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파크

기욤 뮈소/양영란 | 밝은세상 | 336쪽 | 13,800원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 ‘센트럴 파크’가 출간됐다. 무려 200주 이상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100만 부가 팔린 ‘구해줘’를 비롯해, 이후 출간한 10여 권의 소설 모두가 베스트셀러에 등재될 만큼 ‘뮈소 신드롬’은 현재진행형이다.

기욤 뮈소는 2013년 작 ‘내일’과 2014년 작 ‘센트럴파크’를 통해 스릴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도 기욤 뮈소의 변신에 대해 대단히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맨스와 판타지 중심의 작품을 쓰던 작가가 스릴러에 도전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기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신작은 기욤 뮈소를 스릴러 작가로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한층 섬세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스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책은 고전적인 스릴러의 전개방식인 형사와 범인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매몰되기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색다른 이야기를 그려 보이고 있다. 

등장인물들 역시 ‘형사’ 또는 ‘범인’이라는 고전적 설정에 치우치기보다는 인간의 고뇌와 심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 생동감 넘치는 입체적 인물로 그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독자들은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시종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소설을 읽어나갈 수 있다. 퍼즐조각이 하나씩 맞춰질 때마다 반전이 거듭되는 동시에 새로운 수수께끼가 등장하며 독자들을 끝없는 의문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 또한 이 소설을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게 만든다. 

어느 날 아침,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두 남녀가 함께 수갑이 채워진 채 눈을 뜬다. 알리스는 파리경찰청 강력계 팀장이고, 가브리엘은 더블린에서 활동하는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전날 밤까지 각각 파리와 더블린에 있었던 두 사람은 어떤 경로를 통해 뉴욕의 센트럴파크까지 오게 되었을까? 알리스의 셔츠에 묻은 혈흔은 누구의 것인가? 가브리엘의 팔에 새겨진 아라비아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두 사람은 이전에는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데 어떻게 함께 수갑을 차고 센트럴파크의 숲 속 벤치에서 눈을 뜨게 되었을까? 

처음부터 너무나 막연하게 시작된 이야기를 어떻게 수습해갈지 은근히 우려되기도 하지만 하나씩 퍼즐이 맞춰질 때마다 찬탄을 금하지 못하게 만드는 작가의 해법이 빛을 발한다. 

일반적으로 스릴러 애호가들은 범인과 형사 또는 사립탐정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밀한 두뇌 게임, 혹은 치열한 추격전을 통해 짜릿한 지적 쾌감을 맛보고자 한다. 특이하게도 이 책에서는 기욤 특유의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와 섬뜩한 연쇄살인 이야기를 한꺼번에 대할 수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의표를 찌르는 반전이 선을 보이는 동안 독자들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책에서 작가가 개연성을 확보해나가는 방법은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기발한 측면이 있다. 첨단의학을 다루는 의사 가브리엘과 주인공 알리스가 비밀로 가득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가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잔인하고 섬뜩한 묘사 없이도 엄청난 서스펜스를 느끼게 하는 심리적 방식이야말로 기욤 뮈소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다. 로맨스 방식의 감각적인 글쓰기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스릴러의 기법을 새롭게 장착한 기욤 뮈소의 소설이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