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이다. 그리고, 꽃망울이 터지는 봄이다. 책 읽을 시간이다.

◈말씀과 함께

 

제임스 몽고메리 보이스 목사와 <사랑한다면 예수님처럼>의 필 라이큰 목사가 공저한 ‘THE LAST WORDS(이상 생명의말씀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하신 7가지와 부활 후 하신 7가지, 도합 14가지 말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은 필라델피아 제10장로교회를 차례로 목회했던 인연이 있다.

흔히 예수님의 십자가상(From the Cross) 말씀은 ‘가상칠언’이라 해서 잘 알려져 있고, 이에 대한 묵상이나 글도 많다. 그러나 십자가를 이기고(Beyond the Cross) 부활하신 후 주님의 말씀을 7가지로 정리한 경우는 많지 않다. 저자들은 부활 후 하신 7가지 말씀을 ‘The Real Last Words of Christ’라고 말하고 있다.

그 7가지 말씀은 ‘어찌하여 울며 누구를 찾느냐(요 20:15)’, ‘무서워하지 말라(마 28:10)’,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요 20:19, 21)’, ‘이에 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 바 자기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눅 24:27)’,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눅 24:39)’,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내 양을 먹이라(요 21:17)’와 마지막으로 마태복음 28장 18-20절의 ‘지상명령’이다.

두 저자는 이를 각각 찾는 자(the Seeker), 두려워하는 자(the Fearful), 불안한 자(the Restless), 근심에 싸인 자(the Troubled), 의심하는 자(the Skeptical), 넘어진 자(the Fallen), 모든 사람(the Everyone) 등을 위한 말씀(A Word for)으로 전하고 있다. 제임스 몽고메리 조이스는 “십자가를 배제한 기독교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주제 넘은 착각과 교만으로 이끄는 자기 신격화의 한 유형에 불과하다”며 “예수님이 죽음을 감사하신 이유는, 죽음을 타파하려면 누군가가 단번에 그것을 정복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톰 라이트 관련 서적을 다수 편찬한 에클레시아북스는 <톰 라이트와 함께 읽는 사순절 매일 묵상집> 마태복음편을 펴냈다. 영국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2010년 사순절과 부활절 기간 성경을 묵상하는 ‘빅 리드(Big Read)’ 프로젝트는 누가복음이었고, 이듬해인 2011년 ‘흠정역 발간 400주년’을 맞아 분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마태복음을 함께 읽었다. 톰 라이트는 이 해 동안 성도들을 위해 지침서들을 썼고, 마태복음편이 한국에서 먼저 발간됐다.

저자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부터 꼬박 40일간, 그리고 부활주일 이후 1주일간까지 주일을 포함해 53편으로 마태복음 전 28장에 대한 짧은 강해를 펼치고 있다. 날마다 매일의 본문과 간단한 강해, ‘오늘의 기도’가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 and Him Crucified·복있는사람)는 ‘20세기 최고의 강해설교가’로 불리는 마틴 로이드 존스(Martyn Lloyd-Jones) 박사가 목회사역 50년 만에 첫 목회지인 ‘베들레헴 전진운동 선교교회(Bethlehem Forward Movement Mission Hall)’를 찾아 설교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1977년 2월 6일, 로이드 존스 박사는 그곳에서 50년 전 처음 설교했던 본문인 고린도전서 2장 2절을 다시 꺼내들고, 2천년 전 바울 사도가 왜 유대인들에게는 거리끼고, 헬라인들에게는 미련한 ‘그것’만을 알고자 했는지 추적하고 있다. 이는 하나님과 화목케 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고, ‘그것’만이 역사하기 때문이며, 자신의 삶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이를 알게 된다면 삶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장차 임할 영광을 위해 그분의 발 앞에 엎드릴 수 있다고 로이드 존스 박사는 역설한다.

◈고전과 함께

 

기독교 2천년 역사는 ‘피 흘림’이 계속돼 왔다. 2천년 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피 흘려 돌아가신 후, 열두 제자를 비롯하여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은 참소와 고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앙을 지켰다. <순교자 열전(원제 Fox’s Book of Martyrs·포이에마)>은 이 수많은 신앙의 위인들 또는 무명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6세기 종교개혁기 저술가인 존 폭스는 1583년 그때까지 일어났던 수많은 순교의 기록들을 모아 이 책을 펴냈다. 최종판이 2천 페이지가 넘었다고 한다. 1563년 초판이 나온 이후 여러 차례 증보판을 내면서 ‘기독교 순교자들의 보편 역사’를 일일히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당시 글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성도들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불꽃 속에서 죽어가며 찬송을 부른 모습 등을 그린 정교한 목판화들을 삽입했다.

이 책은 “방대함이 도리어 약점”이라는 한 교수의 말이 나올 정도여서 여러 요약본이 출간됐다. 이번에 포이에마 고전 시리즈로 나온 <순교자 열전>은 ‘저자의 정신과 의도를 잘 반영한’ 윌리엄 바이런 포부쉬의 축약본 ‘라이트하우스 판’이다. 읽다 보면 로마가 기독교 세계로 변화한 후에도 각종 명목으로 순교가 이어졌다는 점, ‘심약자가 읽어도 되나’ 할 정도로 오랜 기간 잔인한 고문과 순교를 이겨낸 유럽인들의 신앙이 오늘날 그 피값을 무색케 할 정도가 된 점 등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책이 전하는 순교의 역사는 열두 제자와 스데반, 바나바, 바울 등 성경 인물들을 그리고, 네로 황제를 비롯한 로마에서의 열 차례 주요 박해를 다룬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후에도 프랑스와 스페인·포르투갈 등 로마의 변방에선 박해가 이어졌고, 새로운 박해로 ‘종교재판’과 종교개혁 과정에서의 각종 순교 이야기도 들려준다. 폭스는 특히 동시대인 메리 1세 통치 기간 잉글랜드에서 자행된 박해들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책의 오른쪽에는 핏빛 십자가가 오롯이 새겨져 있다.

 

추천사를 쓴 이상규 교수(고신대)는 이 책이 존 번연의 <천로역정>과 함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고전이자 가장 많은 독자를 거느린 저작이라고 소개한다. <천로역정> 역시 사순절에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다. 마침 지난해부터 서울 북촌아트홀에서 시작된 연극 ‘천로역정’이 5월까지 연장 공연되고 있다. 미디어 금식 대신, 말이 필요 없는 고전 <천로역정>을 읽고 연극 ‘천로역정’을 함께 관람한 후 북촌을 한 바퀴 산책하는 주말 순례(또는 데이트) 코스도 계획할 만하다.

이 외에 고전 반열에 오른 엔도 슈사쿠의 <침묵(홍성사)>도 사순절을 맞아 다시 한 번 읽어볼 만하다. 일본 선교 초기, 포르투갈 예수회 신부인 로드리고는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가 일본에서 배교를 맹세했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와 일본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도 이내 완전한 절망을 경험하고, 일본 땅에서 수많은 피가 뿌려지고 있는데도 ‘침묵’하고 계신 하나님에 대해 소리 없이 절규하고 모종의 결단을 내린다. 휴전선 이북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고민으로 잠 못 이루는 이들이 많고, 이러한 고민을 담고 있는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을 함께 시청해도 좋겠다.

◈이웃과 함께

 

길을 걷다 보면 어디서나 만날 것 같은, 보통의 우리네 열두 명 어머니가 전하는 ‘예수’ 이야기다. 믿음의 어머니 12인의 신앙 열전 <밥보다 예수(홍성사)>이다. 수많은 믿음의 아들들이 신앙과 성공의 비결을 고백할 때 ‘어머님의 믿음의 기도 덕분’이라고 말하는, 그 어머니들이다.

읽는 사람마다 ‘나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정도로 평범하디 평범한 집사님과 권사님들이지만, 들여다 보면 하늘을 두루마리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는 신앙의 이야기들이 빼곡하다. “예수가 밥 먹여주냐?”고 묻는 세상에서, 이들 12명의 연약한 여인네들은 한 목소리로 “예수가 밥 먹여 주더라”고 소리친다. 열두 어머님들은 과감한 헌신과 결단으로 각자의 고난을 극복해 간다.

‘묵상하는 소설가’라는 저자는 “농촌 교회는 무너지고 도시 교회는 병들어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고향 교회를 돌아볼 때”라며 “한국교회의 뿌리인 어머니의 신앙, 아버지의 신앙, 그분들이 온몸을 불살랐던 헌신을 배우고 그 신앙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말한다. 기독공보에 25회 연재됐던 글 중에서 절반을 가려 뽑아 책이 됐다. 같은 출판사의 <내 이름은 아직도 이새별>도 고난과 죽음을 넘어서는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