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덫: 유능한 사람이 왜 무능한 사람이 되는가

장 프랑수아 만초니,장 루이 바르수/이아린 | 위즈덤하우스 | 440쪽 | 18,000원

리더십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 프랑수아 만초니 박사와 장 루이 바르수 박사는 오랫동안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 대해 연구해오면서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을 포착했다. 아무리 일을 잘하는 부하직원이라도 상사로부터 일을 잘 못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실제로 무능해져버린다는 것이다. 성과가 낮은 직원으로 낙인찍힌 직원들은 상사의 낮은 기대치에 맞는 성과를 내게끔 유도되고, 결국에는 개인도 조직도 실패할 수밖에 없게 되는 역학구도를 ‘필패 신드롬(set-up-to fail syndrome)’이라 명명했다. 어느 조직이나 필패 신드롬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는 심리학적으로 자신의 주관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인식하려는 확증편향(confirmatory bias) 때문이다.

신간 <확신의 덫: 유능한 사람이 왜 무능한 사람이 되는가>는 개인이, 또 조직 전체가 어떻게 ‘확신의 덫’에 빠져드는지 그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확신의 덫을 해체할 수 있는 처방전을 제시해준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렸던 저자들의 이 연구 주제는 미국과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으며, 그 후 현장 리더 3천여 명을 15년 동안 연구한 결과가 이 책으로 탄생했다.

저자들은 확신의 덫에 걸려 필패 신드롬의 악순환에 빠지는 까닭이 ‘꼬리표’를 붙이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관리자 입장에서 보면 꼬리표 붙이기는 불확실하고 정보가 넘치는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빠른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꼬리표를 신뢰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속도 때문이다. 리더들을 상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자 10분에서 6개월까지 대답은 천차만별이었다. 꼬리표를 붙이는 속도가 빠를수록 유능한 직원이 무능한 직원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문제가 있는 조직의 관리자, 팀장, 리더라면 무엇보다 ‘확신의 덫’에 주목해야 한다. 확신의 덫은 당사자들의 문제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섣부른 확신에서 시작된 이 파장은 조직 전체를 무기력에 빠뜨리는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 상사가 어떻게 아랫사람을 이끄느냐에 따라서 조직의 역기능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의 여부가 판가름한다고 저자들은 역설한다.

“성과가 낮은 직원들에게는 자신감 부족, 기술 부족, 이해력 부족 또는 노력 부족과 같이 여러 가지 근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부하직원의 성과가 향상되어도 상사의 생각이 이미 결론지어졌기 때문에 향상되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사라면 부하직원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을 때마다 자신이 붙인 꼬리표를 수정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