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의 헌신으로 세워진 필리핀 영어성경 통독학교. ⓒ열방빛선교회 제공

열방빛선교회(대표 최광 선교사)가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성경통독 100독 학교’를 수료한 1기생들이, 필리핀에서 영어공부와 선교를 병행하며 놀라운 결실들을 거두고 있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할’ 일꾼이 되기 위해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이들은, 필리핀행(行) 4개월 만에 영어로 원활히 의사소통하는 등 놀라운 학습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G.M.I 탈북민 성경통독 100독 학교’는 최광 선교사가 C국 내에서 탈북민들을 훈련시키는 데 사용해 검증을 마친 프로그램으로,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힌 탈북민들을 복음으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감당해 왔다. 1년간의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들이 ‘영어로 설교할 수 있는 북한 선교 일꾼’이 되기 위해 지난해 9월 필리핀으로 떠나 약 4개월간 생활했다.

최광 선교사는 “하나님께서 탈북민들을 ‘글로벌 리더’로 세워야 한다는 마음을 주셔서 필리핀 유학에 대해 계획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도하던 중, 마침 5-6년 전 C국에서 함께 사역했던 한 선교사가 필리핀에 가서 건립한 선교센터를 통째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유학이 현실화됐다.

이들은 열방빛선교회 통독학교에서 지난 1년간 신약 100독, 구약 20독, 성경 4백절 암송과 매일 5시간 기도 등의 훈련을 이수했다. 성경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탈북민들은 이렇듯 1년간 피나는 노력 끝에 ‘귀가 뚫리기’ 시작했다.

◈받는 사람에서 베푸는 사람으로… 교회 개척 나서

선교회는 그때부터 성경 전체를 구속사적 관점과 언약적 관점, 그리스도(메시아) 관점에서 가르친다. 또 성경 신·구약 지리 강의와 성령론, 율법과 복음, 영성, 선지서 등을 배운다. 최 선교사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 통독과 암송의 기반 위에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를 꿰뚫을 수 있도록 시각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10개월간 큐티와 설교법까지 가르치고 나니, 새벽예배에서 이들이 직접 설교하게 됐다”고 말했다.

통독학교를 다니면서, 1년간 탈북민 1기생들은 ‘장학금’을 받으면서 성경을 공부한다. 탈북민들은 정부에서 지원받은 거처의 임대료를 비롯한 생활비가 매달 40-50만원씩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 없이 마음껏 찬양하며 성경을 통독한다. 그러나 통독학교를 마칠 때는 ‘내어놓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통독학교에서 ‘교회 개척’에 대한 비전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통독학교 학생들은 “하나님 앞에 말씀을 읽고 증거하게 되면서, 열방 가운데 많은 영혼들을 살려야 하는 일에 특별히 우리를 고르고 뽑아 세워주셨다”고 인정할 근거를 이러한 ‘헌신’을 통해 확증한다. 그렇게 ‘손을 펴는 연습’으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체험할 공간을 만들어 드리겠다는 것.

실제로 한 탈북 청년은 동생을 북한에서 데려오려 모아둔 돈을 털어 필리핀 현지에 개척교회를 세웠고, 다른 청년도 필리핀 현지인 청년들을 위한 성경통독학교를 세웠다. 이들은 전 세계에 수백 곳 이상의 교회를 세우겠다는 비전을 품고 기도하고 있다.

◈영어공부 넉 달 만에 ‘프리 토킹’… 비결은

한국에서도 수험생과 취업준비생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탈북 청년들은 영어에 대한 별다른 배경 지식이 없었음에도, 필리핀 유학 4개월만에 현지인들과 막힘 없이 대화하는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하루 일과는 오전 5시 기상 후 돌아가면서 설교하는 새벽기도회를 드린 후, 1시간 30분간 기도한다. 아침식사 후에는 현지 학교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영어성경을 통독한다. 저녁식사 후에는 기도와 개인 공부에 매진한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밤 11시 30분 정도. 처음에는 전혀 기초가 없어, 학교에서 무슨 질문을 해도 ‘오케이’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현지인들과 농담도 하고, 영어로 설교를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탈북 청년들이 영어 성경통독을 함께하고 있다. ⓒ열방빛선교회 제공

최 선교사는 탈북 청년들의 영어 실력이 빨리 발전한 첫 번째 비결로 ‘적응력’을 꼽았다. 현지 선교사들은 이들을 보고 “태어나서 이런 아이들은 처음 본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고 한다. 한국 학생들은 혹 틀릴까 영어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문법부터 따져서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는데, 이들은 체면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 북한 국경을 건너 중국에서 ‘생존을 위한 중국어’를 익혔듯, 영어도 그런 자세로 배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둘째 비결은, 반복된 읽기 훈련으로 성경이 머릿속에 들어 있다 보니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신다고 했다. 이에 대해 1기생의 리더인 요한 군은 “처음엔 아무리 해도 영어가 늘지 않아 답답했지만, 영어 성경을 통독하면서 귀가 뚫리기 시작했다”며 “학교 단어는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성경을 많이 읽은 상태였기 때문에 성경 속 영어 단어들은 더 익숙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성경을 중심으로 영어 단어나 문장을 통째로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최광 선교사는 “최근 CGNTV의 <통일북소리>에 이들이 출연했는데, 한 작가가 ‘이 시대에 무슬림과 이스라엘에까지 복음을 전할 이들이 북한 출신 사역자들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한 번도 그 싹수를 본 적은 없었는데, 이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고백하더라”며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이러한 기적들을 체험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셨던 ‘탈북민 지도자 5천명’이라는 비전에 확신이 생겼다”고도 했다.

최 선교사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으시면, 탈북민들을 위해 이러한 통독학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포항과 부산 등지에서 그러한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도자 5천명 양성 비전 위해…

통독학교 1기생들은 여러 ‘선배 사역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필리핀 유학에 앞서, 지난해 5월 일본 동경순복음교회(담임 정대원 목사)에서 2천여명의 성도들과 컨퍼런스를 함께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탈북 청년들이 간증과 말씀을 위해 강단에 섰고, 정 목사와 성도들은 큰 은혜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 정대원 목사는 “맛있는 것 사 주고 시내 구경 시켜주려고 탈북 청년 여러분들을 초청했는데, 여러분이 찬양하고 기도하는 순간 성령께서 나를 어루만지셔서 회복시켜 주셨다”며 “더구나 몇천 명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복음을 선포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대견하고, 여러분들과 함께하면서 10여년 만에 처음 울어 본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필리핀에서도 공부에 앞서 현지 선교사들과 함께한 컨퍼런스에서도 이러한 반응이 일어났다. 탈북 청년들은 선교사들 앞에서 3일간 뜨겁게 기도하고 말씀을 증거했다. 이에 현지 한인선교사협의회는 마닐라 최초의 ‘연합 컨퍼런스’를 계획했다. 현지 선교사협의회 회원이 1,500여명에 달하지만 의견이 잘 모이지 않아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연합 컨퍼런스’를 할 수 없었는데, 이들을 통해 개최할 계획을 세운 것.

최광 선교사는 “‘이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전 세계 모든 선교사들은 모두 간절한 비전이 있는데, 바로 ‘현지인 제자양육’이라고 했다”며 “20년 이상 선교하면서도 제자 한 명 길러내지 못한 이들이 있는데, 1년간 훈련받고도 이토록 풍성하고 담대하게 말씀을 풀어내는 모습들이 선교사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기 때문이라더라”고 했다.

열방빛선교회는 ‘성경통독 100독 학교’를 통해 5천명 이상의 탈북민 북한 사역자들을 양성해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선교사는 “언젠가 북한의 문이 열리면, 북한 복음화는 성경통독 100독 학교 출신들이 이끌고 나갈 것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필리핀 현지에서 ‘기적’의 역사를 쓰고 있는 탈북 청년들과 이들을 돕는 여러 손길들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게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