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주교가 등장하게 됐다. 영국성공회는 14일(현지시각) 최고의결기구인 공의회를 열고, 여성 주교 서품을 허용키로 했다.

전 세계 성공회의 뿌리인 영국성공회에서 여성 주교의 서품이 허용된 것은, 헨리 8세가 로마 가톨릭에서 영국교회의 분리독립을 선언한 지 약 480년 만이며, 지난 1994년 처음으로 여성 32명에게 사제직을 허용한 지 20년 만이다. 이 법안은 의회의 승인과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동의 절차를 거쳐 올해 안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이날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캔터베리 대주교를 비롯한 성직자와 평신도 수백 명은 중동부 요크대학 대강당에 모여 여성 주교 서품안을 통과시켰다. 두 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투표를 진행했으며, 평신도원에서는 찬성 152표에 반대 45표, 주교원에서는 찬성 37표에 반대 2표, 사제원에서는 찬성 102표에 반대 25표가 나왔다.

영국성공회 수장 캔터베리 대주교는 “위대한 모험이 시작됐다. 역사적인 날”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이르면 내년 최초의 여성 주교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웰비 대주교는 여성 주교 서품 허용에 적극적이었으며, 영국성공회 교인들 대다수 역시 이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가디언지는 “평신도 사이에서 여성 주교를 허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그동안 널리 퍼졌다. 16세기 종교개혁 이후 영국성공회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영국성공회 여성 사제인 준 오스본은 “드디어 종교 최고위직에서 남녀차별이 사라졌다. ‘우주적 변화’가 일어난 순간”이라고 말했다.

영국성공회는 지난 2월 열린 런던 총회에서, 여성 주교 서품과 관련된 입법 절차를 간소화하고, 교단의 협의 기간을 기존의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통과시켰었다.

BBC는 내년 1월 현 주교가 은퇴하는 글루스터 교구에서 영국성공회 첫 여성 주교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1971년 홍콩성공회를 시작으로, 세계 성공회는 잇따라 사제직을 여성에게 개방했으며, 미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폴리네시아·아프리카에서는 이미 여성 주교의 임명을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