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목사(왼쪽)가 윤미향 상임대표에게 성금과 서명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서울 큰은혜교회(담임 이규호 목사)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사랑나눔’에 앞장섰다.

큰은혜교회는 12월 3일 오후 4시 서울 성산동에 위치한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방문, 성금과 서명지를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교회에서는 이규호 목사를 비롯한 목회자들과 장로·권사부터 중·고등학생, 초등학생까지 20여명의 성도들이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박물관을 방문했다.

큰은혜교회는 지난 10월부터 성도들에게 저금통을 나눠주면서 자발적인 모금을 실시했고, 교회 로비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1억인 서명운동’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5천명의 성도들이 서명에 참여했고, 어린이부터 장로까지 성금 모금에 참여해 3,153만원을 모았다.

교회측은 시대적인 사명과 이웃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사역을 섬기기 위해 고민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떠올리게 됐고, 정대협을 통해 할머니들을 도울 방법들을 논의하면서 이번 전달식이 마련됐다.

▲이규호 목사가 성도들이 낸 저금통을 들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날 행사에서는 이규호 목사가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에게 이를 전달했다. 전달식에서 윤미향 상임대표는 “위안부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인데도 한국 사회가 그간 남의 문제를 보듯 관심없어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저희가 이 일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역사의 진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미래, 특히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한편으로는 단순히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 뿐 아니라, 이 땅에 평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보존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윤 상임대표는 “교회에서 서명운동을 한다는 게 기도 같은 신앙생활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걸 잘 아는데, 그럼에도 과감하게 할머니들의 힘이 되어주시기 위해 서명운동을 해 주셔서 저희들과 할머니들이 웃을 수 있게 해 주셨다”며 “현재 위안부 할머니들이 국내에 불과 56명 살아 계시고 평균연령이 87-88세이신데, 일본 정부가 역사의 진실 앞에 겸허히 머리 숙일 때까지 큰은혜교회에서 계속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교회가 할머니들의 친구가 되고 있음을 전국에 계신 할머니들께서 잘 아실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덧붙였다.

이규호 목사는 “할머님들의 피해와 아픔은 바로 우리 민족의 비극이자 아픔으로, 저희들이 당할 아픔을 대신 당하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드리는 작은 사랑과 위로는 할머님들을 치유하시는 하나님의 뜻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과 나라 모든 분들에 대한 하나님의 치유와 회복, 위로의 말씀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미약하지만 저희 교회의 기도와 사랑을 받아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그래서 저희 교회는 이번에 성도분들께 저금통을 다 나눠드려서 동전 하나를 넣을 때마다 할머님들, 그리고 여기서 애쓰시는 많은 분들, 그리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참여했고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모두 동참해 주셨다”고 강조했다.

▲이규호 목사가 길원옥 할머니를 안으며 격려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규호 목사는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애쓰시는 모든 분들께 더 큰 위로와 용기를 주시고, 사랑하는 할머님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회복하여 주시길 기도하겠다”며 “일본도 빨리 회개하는 심정으로 겸허하게 죄를 자복하고 반성하여, 세계 앞에 존경받는 나라가 되어 대한민국과 손 잡고 세계와 인류의 평화를 위해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전달식에 함께한 길원옥 할머니(86)는 “어디서나 어렵다고들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목사님을 통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여러분들 가정에 행복이 깃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길 할머니는 이날 방문한 학생들을 향해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 나라에 보탬이 되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교회 권사이기도 한 길원옥 할머니는 13세 때 평양에서 중국으로 끌려가 해방 후인 18세에 인천으로 돌아왔으며, 일가친척 없이 홀로 살다 고아원에 있던 사내아이를 데려다 키웠다. 이 아이는 감신대를 졸업하고 현재 부천 지방에서 섬기고 있는 목회자가 되었다고 한다. 길 할머니는 북한 돕기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