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 해냄 | 372쪽 | 13,500원

대한민국의 시대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으로 우리나라 근현대 비극을 예리하게 그려낸 조정래 작가는 장편소설 ‘정글만리’를 통해 세계정세의 격변 속에서 이정표를 제시함으로써 사회 각계각층의 공감과 성원을 이끌어내며 150만 이상의 독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치밀한 취재와 끊임없는 글쓰기로 오늘날 놓쳐서는 안될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현재진행형’ 작가 조정래는 어떤 관점에서 이 시대를 진단하고 있을까?

“문학과 우리 역사 그리고 사회적인 긴급한 문제에 한해” 발언한다는 원칙을 문학인생 45년간 지켜온 작가가 인터뷰와 강연, 신문 칼럼 등에 공개한 의견을 엄선하고 미공개된 내용을 정리한 산문집 ‘조정래의 시선’이 출간됐다. 

책에는 사회구성원이자 치열한 문학인, 그리고 후회 없는 생을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소설에서 직접 말하지 않은 문학론, 인생관, 민족의식, 사회 인식을 담았다. 이 책은 “인생은 자기 스스로를 말로 삼아 끝없이 채찍질을 가하며 달리는 노정이고, 두 개의 돌덩이를 바꿔 놓아가며 건너는 징검다리”라고 정의하는 작가의 “매 순간 진정을 다 바친 내 인생의 결정들”이다.

책은 1990년대 중국 방문 이후 중국의 자본주의적 속성을 간파하고 20여 년 이상 고민해 온 작가가 장편소설 ‘정글만리’를 쓰게 된 동기를 밝히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어 작가는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한국과 중국의 관계와 상호 협력해야 할 두 나라의 미래에 대한 통찰과 전망 ▲지난 100년간 여러 번 시도되었으나 불가피하게 좌절된 한국의 영세중립국화에 대한 견해 ▲세계 곳곳에서 역사를 창조해 온 이름 없는 민중에 대한 깊은 애정과 믿음 ▲노동의 가치는 소중하기에 현시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비정규직 문제 개선 ▲약소국 국민으로서 방어적·공생적·개방적 민족주의의 지향 등을 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이라는 작가의 민족의식과 사회 인식을 피력한다. 

또 작가는 책에 ‘소설이란 타인의 영혼을 흔드는 것이므로 이를 위해 하루 16시간 이상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작가로서의 책무,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이라는 격언에 따라 재능보다는 노력을 믿는 인생관, “문학은 세상을 변화, 발전시킬 수 있기에 인간에게 기여하기 위한 소설을 쓴다”는 문학론, 인문학은 ‘인간의 발견’이며 “인간으로서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저항해야 한다”는 믿음 등 작가의 핵심적인 사유와 철학을 담았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진실을 투시하고 정의로움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노력하고자 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총체적 탐구”를 제시한 ‘조정래의 시선’은 우리 민족의 미래와 지향점, 윤리적 주체인 개개인의 역할과 삶의 태도까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계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