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복판에서 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연휴 기간인 7일 오후, 서울 신촌 일대에서 예정대로 퀴어문화축제(Korea Queer Festival)가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됐다.

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기에도 강행된 행사는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실제로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앞에서는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와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가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음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주최측은 도로 한가운데에 갖가지 부스를 차리고 전시와 이벤트, 판매 등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갖가지 무지개색 장신구와 페이스페인팅으로 꾸민 채, 남남 또는 여여 커플로 보이는 이들이 손을 잡고 도로를 활보했다. 일부 남성들은 반나체로 ‘프리 허그’를 하기도 했고, 속옷만 입고 나온 여성도 눈에 띄었다. ‘무료 익명! 종합 성병 검사’, ‘성노동자도 노동자일 뿐이다(Sex Work is Work)’ 등의 팜플렛도 눈에 띄었다.

외국인들도 많았다. 거리에서 네 명 중 한 명은 외국인들이었으며, 이들도 떼를 지어 다니며 포즈를 취했다. 당초 주최측은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해외 참가자는 도쿄 퀴어퍼레이드 기획단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이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한 외국인 초청공연자는 ‘커밍아웃의 의미를 담은 노래’라며 아이들의 큰 사랑을 받은 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곡 ‘렛 잇 고(Let it Go)’를 부르기 시작했고, 참가자들은 어느 때보다 환호했다.

▲‘퀴어와 함께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성소수자들을 축복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특히 한국성공회와 섬돌향린교회 등이 함께한 ‘퀴어와 함께하는 그리스도인들’과, ‘퀴어한 기독교인 여기 있다’는 현수막을 내건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차세기연)’도 퀴어문화축제에 힘을 보탰다. 성공회 참가자들은 무지개색 성공회 묵주를 팔거나 성공회 소개 전단을 나눠줬고, 섬돌향린교회 성도들은 임보라 목사와 성가대 가운과 스톨을 입고 행진했다.

또 ‘퀴어 퍼레이드와 함께하는 축복대성회’라는 이름으로 축복송과 예배찬양 등을 기타로 연주하면서 함께 노래했다. 이를 목격한 반대측 기독교인들이 격분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반대측 기독교인들은 ‘동성애는 유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등의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으며, 축제 참석자들은 이에 항의하면서 ‘주여, 저 호모포비아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이 자신의 죄를 알지 못합니다!’, ‘차별하지 않는 하나님의 으리으리한 사랑’ 등의 피켓을 들었다.

퀴어축제 조직위원회 측은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내세우면서 사진 촬영에 극도로 민감해했지만, 일반 시민들의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도 했다. 사진 촬영은 허가를 받은 후에만 가능하다고 공지했으며, 심지어 사진 촬영 중도 아닌, 사진기를 든 채 지나가던 한 시민에게 다가가 촬영물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행태를 보였다.

반대편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콘서트’

▲성소수자들(왼쪽)과 기독교인들이 각각 자신의 주장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이대웅 기자

이날 같은 장소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콘서트’가 진행됐다. 퀴어문화축제 개최 소식이 알려지면서, 행사가 진행되는 연세대 학생들과 기독교인들, 청소년미래발전소 등에서 ‘신촌 동성애 축제와 빤스 카퍼레이드 반대 1만명 국민대회’를 기획한 것. 이에 신촌로터리에서 유플렉스 앞 사거리까지는 퀴어문화축제가, 사거리에서 창천감리교회까지는 추모 콘서트가 각각 진행됐다.

▲홀리라이프 등의 주최로 퀴어문화축제 장소에서 예배가 진행됐다. ⓒ이대웅 기자

기독교인들은 콘서트 전 퀴어문화축제 무대를 꾸민 사거리 바로 앞에서 홀리라이프 등의 주최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예배는 신촌아름다운교회 이규 목사와 홀리라이프 이요나 대표, 한국복지선교연합회 박영률 회장 등이 주도했다. 송춘길 목사(가톨릭&교황 정체알리기 운동연대)는 설교에서 “저들을 반대하기에 앞서, 우리가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한 것을 먼저 철저히 회개하자”고 당부했다.

이요나 대표는 “저는 동성애 바(bar)를 가장 먼저 만든 사람이다. 죄송하다”며 “하지만 저는 예수님을 믿었을 뿐인데 동성애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오늘 여기서 축제를 여는 동성애자들을 미워하지 말고, 저들을 긍휼히 여기자”며 “우리는 기도할 뿐 저들을 저지해선 안 되고, 하나님께 맡기자”고 전했다. 예배는 박영률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퀴어문화축제 반대편에서 세월호 추모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국민대회를 기획한 김광중 학생은 “선교사들의 얼이 서려 있는 신촌 땅이 동성애로 젖어들면, 전국 대학가 곳곳에서 동성애를 당연하게 여기면서 지지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전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로 안타까워하고 있는 이때 축제와 카퍼레이드를 진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3천여명이 관람한 추모 콘서트에서는 팝페라 가수 최의성 씨를 비롯해 박헌상 씨의 색소폰, 연세대 음악학과 ‘MY’, 정다은 씨의 판소리 공연 및 퍼포먼스, 코드밴드 등이 공연을 펼쳤다.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은 개막무대와 축하공연을 진행한 후 오후 6시경부터 카 퍼레이드에 나서,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는 도로로 통과를 시도하면서 한때 양측이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콘서트를 기획한 김광중 학생이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해산할 때까지 철수하지 못하겠다고 버티면서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졌으며, 결국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규 목사(가운데)가 동성애 회복자 모임을 소개하는 전단을 나눠주며 설명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