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올인 RPS 겨울 컨퍼런스’에서 청소년들이 찬양하고 있다. ⓒ라이즈업 제공

“우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남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왜 내 가치를 공부에 두나. 하나님께서 당신을 사랑하시는데. 공부가 나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거나 그 어떤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를 사랑하고 남을 존중할 줄 아는 것, 그것이 공부의 시작이다.”

대형교회 유명 목회자의 말처럼 들릴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지난 해 갓 수능시험을 치른, 어느 대학 새내기의 웅변이다. 그것도 수백 명의 청소년들 앞에서 한. 목소리는 여전히 여린, 또래의 그것이었지만 경험에서 빚어진 진정성 만큼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오직 그만의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멘토’(mentor)로 불린다.

만남, 학업, 시대 등 테마별 강연

지난 6일 서울 둔촌동 오륜교회에서 시작된 ‘2014 올인(All-in) RPS(Riseup Planning School) 겨울 컨퍼런스’가, 8일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약 1천4백 명의 청소년들이 참석해 자신의 정체성과 비전, 시대적 사명 등을 깨닫고 다짐한 시간이었다. ‘라이즈업 무브먼트’ 대표 이동현 목사, 사무총장 이동호 선교사를 비롯해 RPS 문미정 팀장과 나미희 교육컨설턴트, 그리고 RPS의 핵심을 이루는 대학생 멘토들이 강사로 나섰다.

이 컨퍼런스는 RPS를 소개하고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존과 인생의 목표 등을 세우게 하는 자리다. 하나님의 사랑을 기반으로 이웃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그 구체적 실천 과제를 배우는 ‘만남’, 공부에 대한 대학생 멘토들의 생생한 체험담과 방법론을 알려주는 ‘학업’, 성경적 가치관으로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문제들을 바라보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치는 ‘시대’ 등 각 테마별로 강의가 진행됐고, 멘토들의 간증과 저녁집회 등도 마련됐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심한 경쟁 속에 살아가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이들은 ‘대학’이라는, 스스로가 아닌 그들의 부모와 사회가 정해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우 힘겨운 싸움을 한다. ‘올인 RPS 컨퍼런스’는 이런 청소년들에게 공부의 이유와 동기를 하나님 안에서 찾게 하고, 무엇보다 대학이 아닌 사회, 나아가 세계의 일원이 되도록 독려한다. 한 마디로 ‘남’이 아닌 ‘나’가 되게 하는 것인데, 둘째날 이동현 목사가 강사로 나선 ‘시대’(wisdom)는 그 같은 컨퍼런스의 정신이 그대로 녹아있는 순서였다.

▲라이즈업 무브먼트 대표 이동현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드라마’로 시작된 강연, 눈과 귀를 사로잡다

강연은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인기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평소 좋아하던 스타의 얼굴에 넋을 놓고 있노라면 어느 새 화면은 사라지고, 이동현 목사는 웃고 지나가 버린 그 장면에서 숨은 그림을 찾듯 시대의 흐름과 정신을 간파해 낸다. 딱딱한 사회학개론이 될 뻔했던 것이, 스타의 감각적인 대사를 입고 마치 유행가의 가사처럼 청소년들의 가슴에 오롯이 박힌다.

약 1시간 가령의 강연은 돌아보면 매우 심오하고 또 어려운 것이었는데, 위트와 쉬운 예화를 섞어간 이동현 목사의 강연은 청소년들의 눈과 귀를 한 시도 놓아준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지금까지 라이즈업이 계획했고, 또 내가 계획했던 것은 지금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언제나 하나님은 우리의 계획, 그 이상으로 인도하셨다. 혼돈 속에 있다고 느낄 때도 많았다. 그런데 언제나 결론을 보면 그 혼돈 속에 하나님의 기막힌 섭리와 질서가 있었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자질이 뛰어나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나를 통해 역사하시고 혼돈 속에서도 나를 인도하신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으로 살아간다면 여러분의 인생에 상상할 수 없는 세계가 열릴 것이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손을 들어 찬양하고 있다. ⓒ라이즈업 제공

컨퍼런스에 참석한 박정민(18) 군은 “늘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 동안 하나님을 오해했던 것 같다”며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를 귀하게 보신다는 걸 알았다. 사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신앙이 약해졌는데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회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세린(19) 양은 “좋은 가정 속에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나보다 더 어려운 환경 가운데 있는 이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며 “나 자신을 변화시키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하나님 안에서 더 노력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