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아카데미 제공

서울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대표 조성택 교수)에서 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 너머, 지금 여기’ 세 번째 마당이 지난 25일 개최됐다.

이날 포럼은 제1부 ‘무엇이 걱정인가?’의 마지막 자리로,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이 ‘가톨릭의 권위주의’를 제목으로 발표한 뒤 토론이 진행됐다.

김근수 소장은 “역사적으로 보면 가톨릭의 증오범죄는 개신교보다 훨씬 많고 대규모였다”며 “가톨릭의 문제는 ‘가톨릭 밖에 구원이 없다’는 교회 권위주의와 ‘가톨릭 교회는 성직자가 핵심이다’라는 성직자 권위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그리스도교는 ‘하느님 나라 망각의 역사’라 말할 수 있다”며 “가톨릭은 예수가 원한 교회가 바로 가톨릭 교회라 이해하고, 하느님 나라와 교회를 동일시했다”고 말했다.

특히 가톨릭 교회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트리엔트 공의회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들면서, “트리엔트 공의회는 ‘주교 있는 곳에 교회 있다’는 격언으로 대표되듯, 성사를 집행할 자격을 갖춘 계급은 오직 성직자라 선언함으로써 신자를 소외시켰다”고 했다. 이에 따라 20세기 중반까지 인간 평등과 종교의 자유, 심지어 민주주의조차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

이러한 가톨릭의 입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변화했다. 그는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하느님 나라를 가톨릭 교회와 동일시하는 입장에서 벗어났고, 개신교의 신학적 가치도 인정됐다”며 “이는 교회 역사에 있어 혁명적 선언으로, 개신교와 가톨릭의 대화가 논리적 근거와 힘을 얻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교회는 ‘인류 구원의 성사’, ‘하느님 백성’으로 선언, 교회 지상주의가 이론적 근거를 잃었고 평신도가 중요해졌다”며 “신자 없는 사제는 없게 됐고, ‘교회 있는 곳에 주교 있다’는 말로 바뀐 셈”이라고 전했다.

▲김근수 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아카데미 제공

김근수 소장은 “오늘날 가톨릭 교회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개혁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그 근본적인 동력은 남미에서 왔다고 했다. 그는 “남미 주교회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제2차 공의회 정신에서 더 진전된 선언을 했다”며 “교황 프란치스코는 ‘규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는 표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전했다.

한국 가톨릭에 대해선 “선교 초기의 순교, 197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에 앞장선 일부 사제와 신자들을 제외하면, 한국 가톨릭 역사는 대부분 가난한 민중들의 삶이나 고통과 별로 관계가 없었다”며 “가톨릭 교회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인류 구원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므로, 인류와 그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과 고통받는 사람들의 권위에 봉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김 소장은 “예수는 잘못된 권위주의를 포기했는데, 가톨릭도 ‘가톨릭 교회와 성직자가 최고’라는 교회 권위주의와 성직자 권위주의를 버려야 한다”며 “남을 성장시키는 참다운 권위주의가 그립다”고 했다.

논평에서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은 “가톨릭은 권위주의적인 모습과 개방적이고 공격적이지 않은 모습을 둘 다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김 소장의 문제 제기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제기된 신학적 물음들이 형식이나 절차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그는 “그렇게 본다면 가톨릭은 권위주의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듯하다”며 “가톨릭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분법적 권위주의를 무너뜨리면, 가톨릭의 체제 자체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사실 가톨릭 교회는 오늘날 많은 반성을 통해서, 위기의 교회라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종교로 자리잡고 있다”며 “그러한 개혁 가능성 중 하나가 ‘가톨릭 시민운동’으로, 이는 와해됐다 최근 복원되고 있으며 가톨릭 개혁의 핵”이라고 했다.

불교 측 조성택 대표는 “김 소장이 발표한 핵심은 권위주의 자체가 아니라 ‘진정한 권위의 부재’가 문제”라며 “지금 한국 불교에서 가장 부정적인 모습의 권위주의도 경전에서 온 것이 아니라 ‘현실의 외면’에서 오는 것이고, 이는 그리스도교와 다른 불교의 독특한 권위주의”라고 지적했다.

다음 포럼은 제2부 ‘왜 걱정인가’의 첫 순서로 이번 포럼에 이어 김근수 소장이 ‘그리스도교와 가난’을 제목으로 오는 5월 16일 오전 10시 발제한다. 참여 신청은 홈페이지(www.hwajaeng.org)에서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