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브라운. ⓒ오레곤 라이브

미국 역사상 최초로 공개적 양성애자 정치인이 주지사에 임명될 예정이다. 존 키츠하버(John Kitzhaber) 오레곤 주지사는 13일(이하 현지시각) 자신의 사임 소식을 알리며 같은 당 케이트 브라운(Kate Brown) 주 국무장관이 이를 승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케이트 브라운 주 국무장관은 2년 전 양성애자로서 최초로 연방의원에 취임한 커스턴 시네마 연방하원의원(39·민주당·애리조나)을 제치고, 미국 의전 서열상 최고위 공직자가 될 전망이다.

키츠하버 주지사는 20세 연하 약혼녀와의 부적절한 행동과 윤리 문제로 곤욕을 치르던 끝에,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키츠하버의 약혼녀로 오리건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 온 실비아 헤이스는, 이른바 ‘환경’ 관련 컨설턴트로 거액의 보수를 받으며 키츠하버 주지사의 환경 분야 고문 노릇을 해 온 점이 심각한 문제가 돼 왔다.

주정부의 헌법에 따르면, 주지사가 사망하거나 사임할 경우 주 국무장관이 이를 승계하도록 되어 있다. 키츠하버의 사직은 18일자로 발효된다.

키츠하버 주지사는 “평생을 바친 여러 기관과 정책에 내가 짐이 되고 있다는 점도, (주 상원) 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나에 대한 외부의 사임 요구 이유도 다 이해한다. 오늘은 오레곤주에 있어 매우 슬픈 날이다. 그러나 오레곤이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헌법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믿는다. 여러분들에게 많은 의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에 대해 빠른 시일 내로 답변하도록 하겠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지금부터 오는 18일까지 마무리해야 할 작업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케이트 브라운 주 국무장관은 지난 1997년 남편 댄 리틀과 결혼해 지금까지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으나, 오래 전부터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밝혀 왔다. 직접 아이는 낳지 않고 두 명의 양자녀를 두고 있다.

앞서 브라운은 ‘미국의 커밍아웃과 선출직들’(Out and Elected in the USA)이라는 수필집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부모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알리게 되었고, 자신의 게이 친구들이 자신을 ‘양성애자’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밝혔다.

수필에서 “30대 초반 성정체성을 두고 혼자 고민했으나, 신문 보도가 나온 이후에야 현실을 직면하기로 결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회고한 그녀는, 그러나 “가끔씩 나는 양쪽 세계에 다 발을 디디고 있지만 정작 어디에도 진정으로 속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토니 그린(Tony Green) 대변인은 “브라운이 여전히 자신을  양성애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트 브라운은 내년 말까지 키츠하버 전 주지사의 남은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