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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세계관

스티브 윌킨스·마크 L. 샌포드 | IVP | 288쪽 | 13,000원

목적지는 같겠지만, <은밀한 세계관>은 기존의 세계관 도서들과는 약간 다른 길을 선택한다. 이 책은 우리 삶에 스며든 여러 신념 체계들, 특히 8가지를 콕 집어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기독교를 비롯한 여러 세계관들을 비교하는 <충돌하는 세계관>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은밀한 세계관’들은 충돌하는 세계관이 비교하는 그것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이 8가지 세계관은 다음과 같다: ①나는 우주의 중심이다: 개인주의 ②나의 소유물이 곧 나다: 소비주의 ③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우리나라: 국가주의 ④나의 판단은 너의 판단과 다르다: 도덕적 상대주의 ⑤오직 물질만이 중요하다: 과학적 자연주의 ⑥우리도 신이 될 수 있다: 뉴에이지 ⑦나의 부족이 곧 나의 세계관이다: 포스트모던 부족주의 ⑧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종교가 된 심리치료.

이러한 작업을 하는 저자들의 전제는 이러하다. 사람들의 삶과 신념을 형성하는 세계관은 대부분 이론이나 지식 체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며, 우리의 삶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관은 문화에서 비롯된다. 그런 세계관들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지만, 문화 속에 은밀하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볼 수 없다. 이를 ‘일상생활의 세계관’이라 부른다. 우리는 세계관을 받아들일 때 서로 경쟁하는 이론들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채택하기보다는, 문화적 접촉을 통해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하나의 세계관을 선택할 경우, 무 자르듯 다른 세계관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관이 ‘안경’에 곧잘 비유되지만, 이 안경은 불순물들을 걸러주는 ‘인공지능’을 갖고 있진 않다. 저자들은 <기독교 세계관 현대사상> 등을 쓴 세계관 권위자인 제임스 사이어가 세계관을 ‘이야기’라고 이해하는 데 공감한다. 체계적이고 논리정연한 특징을 갖는 단어 ‘세계관’과 달리, ‘이야기’는 비체계적이고 복잡하며, 깔끔한 방식이 아님을 시사한다는 것.

더구나 우리는 평소 가진 신념이나 생각대로만 행동하지도 않는다. 저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은 흔히 올바른 신조를 인용하고 타당한 교리를 인정하며 그럴 듯한 말을 하면서도, 그 속에 내포된 원칙대로 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물론 그리스도인들만 언행이 불일치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8가지 ‘은밀한 세계관’을 폭로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말과 행동, 신념과 생활을 통합해야 한다. 이 세계관들은 교회 안이나 신앙생활 속에도 부분적으로 파고들어 있기 때문이다.

책은 8가지 은밀하고도 경쟁적인 세계관에 대해 각각을 소개하고, 이들이 가진 진리나 긍정적 측면들을 먼저 꺼내놓는다. 이런 측면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를 받아들였을 리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야 이러한 세계관들이 가진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결론을 맺는다. 문제점을 지적할 때는 각 세계관이 가진 ‘환원주의’적 역설들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저자들은 마지막으로 <충돌하는 세계관>처럼 기독교 세계관-이야기-의 주요 내용과 우수성에 대해 논증한다. 특히 ‘창조’ 이야기를 포함하기 때문에 타락 이전의 세계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고, 이로 돌아가고자 하는 성육신과 구원에 타당한 근거를 부여한다. “기독교 이야기를 믿기 위해서는 신앙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대안적인 세계관을 살펴볼 때, 기독교 이야기가 가장 합리적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기독교 이야기의 목표이자 발전 지표로 ‘겸손·사랑·감사’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