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주일)학교는 어떻게 시작됐고 흘러왔으며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이미 심각한 침체에 빠진 지 오래인 교회학교가 과연 미래에도 존재 가치가 있을까?

▲은준관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류재광 기자

기독교교육의 권위자인 은준관 박사(실천신대 설립자)가 18일 지구촌교회(담임 진재혁 목사) 주최 ‘2015 교회교육 비전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고민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약 2천 명의 목회자, 교사, 학부모, 신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 콘퍼런스 중 ‘3인 3색’ 주제강의 두 번째 강사로 나서 ‘한국교회의 미래, 다음 세대를 향하여’를 전했다.

그는 먼저 “인류는 다른 재난이 아니라 영적 공허 때문에 멸망할 것”이라는 한 미국 학자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인류가 의학과 과학 등의 발전으로 몸은 커지고 건강해져 100세 시대를 살아가지만, 삶의 목적과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이런 영적 공허를 어떻게 메우느냐가 교회와 교회학교의 대단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며 “교회학교가 교회교육의 전부는 아니지만, 교회학교가 죽으면 교회도 죽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교회학교의 역사를 설명했다. 교회학교는 18세기 산업혁명 시기를 겪고 있던 영국에서 시작됐다. 도시에 공장이 세워지면서 농촌이 피폐해지고, 고용주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주로 소년들에게 노동착취를 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범죄율이 급증했다.

그러자 글루스터저널이라는 잡지사를 운영하고 있던 로버트 레이크스(1735∼1811)는 이 문제에 엄청난 심각성을 느끼고 교정선교를 시작했다. 그러나 오히려 범죄율이 더욱 증가하는 것을 보고 범죄 예방의 필요성을 느껴, 1780년 7월 한 가정에서 40여 명의 노동자를 모아 읽기와 쓰기 등을 가르치며 주일학교를 시작했다. 은 박사는 이에 대해 “교회학교는 이렇게 하찮게 시작했으나 불과 3년 만에 약 25만 명이 등록하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프랑스가 피의 혁명으로 가고 있을 때 영국이 무혈·정신혁명을 이루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회학교운동은 미국에서 찬란하게 꽃피웠고, 한국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한때 미국 기독교인의 90%, 한국 기독교인의 80% 이상이 교회학교를 거쳐 신앙을 갖게 된 이들이었고, 수많은 교사와 교재 등이 쏟아져나와 ‘기독교교육의 왕국’을 세웠다.

그런데 이 교회학교운동이 태동 200주년인 1980년을 전후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미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2차대전을 전후로 아예 소멸돼 버렸다. 은준관 박사는 “예전엔 한국에서 1,000명 모이는 교회에는 교회학교가 500명 가까이 됐는데, 요즘은 많아야 100명이고 최악의 경우엔 20명 정도”라며 “저출산 고령화가 문제가 아니라 교회학교가 소멸되고 신앙의 끈이 끊기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그 원인과 대책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교회학교에 대한 여러 견해들을 설명했다. 교회학교에 대해 헨리 트럼불이라는 학자는 ‘신앙운동’이라고, 엘머 타운스는 ‘교육혁명’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은준관 박사는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며 “소외된 청소년 하나하나를 삶과 신앙의 주체로 세우는 신앙교육이 바로 교회학교”라고 강조했다.

▲콘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류재광 기자

은 박사는 “한국교회 교회학교가 무너지는 이유는 죄송하지만 프로그램 가지고 흥정하려 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모든 것을 주관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자신의 친구이자 역시 저명한 기독교교육학자인 존 웨스터호프의 견해를 소개했다. 웨스터호프 박사는 “신앙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형성되는 것인데, 교회학교는 자꾸 가르치려 해서 신앙을 오히려 죽인다”며 “이제 교회학교에는 희망이 없으니 장사 지내고 새로운 대안을 찾자”고 했다고 한다.

은 박사는 “신앙은 형성되는 것”이라는 전제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해법에 있어서는 “교회학교를 살려야 한다”며 의견을 달리했다. 그는 “제가 50년 동안 기독교교육을 가르쳤는데, 오늘날 교회학교가 오히려 죽어가고 있으니 실패한 것”이라며 “너무 가슴이 아파서 실천신대를 세우고 80개 교회와 함께 실험한 끝에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다. 그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회학교를 ‘아이들 하나하나를 하나님 앞에 세우는 신앙공동체’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그는 “교회학교 아이들은 학생이 아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학생이라고 받아들이는 한 그 아이들은 언제까지나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는 객체일 뿐이다. 이는 공교육과 학원도 마찬가지”라며 “아이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태어나 성숙해야 할 신앙의 주체”라고 역설했다.

은 박사는 “교재는 물론 필요하지만 맨 마지막이다. 교회교육의 패러다임과 로드맵의 초점을 모두 바꿔 보라”며 “쉽지 않다. 그러나 가능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삶과 신앙의 주체가 되는 기쁨을 누리는 순간, 아이가 변하고 부모와 교사까지 변화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학교에서 자전거와 스마트폰을 줘도 잠깐 나오다 말던 아이들이, 예배인도자로 선 뒤에 친구들까지 스스로 데리고 오더라는 사례도 들었다.

그는 “왜 교사들이 하나님 말씀과 씨름하지 못하고, 하나님과 만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나. 왜 교사들이 새로 들어와서 금세 탈진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나?”라고 물은 뒤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하나님의 형상이요 백성으로서 하나님 앞에 서야 한다. 교사는 산파요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해결책을 드리려 온 게 아니라 문제를 드리려 왔다”며 “235년 역사의 교회학교는 신앙운동·교육혁명일 뿐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을 세우려 했던 철학을 갖고 있고,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한국교회 어린이·청소년들의 웃음꽃이 여러분들을 통해 피어나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참석자들이 기도하는 모습. ⓒ류재광 기자

한편 분당 지구촌교회에서 진행된 이 콘퍼런스 ‘3인 3색’ 주제강의에는 이 외에도 공병호 소장(공병호경영연구소)이 ‘10년 후, 교회교육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재혁 담임목사가 ‘Next Generation, Next Leadership’을 각각 강연했다. 선택강의에서는 배태훈, 신경민, 신병준, 신종철, 임우현, 조준호, 홍승영, 황경애 등 8인이 교회교육의 대안 모델링을 제시했다. 주제는 ‘토요학교 사역’, ‘가정과 학교 이렇게 연결하라’, ‘다음 세대 상담(반목회) 사역’, ‘다음 세대 전도사역’, ‘다음 세대와의 소통 이렇게 하라’, ‘명성교회 교회학교 사역’, ‘분당우리교회 교회학교 사역’, ‘지구촌교회 교회학교 사역’ 등이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교회교육 비전 콘퍼런스’는 다음 세대에 대한 관심과 시대적 도전 앞에서,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며 연합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첫 콘퍼런스에서는 교회교육의 현 주소를 확인하고 다음 세대를 향한 체계적이고 명확한 계획이 있어야 함을 공유하는 광의적 개념의 접근이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이를 더 구체화시키고 가다듬어 목회 현장에서의 현실적 대안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