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목사(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 사무총장). ⓒ크리스천투데이 DB

한반도의 통일이 가시권 내로 들어왔다. 2013년에 들어서서 김정은이 3차 핵실험을 하고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고 계속된 도발 협박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국민이 김정은에게 질려 버린 바 있다. 그래서 이제는 대화로는 북핵을 폐기시킬 수 없고 북한이 무너지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 공감대가 되었다. 한국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중국민조차도 생각이 반쯤 돌아서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기관총으로 총살하고 화염방사기로 시신을 태워버렸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질려버렸다. 이렇게 극도로 잔인한 탄압으로 북한체제가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북한의 권력 엘리트 누구도 장성택과 같은 최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즉시 탈북할 것이다. 또 이러한 북한에 투자할 외국 기업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통일이 가시권 내로 들어왔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통일 준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구체적으로 북한이 붕괴되도록 하는 일이고, 또 하나는 통일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붕괴는 쿠테타 등 북한 내부의 소요가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우리의 소관사항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탈북난민의 북송을 중단시키는 일이다. 언젠가 중국은 반드시 북송을 중단시킬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그 날을 앞당기자는 것이다. 국내외로 북송반대운동을 열심히 해서 중국 정부가 북송을 중단시키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국 정부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북송을 중단시키면, 북한 국경을 지키는 경비병부터 탈북을 하게 되어 그 때부터 북한은 한편에서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과거 동독의 경우에도 헝가리와 체코로 간 동독 난민들이 강제송환되지 않고 서독으로 가도록 허용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북한은 변화하지 않으면 무너진다고 생각할 때에만 핵 폐기·개혁개방·인권 개선 등의 변화를 택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확실히 변화를 선택하면 한국이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끝내 변화를 거부한다면 대규모 탈북사태가 더 크게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두번째 과제는 통일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첫째로 통일과정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북한이 무너진다고 해서 휴전선을 개방해 북한 주민이 남한으로 쏟아져 들어오게 하면 안 된다. 북은 북대로 일정 기간 사회주의 경제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과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하여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구가하며 급속 성장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완전한 남북통일은 통일과정이 시작된 후 10, 15년 후에 되도록 해야 한다. 이 점에서 동서독의 통일은 우리에게 바람직한 모델이 아니다. 독일은 통일을 급속하게 이루면서 동독 경제를 완전히 붕괴시키는 바람에 상상을 초월하는 통일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우리는 오히려 통일과정을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통일과정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북한재건 계획 등 할 일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로 북한 주민이 한국을 좋게 생각하도록, 그들을 돕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북한 정권을 통해 도우면 통일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북한 정권은 한국의 지원을 북한 주민에게 비밀에 부치거나 한국이 북한을 겁내서 식량을 바쳤다는 식으로 정치적으로 선전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원하는 식량이 꼭 필요한 주민에게 가지 않고, 거꾸로 북한체제를 강화시키는 데 기여하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필자는 북의 대규모 아사사태 이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만들어 북에 대규모로 식량을 지원했는데, 이에 대해 탈북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러한 지원이 위기에 처한 김정일 체제를 기사회생시키는 데 기여했고 주민들에게는 식량이 가지 않았다고 비판해 왔다. 그 동안 북한 돕기에 혼신의 힘을 쏟았던 필자로서는 이 말을 듣고 당혹감을 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체제를 강화시키지 않으면서 북한 주민을 돕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두만강과 압록강 국경선에서 조선족 동포를 통해 국경선에 인접한 군(郡)의 탁아소나 유치원에 식량을 보내는 방법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그 군(郡)에 갈 식량이 다른 지역으로 가서, 그 만큼 북한의 식량난이 해소될 것이다. 그 외에도 나무 심기나 결핵약 지원 등의 방법은 김정은 체제를 강화시키는 일과 상관이 없다. 또 조선족·고려인 동포를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면 그들이 한국이 좋은 나라임을 열심히 알릴 것이다.

셋째로 젊은이들을 위시한 한국 국민이 통일에 대해 바른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종북좌파 세력이 소멸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 장성택 처형사건 이후 모든 야당정치인들이 북한을 비판했지만, 통진당은 끝내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써 스스로 종북세력임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반드시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켜야 한다.

또 이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동일한 대북전략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국내 문제를 가지고는 치열하게 싸우지만, 북한을 보는 시각에는 한 치의 차이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의 민주당과 새누리당도 그래야 한다. 그러려면 애국시민운동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 특히 기독교가 확실하게 조직되어 민주당의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이 창립된 이유도 이 일을 하기 위해서다. 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이 전국의 모든 시군구에 지부를 결성, 교회의 힘을 확실하게 조직화해서 그 힘으로 민주당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북한인권법 제정에 성공해야 한다.

넷째로 통일애 대비하려면 통일비용 마련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정부도 통일예산을 세워야 하지만 국민도 적극 대비해야 한다. 돌아가신 김준곤 목사님은 생전에 식량은행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신 바 있다. 모든 기독교인들이 통일을 위해 적금을 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꼭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 돈의 일부를 찾아 꼭 필요한 일에 쓰자는 것이다. 최근 CCC는 이러한 뜻을 계승해서 통일통장 만들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 일은 한국교회 안에서 여러 곳에서 경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북한인권한국교회연합도 통일통장 만들기를 시작하되, 당장 필요한 북한인권운동부터 시작해서 북한지원운동·북한선교활동에 그 돈을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할 일은 통일을 이룰 차기 정권을 탄생시키는 일이다. 통일이 다음 정권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통일이 되려면 한국 정부가 단호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북이 핵 폐기·개혁개방·인권 개선의 조치를 취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국제사회와 공조해서 북한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절대로 퍼주기나 비위 맞추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애국 세력은, 특히 기독교 세력은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는 정권을 탄생시키기 위해 지금부터 총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