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파도를 넘어 소망의 항구로 이르소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시인)

진달래 지고 철쭉 피던 붉은 석양녘
당신의 인생도 꽃망울을 맺으며 꿈의 바다로
향하였습니다
아련한 추억의 꽃을 피우기 위해 설레는 가슴으로
저녁 바다에 올랐을 때
갈매기가 그토록 서럽게 울었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을까요

먼 산에서는 소쩍새가 목 놓아 울고 있었다네요
아, 얼마나 기다렸나요, 얼마나 그리웠나요
얼마나 절규하며 원망했나요

소쩍새 한 마리 날갯짓하며
기쁘게 숨을 몰아쉰 후
저 절벽 아래 곤두박질하듯이
당신의 가엾은 꽃망울 피지도 못한 채
저 검은 바다 속에 빛바랜 흑백 앨범으로
그렇게 잠기고 말았습니다

아시나요, 우리가 그토록 당신을 기다렸던 것을
온 세상 노란 물결 가득 이루며
당신이 우리 곁으로 와 주기를
얼마나 애모했는지 당신은 아셨나요

아, 당신은 떠났습니다
캄캄한 성난 파도를 넘어
수정같이 맑은 소망의 항구로 떠났습니다
이제, 아침 햇살 눈부신 평화의 교정에서
헤어졌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
재잘거리며 웃고 있나요
끝까지 당신의 손 놓지 않았던
선생님들과 반갑게 껴안고 다독여주고
있지 않나요
그 곳은 춥지 않고 따뜻한건가요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눈물을 저 역사의 황금서판에
불멸의 기록으로 새겨 놓겠습니다
당신의 눈물이 새 역사의 배를 건조하고
희망의 나라로 개조하도록
참회의 유리병에 담아 놓겠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용서하지 마십시오
아직은 눈물을 닦지 마십시오
그러기엔 너무나 이릅니다
우리가 새로운 배를 건조하고
희망의 나라를 세울 때까지
슬프도록 푸르른 눈물 두 볼에 흘리며
우리를 끝까지 고발해 주십시오

우리가 절망과 슬픔의 저 검은 파도를 넘어
햇살 눈부신 소망의 항구에 이를 때까지
그 곳에서 쉬지 말고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십시오

눈물이 마르도록 그리운 당신이여,
우리 가슴에 여전히 노란 물결로 남아 있는
잊을 수 없는 그대 이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