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교회).

요즘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 중에 ‘복면가왕(覆面歌王)’이라는 것이 있다. 복면을 쓰고 노래하면서, 오직 가창력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내용이다.

가창력이 턱없이 부족한 몇몇 연예인들이 율동과 입담으로 가수의 영역에 들어앉아 있는 식상함을 달래 주기라도 하듯, 이 프로그램에서는 잇따라 감동 있는 무대가 연출되고 있다.

개그맨, 탤런트, 아나운서까지 다양한 계층의 출연자들이 등장함은 물론, 무명에 가까워진 추억의 가수들이 등장하여 옛 실력을 뽐내기도 하고, 율동 위주의 눈요기로 인식되던 ‘아이돌’ 가수들의 숨은 가창력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기리에 회를 거듭하고 있는 현재,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라는 닉네임의 복면 가수가 네 번이나 ‘가왕’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 장안의 화제다. 많은 시청자들이 새로운 가왕의 탄생을 기대하기보다, 현재 가왕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가 이번 주에는 과연 어떤 노래를 어떤 음색으로 들려줄지를 기대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고 있는 연예인 판정단 중 한 사람이, 가왕의 연승에 대하여 연신 ‘독재’, ‘장기집권을 원치 않는다’는 발언을 해대고 부정적인 견해를 공개 방송에 내보이고 있는 모습은 옥(玉)의 티이다.

민주주의의 근본은 무조건적으로 장기 집권과 상충된다는 논리로 접근한다면, 매우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 민주와 자유는 강제성이나 계획적 작용이 없는 상황에서 다수의 의견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표출되는 결과가 존중되는 것을 일컫는다.

많은 시청자들이 원한다면 열 번, 백 번이라도 가왕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민주적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논리로 가왕이 바뀌지 않는 상황을 독재적인 지루함이나 비합리적 상황으로 여긴다면, 그 연예인의 의식이야말로 다분히 전환이 요구되는, 민주 사회가 수용할 수 없는 반항적 사고일 수 있다.

‘복면가왕’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모든 출연자들이 복면을 씀으로써 평등하다는 전제 조건이 성립되는 것이다. 어떠한 편협적 기득권도 용납되지 않는 공평함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으로 작용하는 듯싶다. 자유는 평등을 원칙으로 승화될 수 있는 덕목임을 알 수 있다.

모든 인간은 자유를 열망한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자유롭게 생각하고 활동할 수 있는 의지를 주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가장 소중한 가치인 자유의지를 하나님을 떠나는 배신의 도구로 사용하였다.

하나님을 배신한 결과, 모든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선악을 스스로 분별하기 위하여 밝아진 눈은 판단력을 가중시켰으며, 본질적으로 영혼이 피폐된 마음은 무엇이든 비판하기를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인간 스스로의 분별력이나 이성적 사고는 현명할 수 있는 결과 앞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죽음이라는 제한된 생존 속에서 생각하고 판단되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죽음의 길을 잉태하고 있으면서도 육신의 안위를 위한 욕망으로 인생의 전반을 소모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벌거숭이 한 줌 재로 화할, 흙덩이에 불과한 육신의 어깨는 늘 잔뜩 힘을 모아들고 권위를 자랑으로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모든 인생들은 안락한 일생을 소유하기 위해 여러 모양의 복면을 쓴 채 살고 있다. 그러나 복면을 써서는 안 될 목회자들까지도 오만 가지 모양의 복면을 쓰고 살아가는 망극의 세상이다. 일부 타성에 의해 강제적으로 복면이 벗겨진 목회자들의 타락은 말세지말(末世之末)의 징조가 분명하다. 일반 시민들만도 못한 물질적 욕망이 여실히 드러난 목회자들이 어느 새 새로운 복면을 바꿔 쓴 채 돌아다니고 있는 현실은, 영적 어두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시대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인간 본질의 선한 목적을 잃어버리고 뒤집어 쓴 물질 소욕의 복면, 권위의 복면, 교회당을 대물림하려는 복면, 단체장을 하려는 복면, 자신의 유익을 위해 주저없이 파벌을 조성하려는 복면, 이제 모두 함께 벗어 버려야 할 때이다.

가왕의 자리로 오르지 못한 출연자들이 얼굴을 공개하고 출연 동기와 사연을 정담으로 나누면서 아름답게 퇴장함으로 복면가왕 프로그램을 휴머니즘으로 승화시키듯, 타락이 드러난 목회자들 뿐 아니라 지금도 복면을 쓰고 살아가는 많은 목회자들이 먼저 세상의 복면을 벗어버리고 회개의 무릎을 꿇을 때 영생의 복음은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번 주에는 어떤 출연자들이 가왕의 자리에 도전할까. 많은 시청자들은 가왕의 자리에 도전하는 출연자들보다, 이번 주에는 가왕이 과연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인가 하는 기대감을 시청 포인트로 맞추고 있을지 모른다.

자유는 다수의 사랑을 받는 한 사람을 비판하는 편견이 아니라, 다수의 관심에서 소외된 한 사람까지도 함께 아우르는 갈채 속에서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모든 인생은 자유를 존중한다. 인생들에게 자유를 주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이미 복면 속 인생을 매우 잘 알고 감찰하시는 하나님 앞에 자성의 시간을 갖는 것-복면을 벗는 결단이다.

/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