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 박상진 교수, 이하 기교연) 주최 ‘2015 교회교육 디자인 컨퍼런스’가 9월 29일 오후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기교연은 이날 ‘교회교육의 새로운 대안, 교회-가정-학업을 연계하라’를 주제로, 교회학교 교역자들 뿐 아니라 각 교회 교회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박상진 소장(장신대)이 ‘2015년 교회전망 및 기독교교육’을 주제강연했다.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저출산 고령화, 피할 수 없는 역피라미드 인구 구성

박상진 소장은 “교회학교 학생 수가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각 교회에서 교회학교 담당자들을 너무 다그쳐선 안 된다”며 한국교회를 강타하고 있는 가장 큰 파도가 바로 ‘저출산 고령화’라고 전제했다. 이러한 ‘통계학적 파도’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예장통합총회 기준으로 연령별 편차는 있지만, 지난 10년간 대부분 부서들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유년·초등부는 2만여명, 소년부는 3만여명이 줄어드는 등 20-30%의 감소 추세. 이에 대해 “물론 교회학교 학생 수 감소는 이외에도 세속적 교육열 등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강력한 요인은 전체 유소년 인구의 감소”라며 “이 현상은 향후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고, 이는 현재 한국교회 교회학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미래가 도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과거에는 교육부서를 맡은 교역자들만 다음 세대의 위기를 절감했지만, 이제 담임목사들이 ‘다음 세대의 위기는 바로 교회의 위기’임을 깨닫고 적극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도를 찾고 싶어한다”며 “2015년 한국교회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다음 세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교회학교 살리기’나 ‘교회학교 부흥’이라는 접근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없고,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그러면 오늘날 교회학교의 위기는 오히려 교회교육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교육을 ‘신앙의 배턴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것’이라 정의한다면, 그 방향은 ‘교회학교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살리는 방향’이어야 한다.

박상진 소장은 교회학교의 ‘전통적인 학교식 체제(Schooling system)’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교회학교가 지닌 한계로는 첫째로 발달단계를 기본으로 한 학년별 구성이고, 둘째로 교육은 평생 지속되어야 하는데도 자라나는 세대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셋째로 기본적으로 대중을 전제로 한 일방적 교육체제이고, 넷째로 가정과 분리돼 신앙계승에 맞지 않는 구조이며, 다섯째로 학생들의 가장 심각한 고민인 학업 문제와 분리돼 삶의 변화를 도모할 수 없다는 것 등을 들었다.

▲강연중인 박상진 교수. ⓒ이대웅 기자

교회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5가지

이 같은 교회교육 한계점의 새로운 패러다임 대안으로는 다섯 가지를 들었다. 첫째로는 일방적 강의 형태가 아닌 ‘관계를 강조하는 구조로의 변화’이다. 박 소장은 “기독교 신앙은 사실 강의가 아니라 사랑의 관계에서 형성된다”며 “저출산 현상으로 인한 소규모 인원을 오히려 내면을 변화시키는 인격적 관계를 맺을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그 상징적 모델은 ‘예수님과 제자들 간의 관계’로, 교사와 학생간의 인격적 관계 형성이야말로 ‘인격적인 하나님’을 알게 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된다. 관계적 교육구조에는 멘토링을 비롯한 일대일 만남, 토의를 강조하는 소그룹 성경공부와 제자훈련, 가정과 회중 안에서 교제를 나누는 방식 등이 있다.

둘째로는 교사 1인이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식 체제보다, ‘공동체 구성원의 삶의 나눔이 가능한 구조’로의 전환이다. 박 소장은 “오늘날은 모든 교육에 있어 ‘공동체’가 강조되고 있다”며 “신앙공동체 안에 참여함을 통해 한 인간이 공동체 안에서 문화를 내면화하듯 일종의 문화로서의 신앙을 갖춘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공동체에 속해 있느냐가 신앙 형성에 관건이 된다”며 “비록 소수 인원이라도 공동체를 형성하고, 세대 간 만남과 구성원 간의 삶의 나눔을 통해 신앙이 형성되는 공동체 교육이 요청된다”고 했다.

셋째로는 ‘학생들의 참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구조’이다. 박 소장은 “복음은 구경하는 게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고, 신앙적 앎은 스스로 참여하여 경험할 때 비로소 획득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경험하고 참여하여 온 몸으로 체험하는 신앙교육, 청각이나 시각만이 아니라 오감을 활용하는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걸맞는 교육방법이기도 하다. 그는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은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며 “학생들이 앎의 주체자이자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경험할 때 진정한 신앙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째로는 ‘교회와 가정의 연계를 통한 전인교육’이다. 복음적 삶이 형성되려면 주일 아침 분반공부만으로는 불충분하며 6일간의 삶과 연결돼야 하고, 이는 결국 가정과 연계돼야 한다. 박 소장은 “주일학교가 역사상 많은 공헌을 했지만 결정적 한계가 있다면 바로 교회학교와 가정의 분리”라며 “이제 부모를 자녀들의 신앙교육 책임자로 세우는 ‘부모교육’을 교회에서 실시해, ‘교회 같은 가정, 가정 같은 교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는 ‘신앙과 학업의 연계’이다. 박 소장은 “많은 부모들과 학생들은 신앙과 학업이 분리돼 있다고 이해하지만, 성경을 관통해 흐르는 하나님의 교육원리는 바로 신앙과 학업이 연결돼 있다는 것(잠 1:7)”이라고 했다. 여호와를 경외할 때 권위를 인정하고 경청하며, 새 성품이 형성되고 꿈과 비전이 생기며 통찰력을 갖는데, 이러한 태도 변화가 바로 학업 성취를 향상시키는 능력이 된다는 것. 신앙과 학업을 연계시킬 방안으로는 교회가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방안 외에도 방과후 학교나 주말학교, 그리고 학업과 진로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확립하도록 하는 단기교육 등을 꼽았다.

박상진 소장은 “오늘날 교회학교의 위기는 그동안 양적 성장에 취해 보지 못했던 한 영혼의 귀중함에 주목할 수 있고,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 관계를 통해 중심을 변화시키는 복음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는 전환을 이룰 수 있다”며 “그리하여 내실있는 목회와 신앙교육으로 변화를 도모한다면, 이러한 위기는 복으로 향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제강연 후에는 신은정 목사(기교연 전임연구원)가 ‘교회-가정-학업 연계 교회교육 프로그램의 실제’와 ‘교회교육 잃어버린 첫 번째 퍼즐-기독학부모 세우기’를, 도혜연 연구원(기교연)이 ‘교회교육 잃어버린 두 번째 퍼즐-믿음의 자녀 키우기’, 이종철 실장(기교연)이 ‘교회교육 잃어버린 세 번째 퍼즐-스윗스팟’, 오세환 간사와 전원미 간사(입사기)가 ‘교회교육 잃어버린 네 번째 퍼즐-사교육에 대응하는 기독교교육’을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