. 모색된 대처전략은 실제 행동에서 연습을 통하여 강화되어야 한다.

넷째로 피해자의 자긍심을 고취시켜야 한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을 뿐 아니라 부정적인 심리상태에 있다. 여기에는 자신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무력감도 있기에 주변세계에 대해서 도 부정적이기 쉽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은 매맞는 어머니(또는 아버지)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의 희생자인 청소년을 치료하는 임상가들은 피해를 받는 또 다른 희생자인 부모(대부분 어머니임)에 대해서도 그들의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방법에 대한 심리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같은 피해자인 어머니를 도와주는 방법이 청소년들의 자긍심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고 동시에 가족구성원 중 자신을 지원할 수 있는 지지체계를 가지는 방법이 된다. 또한 임상가들은 가정폭력의 원인이 피해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재보증(reassurance)과 격려도 해 주어야 한다.

이런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것과 관련되는 것이다. 자극심의 고취는 물론 모든 심리적인 치료가 끝난 후에도 일어나는 것이기에 이미 상담과정에서 구축된 자긍심을 통하여 자신의 가치를 높이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인생을 사랑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어 미래에 대한 설계와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지속적으로 효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 먼저는 그들에게 치료가 끝난 후에도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과 그들의 공통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자조집단을 만들어주거나 이러한 집단에 가입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심리치료에 참여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지원을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