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호 교수. ⓒ신태진 기자

최근 ‘세 모녀 자살 사건’ 등으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사회복지사 양성소로 꼽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최길호 교수가 13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 서빙고캠퍼스에서 ‘기독교 신앙과 사회복지’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먼저 최 교수는 부시 대통령 당시 백악관에서 조사했던 ‘종교와 사회복지’ 내용을 근거로, “미국교회는 재원이 많을수록 사회봉사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자가 많은 교회일수록 큰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에, 몸소 나서서 봉사하는 것은 적었다. 가난한 지역의 교회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민감하고, 대학교육을 받은 교인들이 많은 교회는 사회적 의식이 높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교회보다 사회봉사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산층 교인과 전문직 교인이 많은 교회일수록 사회봉사를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조사는 미국 정부가 사회복지의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닫고, 교회의 인적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관심을 가지면서 시행한 것이다. 교회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정부의 것보다 마약 중독, 가정 폭력, 범죄의 교도에 훨씬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라며 “교회에서는 자원봉사에 열심 있는 교인들을 택해서 체계적인 훈련을 시키고 이웃을 돌보는 일에 적극적으로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을 통해 ‘세 모녀 자살 사건’을 보면서, 크리스천의 책임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교회가 외형적인 선교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인근의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는 일은 도외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사회적 단절’이다. 정부와 지역사회와 교회가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또 “미국의 정신병원에서 일할 때에 아들의 자살로 고통스러워하는 크리스천 부모에게 자주 위로 전화를 했는데, 그들이 ‘죽음 직전에 있는 나를 깨웠다’고 응답하는 것을 보면서, ‘생명의 돌봄’이 크리스천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한국에 와도 대형마트에는 안 가고 꼭 행상에 가서 과일을 산다. 추운 밤, 떨며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전해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교회가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어떻게 발굴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신앙의 의식 속에서 잊힌 자를 찾아야겠다는 몸부림이 필요하다. 구청에 가서 지원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확인하고 직접 찾아가야 한다. 소외된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서 ‘오늘도 고생 많았다. 힘내라’고 말해야 한다. 옛 속담에 ‘함께 웃는 사람은 오래 기억하지 않지만, 함께 우는 사람은 죽는 날까지 이름을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습된 무기력’이 가장 위험하다. 지속적인 고통에 감각이 무뎌지는 것이다. 소외된 이웃들이 지속적인 경제적, 관계적 어려움에 주변과 단절되고 더 이상 개선의 노력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자살을 부르는 가장 위험한 일이다. 교회는 이분들을 확인하여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