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gei 선교칼럼] 한국인 선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지난 20여년, 러시아에서 지내는 동안 한국인의 선교사의 역할은 어떠하였는가? 성찰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게 매우 아쉽다. 결산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방향도 정하지 못하고 달려가고 있는 모습인 것 같아서 그렇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또한 그 누구도 어느 기관에게도 이러한 작업은 쉽지 않다. 섣불리 잘못 건드리고 말했다가는 몰매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상항을 감안하여 조심스럽게 고민하면서 살펴 보려고 한다. 혹시나 신실한 종들이 함께 덤터기를 쓸까 싶어 염려도 되고, 개인의 생각을 러시아의 전체적인 분위기로 오해할까 봐 염려가 되기도 하지만, 바로 서기 위한 고민 속에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니 독자 여러분들은 이 점을 참조하여 취사선택하고 잘 판단해 주시기를 당부한다. 본인이 속한 지역에 한하며(러시아는 지역이 워낙 넓기 때문), 일반적인 기준으로 각 지역을 평가하고 말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밝힌다.

첫째는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많은 한국 교회나 선교사들이 가장 많이 수고한 일은 열심히 투자하여 교회를 건축하고 건물과 땅을 산 것이 아닌가? 그것이 사역의 목표인 것처럼 열심을 낸 것 같기도 하다. 감성에 약한 한국교회를 설득하여 결국은 많은 건물을 구입하였다. 세월이 흘러 이런저런 이유로 사역을 접거나 미국으로 이동하거나 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그러한 경우에 대부분은 건물을 팔아서 선교헌금으로 되돌려 받아갔다.

미국으로 떠난 자들은 하나님의 크신 은혜라고 하면서 감사하지만, 뒤에서 지켜 보는 이들은 전혀 다른 생각이니, 다들 자기 입장에서 해석하고 간증한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싼 값에 사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값이 많이 올라 혹은 다섯 배 혹은 열 배를 남기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매우 값진 투자가 된 셈이다.

이를 바라보는 현지의 목회자들은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저러한 위치에 앞으로 교회나 신학교 건물을 세우거나 여러 모로 매우 유익한 일이 많을 텐데도 불구하고 매매처분하고 사역을 정리하는 모습, 건물과 관련해 분쟁하는 모습, 있는 것도 활용하지도 못하고 헤매는 모습들을 보면서, 결론적으로는 한국인 선교사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영적으로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재정 사용의 모습이나 리더십이나, 어느 모양으로든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모습이 아닌가? 오히려 현지 교회를 이용하여 자기들의 사역비 모금 수단을 삼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매우 통탄스럽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미국 선교사들이 한국에서 사역을 하고 떠나갈 때에, 소수는 역시 챙길 것 다 챙겨갔다는 역사적 사료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모든 것을 현장에 남기고 현지 교단이나 사역자들에게 위임하고 간 사실을 지금도 우리가 확연하게 살펴 볼 수 있다. 그 결과 한국교회의 밑거름이 되고 성장 발판이 된 것을 안다.

현장을 떠나는 선교사들에게 추후 사역이나 노후에 대한 대책이 없어서 이렇게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상대방의 상황이나 다른 입장을 모르면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을 또한 안다. 그래서 편견을 가지고 말을 할까 봐 매우 조심스럽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도 상당히 중요하다. 현지에서는 외관상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사역의 이양이다. 어느 교단은 현지에 많은 논란을 거쳐 교단을 세웠고 장족의 발전을 위하여 매우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선교사들이 먼저 교단의 서류를 등록하였다고 하여 그것을 현지인들에게 넘겨주지 않고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어, 현지 교단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발목이 묶인 상황에 처해 있다.

교단 서류를 넘겨줄 수 없는 이유를 여러 가지 나열한다. 그러나 필자가 살펴 보건대 그 어느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구차한 변명이고 기득권자의 횡포이고 한국인의 오만이며 선교적 무지의 소치일 뿐이라고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지나친 편견인가?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면서 선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곱씹어 본다. 초창기에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선교사들이 현지 교회와 교단과 사역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더 정직하게 말하면 어떤 면에서는 방해꾼이 되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신앙적으로 도움도 안 되고 그렇다고 윤리·도덕이나 전략적 관점이 탁월한 것도 없는 것 같다. 단지 아직까지는 돈 좀 있는 한국교회를 등에 업고 있다는 것 외에는, 고집과 이기심과 자기주장밖에 모르는 편협함 외에는, 별반 내놓을 실력이 없는 현장의 모습이 아닌가 암울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면 엘리야 시대에 우상 앞에 절하지 않았던 숨은 일꾼들이 있었던 것처럼, 진실한 사역자들이 있기에 소망과 위로를 가지게 된다.

지금이라도 선교사의 신분을 인식하여 자기 주장을 중단하고, 큰소리 치는 것이나 행세를 부리고 지시하는 일이나 태도는 과감하게 버리고, 진실한 신앙인의 태도를 이행하여야 한다. 시대는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가장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 종교인들이고 목사들이고 선교사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셋째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현장의 필요를 채우는 사역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가 있지만, 한국인 선교사들은 대부분 현지인 대상 목회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어려운 목회를 현장에서 하고 있다. 더구나 다른 언어를 가지고. 설령 잘 한다고 하여도 이것은 전략적이지 못하다. 자기 말 사용하는 현지인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맡길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20년을 지나도 내 일을 마음 놓고 맡길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고 가장 큰 실수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역의 목표가 건물이고 교회였기 때문일 것이고, 어떤 자들은 기본을 무시한 채 지금까지 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나를 따르라는 명령에 충실하였지만, 제자를 세워주고 조언하고 동역자로 서겠다는 생각은 못한 것이 아닐까?

지금부터라도 온 맘으로 사역자를 키우는 일에 모든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나를 대신하여 이 땅에 복음을 심고 일할 수 있는 사역자를 키워야 한다. 우리는 항상 나그네이다. 병들거나 상황이 변하여 본국 교회에서 후원을 중단하거나 그 나라에서 정치적으로 추방을 한다거나 할 때를 생각하면서, 사람을 키워야 하지 않겠는가?

나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일꾼, 모든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일꾼으로 키워야 한다. 편협한 일꾼을 만들지 말라. 내 말만 잘 듣는 사람으로 만들지 말라. 나만 잘 따르고 다른 사역자는 무시하는 그러한 사람으로 제발 만들지 말라. 하나님의 일꾼, 모든 사람의 일꾼으로서 국민 목회, 지구촌 목회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역자로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타산지석으로 삼기를 희망한다. 혹시 신실한 종들의 마음을 낙심케 하였는가? 한국교회를 실망하게 하였는가? 심히 염려된다. 그러나 현실은 사실이다. 혹시 도매금으로 러시아 선교를 판단하였다면 그것은 필자의 무지와 오만의 소치임을 고백한다. 오해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어려운 시대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도전하고 개혁하고 전략적으로 나가야 한다. 이것만이 살 길이라고 여긴다.

현장의 소리, 세르게이 선교사
Lee709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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