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훈 시인(안산제일교회 목사). ⓒ신태진 기자

얘들아

우리가 잘못했다 용서해라

기회는 너희들의 목숨인데
우리가 문 닫고 열지도 못하게 했다

위를 향해 달리면 사는 길이 있는데
뛰어라 말 대신 앉아있으라는 말로
너희들을 우리가 바다 속에 가라앉게 했다

생사가 달린 위급한 상황인데
다 쓰고 남은 우리의 헌 목숨 살기 위해
바다 속 깊은 곳에 너희들의 몸을 우리가 버렸다

진도는 통곡으로 눈물의 바다가 되고
안산은 아픔으로 조문의 바다가 되고
조국은 자책으로 가슴치는 바다가 되고
하늘은
오늘도 침묵의 바다로 이 땅을 응시한다

사랑하는 사람아
앞으로 울고 분노할 날이 더 많은데
지금은 눈물을 그치자

아직 갇혀있는 자들을 위해
영원히 갇혀있을지 모를 우리 애들을 위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을 위해

기도가 있는 자는 중보가 되고
손이 있는 자는 손길이 되고
생명이 있는 자는 생명이 되고
희생이 있는 자는 희생이 되어

“저들을 살려내고 목숨 내놓으라면 거절할 부모 어디 있겠는가”

사랑하는 자들아
생존자는 살아서 만나고
잠자는 자는 부활로 만나자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날 그날까지
오늘은 눈물로 안녕

얘들아
우리가 잘못했다 용서해라

※본 시는 고훈 시인이 5월 21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교회지도자연합 금식기도회 도중 낭송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