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다음 세대 선교 실무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안 창출’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월드디아스포라포럼(국제대표 오상철 박사, 이하 WDF)이 23일 서울 종로 다사랑카페에서 ‘한국교회의 차세대 대안’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 것.

▲오상철 박사의 사회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류재광 기자

이날 포럼에는 WDF에서 오상철 국제대표와 박성철 총무 등을 비롯해 고은식 목사(브리지임팩트), 김경덕 목사(사랑의교회), 김용재 목사(다세연), 김유준 교수(연세차세대연구소), 류의근 교수(신라대), 백문기 목사(문화사역연구소), 이동복 목사(다음세대선교회), 이지원 목사(다음세대행복연구소), 장영백 교수(건국대), 홍원용 교장(안산동산고), 정명진 목사(안산동산고), 함승수 목사(영락교회) 등이 참여했다.

오상철 박사는 취지 설명을 통해 “이제 이론만 가지고 선교할 수 있는 시기는 끝났기에, 이 포럼을 통해 차세대 선교의 대안을 창출하려 한다”며 “그러나 계속 포럼만 하지는 않겠다. 실제적으로 현장에 적용해서 한국교회에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차세대 사역과 사역자에 대한 경시 풍토 여전

특히 참석자들은 한국교회 전반에 여전히 ‘다음 세대 선교’와 그 사역자들에 대해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먼저 김유준 교수는 “보통 군대를 선교의 황금어장이라고 하는데, 군대는 약 60만명이 2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지만 대학은 약 380만명이 4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며 “그런데도 ‘성인목회만 사역’이라는 풍토 때문에 캠퍼스 사역자들이 목사안수 과정에 인증을 받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목사안수를 받기 위해 캠퍼스 사역을 중단하고 교회로 들어가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에 김 교수는 “사역의 지속성·전문성을 위해 각 교회가 캠퍼스 선교를 ‘사역’으로 인정하고, 해외선교사들처럼 교회의 지원을 받으며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미 삼일교회의 경우 서울대, 연세대, 숙명여대에 그 같은 방식으로 캠퍼스 선교사를 파송했다고 덧붙였다.

홍원용 교장 역시 “한국교회는 왜 학교를 내버려 두느냐. 왜 자꾸 끌어내려고만 하고,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느냐”며 “자꾸 학생들을 시청으로, 광장으로, 체육관으로 불러내 1, 2만 명을 모았다고 자랑하는데, 학교에 가면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앉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안산동산고는 최근 몇 년 동안 안산 지역 모든 교회에 “우리 학교 신앙부흥회에 와서 전도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고 연락을 돌렸지만, 한두 교회를 제외하고는 참여하지 않아 현재는 이를 중단한 상태다. 홍 교장은 “작은 교회는 인력이 없고, 큰 교회는 자체 행사가 많아서 못 온다고 하더라”고 탄식했다.

홍 교장의 말에 이동복 목사는 “그것은 사역자들의 자세도 문제”라며 “저는 미션스쿨이 아닌 학교에도 무작정 찾아간다. 간식을 들고 가면 아이들이 금세 모이고, 정기적으로 10번 정도 만나면 전도된다. 그런데 안산동산고처럼 학교 측에서 먼저 개방해 준다면 그야말로 선교의 황금어장”이라고 말했다.

고은식 목사는 “교회 봉사자들 중 주일학교 교사들은 대부분 축 처져 있다”며 “‘이렇게 세상이 좋아지고 교회에서 뒷받침해주는데 주일학교가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사역자들 책임 아니냐’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과 종교다원주의 등으로 어느 시대보다 전도하기 힘든 이 때에, 교회 전체가 자괴감에 빠져 있는 사역자들을 격려하고 다음 세대를 살리는 데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했다.

“주일학교 운동에 대한 전반적 재고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덕 목사는 “세계교회가 250년 동안 부모에게 학생들을 위탁받아 1주일에 한 번 가르치는 시스템으로 주일학교를 운영해 왔는데, 이제 더 이상 이렇게는 전도가 안 된다”며 “공교육과도 연계하고, 세대별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예배드리며 서로 축복하는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이동복 목사는 “일반 성도는 자기 큐티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자녀들과 함께 큐티하는 것은 어렵다. 사역자들 역시 과연 큐티 시간이 신나고 기다려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교육적인 동영상을 함께 보고 소감을 나누는 방식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다른 프로그램 등은 모두 일시적일 뿐이고, 십자가 복음을 전하는 것이 근본적 해답”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오상철 박사. ⓒ류재광 기자

토론에 앞서 오상철 박사는 “최근 몇몇 기독교 기관이 한국교회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모두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다”며 “그런 식으로 계속 발표하면 모든 사람에게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박히고, 그러고 나면 전도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오 박사는 “설문조사는 설문자의 의도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기에, 기도하면서 정말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대안을 창출하면서 희망적으로 발표해야 한다”며 “이미 한국교회가 다 망가져서 부정적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실제 현장에 가 보면 숨은 일꾼들이 있고 희망이 있다. 저는 결국 한국교회에 대해 희망적·긍정적으로 대안은 내놓는 설문조사를 진행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박사는 지난 2011~2012년 1년 3개월 동안 북미주의 1세 목회자, 2세 목회자, 평신도, 다민족 4,1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한인교회의 실태를 종합분석하고 선교 전략을 도출했었다.

한편 WDF는 11월 말경 영락교회에서 ‘한국교회 대안을 찾고 실행한다’를 주제로 다음 포럼을, 2016년 1월 18~20일 연세대 국제송도캠퍼스에서 ‘제1회 월드디아스포라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