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계에서 동성결혼 문제로 가장 극심한 대립을 겪고 있는 연합감리교회(UMC)가, 또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교단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동성결혼자일 경우, 교단 직원에게 보장되는 결혼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장로교(PCUSA)와 복음주의루터교회(ELCA) 등은 이미 과거에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지만, UMC는 여전히 이를 반대하며 동성애자 성직 임명은 물론 동성결혼 주례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부터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목회자들의 수가 늘어, 총회 때마다 결혼에 관한 현 규정을 변경하라는 압박이 거세다. 또 총회의 입장에 반해, 각 연회별로 동성결혼자를 성직 임명 대상자에 올리는 등 현실적 반발도 있다. 

최근 UMC는 자신의 아들의 동성결혼을 주례했던 목회자를 30일 정직 처분하며 이 문제에 비교적 강력하게 대처한다는 인상을 남겼으나,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존경받는 신학자이자 예일대 학장 출신인 오글트리 박사가 아들의 동성결혼을 주례했다는 이유로 고소당하자 연회가 재판을 중지시키면서 면죄부를 주기도 했다.

현재 UMC 내에서는 동성결혼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교단 산하 13개 기관의 직원들 중에는 동성 커플도 존재한다. 만약 이 커플이 거주하는 주 법이 이들을 결혼 관계로 인정할 경우, 합법적 부부가 받게 되는 교단의 각종 혜택이 이성결혼자와 마찬가지로 주게 된다.

예를 들어, UMC 산하 기관 중 하나인 총회고등교육사역국은 테네시 주에 있다. 테네시 주는 현재 주내 동성결혼을 금지하되, 타주 동성결혼은 인정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내린 상태다. 그렇다면 교단은 테네시 주에 거주하는 동성 커플에게는 부부에게 해당되는 의료보험 혜택을 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커플이 캘리포니아 주에 가서 결혼식을 올리고 온다면, 테네시 주도 이들을 부부로 인정하기에 교단도 동일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교단 총회 재정행정위원회의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 교단 사법위원회는 지난 4월 26일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성결혼을 지지해 왔던 측은 매우 반기는 분위기다. 이는 곧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신실한 결합”이라는 교단 헌법이 실질적으로는 ‘죽은 법’이 됐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사법위원회는 “동성애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고 있는 동성애자는 성직자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성직자가 되기 위한 면접까지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밝혔다. 또 성직자가 동성결혼을 주례하는 행위도 여전히 금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