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톨스토이 | 전 2권

<부활>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만년에 완성한 역작으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와 더불어 그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작품의 기본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한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끼친 비도덕적 행위를 뉘우치고, 속죄의 노력을 계속하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처음 <코니의 수기>란 이름이 붙었는데, 그것은 작가가 우연히 A. F. 코니에게서 들은 얘기가 그 뼈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코니는 핀란드의 어느 고아 소녀의 비극적 이야기를 톨스토이에게 들려줬다. 과거에 한 처녀를 유혹한 남자가 배심원이 되어 법정에서 그 여자를 다시 만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양심의 눈을 뜨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톨스토이는 이 이야기를 단순히 도덕적이며 심리적인 면에서만 고찰하고자 했지, 최종 원고에서처럼 날카로운 사회적 비판을 예정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나 작품을 써 나가는 동안에 <코니의 수기>는 법정 재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작가의 관심은 차츰 사회적인 쪽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구상 아래 1895년에 <코니의 수기>는 일단 완성을 보았지만, 그것은 지금의 <부활>과는 많이 달랐다.

작가는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후, 이 작품을 철저하게 개작했다. 개작이 진행됨에 따라 작품은 사회문제를 포함하는 장편소설로 그 모습이 바뀌었고, 제정 러시아의 정권과 교회를 고발하는 비판적인 내용이 가미되었다.

<부활>은 여성 죄수 마슬로바가 출정하기 위해 교도소 감방을 나서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슬로바는 농부의 딸인 어머니가 죽자 그 주인인 여자 지주에게 맡겨져 ‘카튜사’란 이름으로 불리며 귀여움을 받았으나, 18세가 되던 봄, 여주인의 조카뻘 되는 젊은 공작에게 유혹을 받아 정조를 바치고 임신을 하게 된다. 공작이 떠난 후, 카튜사는 주인집을 뛰쳐나와 직업을 이것저것 바꾸면서 살아가다, 끝내 창녀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데 그녀가 26세 되던 해에 생각지도 않던 사건이 일어나,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지금 법정에 끌려나온 것이다.

한편 백모네 집에서 카튜사를 유혹한 네플류도프 공작은 지금 배심원의 한 사람으로 법정에 출두, 마슬로바가 지난날 자기가 유혹해서 몸을 빼앗은 여인임을 발견하고 매우 놀라게 된다.

그날 저녁부터 공작은 양심의 가책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튿날에는 감옥으로 그녀를 찾아가 용서를 빌지만, 카튜사의 태도는 냉담했다. 카튜사에게는 지난날의 상처가 다시 생각하기조차 쓰라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네플류도프는 이 면회에서 강한 충격을 받은 후, 이번에야말로 끝까지 양심에 충실하리라 맹세한다. 그는 변호사에게 의뢰하여 항소를 시도했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고, 카튜사는 시베리아로 유형의 길을 떠나게 된다. 양심의 가책을 못 이긴 네플류도프는 카튜사를 따라 시베리아로 가려고 3등 열차에 오른다.

죄수의 무리가 먼 길을 걸었을 때, 카튜사는 네플류도프의 주선으로 형사범의 대열에서 정치범의 대열로 옮겨진다. 이것은 그녀에게 육체적·정신적으로 큰 위안을 주었다. 특히 그녀는 일행 가운데 시몬스라는 남성과 마리아라는 이름의 여성 정치범에게서 큰 영향을 받는다. 죄수들의 여정은 악천후를 무릅쓰면서 계속되었다. 그러나 네플류도프는 카튜사의 마음에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기쁨을 누를 길이 없었다.

시베리아에 도착한 어느 날, 카튜사를 보기 위해 수용소로 찾아간 네플류도프는 시몬스에게서 그녀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놀란다. 사실 카튜사는 네플류도프의 생애를 망칠까 두려워하여 시몬스와 함께 떠나려고 했던 것이다. 카튜사는 자기의 결심을 실행한 기쁨을 느끼면서도, 네플류도프와의 이별 때문에 고민한다.

네플류도프는 그녀를 시몬스에게 맡기기로 하고, 자기는 다른 고통받는 사람들의 구원을 위하여 평생을 바치기로 한다. 그가 이런 결심을 하는 데는 그가 애독하던 신약성경 속 ‘산상보훈(마 5~7장)’의 사상이 깊은 영향을 끼쳤다. 그리스도의 교훈을 실천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네플류도프의 마음은, 오랫동안의 고통 끝에 드디어 참다운 평안을 얻게 된다.

톨스토이는 그의 또다른 책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진정한 예술은 기독교 예술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기독교 예술의 주제는 사람들과 하나님, 또 사람들과 사람들 상호 간의 결합을 도모할 수 있는 감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활>은 바로 톨스토이의 이런 예술론을 실천하기 위해 쓴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톨스토이는 한 귀족과 창녀가 정신적으로 부활하는 과정을 통해, 당대 러시아의 정치, 경제, 법률, 종교 등에서 일어나는 불합리성에 예리한 비판을 가한다. 그러면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근본으로 하는 자신의 사상을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송광택 목사(한국기독교독서문화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