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신학회 국제학술대회 개회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성주진 총장) 주최 제62차 정기논문발표회 및 제4차 국제학술대회가 18일부터 1박2일간 양평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총장 김영욱 박사)에서 개막했다.

이번 학술행사는 ‘창조신학과 교회의 사명(Creation Theology and the Mission of the Church’을 주제로 해외 초청 인사들이 6차례 주제강연하며, 분과별로 국내 학자들이 세 차례 논문을 발표한다.

개회예배에서는 성주진 회장 사회로 최남수 목사(광명교회, 아신대 이사장)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라(왕상 18:43)’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최남수 목사는 “아무 것도 없는 그곳이 천지창조의 시작이었다”며 “만약 여러분에게 아무 것도 없다면, 절망 대신 또 한 번 창조의 역사가 일어나기 위해 하나님께서 나타나시기 바로 직전이라고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오늘 사환이 엘리야에게 말했던 ‘아무 것도 없다’는 이 말을 여러분에게 도전하고 싶다”며 “한국교회가 통계를 보면서 자꾸 내리막길이라고 하는데, 큰 비의 소리를 먼저 들었던 엘리야처럼 영적인 눈을 열어 하나님께서 일으키실 부흥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남수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후 김영욱 총장이 환영사, 소강석 목사가 축사, 장훈태 총무가 광고, 최갑종 총장(백석대)이 축도했다. 소강석 목사는 “아름다운 아신대에서 국제학술대회가 열리게 된 점을 축하한다”며 “여기 모이신 분들이 다른 무엇이 아니라 복음을 깊이 가르치는 학자가 되신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라고 했다.

첫날 주제강연은 ‘창세기 1장 2절과 창조의 교리’를 주제로 캐나다 리디머신학대(Redeemer University College)에서 재직 중인 영국 출신의 크레이그 바르톨로뮤(Craig Bartholomew) 교수가 전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는 창세기 1장 2절은 난해한 구절로 유명하다.

<세계관은 이야기다>, <성경은 드라마다> 등으로 잘 알려진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교수는 칼 바르트와 디트리히 본회퍼의 견해를 비교·대조하면서 이 구절을 분석한 후, “하나님께서는 이 ‘도전적인 구절’을 통해 하나님 창조 사건의 첫 단계로서 이 구절과 7일째 되는 날의 모습이 차이가 있음을 시사하신다”며 “중요한 것은 창조의 모든 형성 단계가 하나님으로부터 유래했고, 그 영은 영광스러운 다차원성 안에서 생명의 탄생을 기대하면서 수면 위를 운행하고 있었는데, 창세기 1장 2절은 이 탁월한 세상이 하나님으로부터 창조된 것임을 기억하게 한다”고 했다.

바르톨로뮤 교수는 “본회퍼가 지적하듯 창세기 1장 2절에서 다 형성되지 못한 창조는 하나님에 반대되지만, 7일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자율성은 더 높아지고 특히 인간 창조에 그가 부여한 자율성은 더욱 심해졌다”며 이것이 ‘창조주가 스스로를 부인했다’는, 본회퍼의 낯선 표현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은 세상의 자율성과 자주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시면서 하나님과의 관계 가운데 세상을 창조하셨지만, 이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선물인 동시에 조건적 자유이며 거둬가실 수도 있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 구절은 하나님을 창조주로서 영예롭고 영화롭게 하는 것에 대한 더 큰 몰입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고 했다.

또 “창세기 1장 2절은 형성된 창조의 모든 단계가 하나님의 선물로서 찬미되고 기념돼야 함을 상기시킨다”며 “우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창조와 구속을 나누려 하고, 창조의 모든 차원의 중요성과 창조에 속한 인간 존재의 경이로운 일체성을 격하시키려는 성도들과도 함께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창조는 구속의 가장 중요한 근간”이라며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7일 중에 창세기 1장 2절에만 머무는 것”이라고도 했다.

▲첫날 강연을 전한 바르톨로뮤 교수와 릴백 교수(앞줄 왼쪽부터) 등 해외 초청 학자들의 모습. ⓒ이대웅 기자

이어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대(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 피터 A. 릴백(Peter A. Lillback) 교수가 ‘진화와 성경적인 전제적 창조론 사이의 전쟁’을 주제로 강연했다.

피터 릴백 교수는 먼저 창조론과 진화론 진영이 모두 동의하는 세 가지를 언급했다. 이는 △공룡과 같이 지금은 멸종됐지만 고대에는 존재했던 생명체들이 있다 △화석 기록은 완벽하지 않고, 생명의 발달을 해석하고 연대를 측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화석 기록은 잘해야 불완전한 것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중요하다 등이다.

그러나 양측이 공룡의 존재를 인정함에도, 그 분류법이나 지질학적 연대를 분류하는 데 있어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에서 취하는 다른 세계관 또는 전제들 때문”이라며 “과학 연구자들이 갖는 믿음이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법의 차이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이 논쟁에서는 특히 유신론자들(하나님을 믿는 자들)과 무신론자들(유물론자들)이 대조적인 세계관을 드러낸다.

공룡에 대한 논쟁을 일례로 들면, 진화론에서는 △진화는 올바른 이론이기 때문에 사람과 공룡은 결코 함께 존재한 적이 없다 △진화론적 입장에서는 공룡들이 인간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인 6700만년 전에 멸종됐다는 증거를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다 △공룡과 인간이 공존했음을 지지하는 어떤 화석이나 고고학적·문학적 데이터는 반드시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젊은 지구 창조론자(6일 창조론)들은 △만일 공룡들이 6700만년 전에 일어난 대규모의 재앙으로 멸종됐다면 성경은 틀렸다. 왜냐하면 성경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허락하지 않거나 그와 같은 고대의 멸종 사건을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경은 정확하므로 6700만년 전의 공룡 멸종은 받아들일 수 없다 △공룡의 시대에 존재하고 멸종한 것의 근거로 제시되는 어떤 데이터도 불가능하며 거부돼야 한다고 반박한다.

이외에 유신론적 진화론자들은 △진화와 성경은 양립될 수 있다 △그러므로 6700만년 전의 공룡 멸종은 진화와 일치하고 성경과 양립된다 △진화에 필요한 긴 시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생명의 출현을 가져온 진화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어떤 자료도 거부된다 △물질주의의 무신론적 확신은 거부된다고 한다.

반면 지적설계론자들은 △생명의 복잡성은 우연으로는 불가능하며 설계를 알린다 △생명의 복잡성과 설계는 지능을 통해서만 가능한 높은 수준의 정보를 필요로 한다 △진화는 의도하지 않은 임의성이 자연 선택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지적 설계 관점에서 진화에 의한 생명의 기원은 불가능하다 △성경의 데이터는 흥미롭고 잠재적으로는 맞지만, 기원이나 공룡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위해서는 결정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오래된 지구 창조론의 논리는 △성경은 진리이고 하나님은 생명을 포함한 만물의 창조주이다 △성경은 과학적 증거라는 관점이나, 성경의 용어에 기초한 최근 창조(recent creation) 관점에서 옳게 해석될 수 없고, 최근 창조를 위한 증거는 실수이거나 틀린 것으로 거부된다 △물질주의적 진화는 하나님의 존재와 그의 창조를 부정하므로 틀렸다 △아담의 특별 창조를 부정하지 않는 진화의 증거는 고려 대상으로 받아들인다 △점진적 진화 또는 공룡의 특별 창조를 위한 데이터는 가능하며 연구 가치가 있다 △공룡이 고대에 홍수나 다양한 우주적 격변들로 멸종됐다는 것은 둘 다 가능한데, 성경의 홍수는 전지구적일 가능성도 있지만 지역적으로 보인다 등이다.

▲해외 초청 학자들과 아신대 외국인 학생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릴백 교수는 과학과의 관계에서, 성경의 전제적 창조론 관점은 네 가지 강조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성경은 하나님을 알기 위해 충분하지만 완벽하지는 않고, 자연을 알기 위해서는 충분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구속’이 성경의 중심 메시지이다 △성경은 과학 이전의 것이지만, 그럼에도 지금이나 이전이나 정확한 계시이다 △코스모스의 분명한 기만성에도, 성경은 속이지 않는다 등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진화는 여전히 최상의 이론이지만, 입증할 만한 사실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입장이 분명히 있다”며 “격정적으로 진화를 주장하거나 창조론을 신랄하게 공격하는 것은 과학보다 더한 무엇이 이 논쟁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주는데, 이는 바로 전제주의적 논쟁”이라고 했다.

또 “크리스천들에게는 하나님 말씀이 참이며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이다”며 “따라서 자연의 진리는 하나님의 진리이기도 하고, 나아가 특별하게 계시된 성경의 진리와 일반적으로 계시된 자연의 진리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전지하신 지혜 속에서 조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튿날인 19일에는 필리핀 비블리컬 신학대(Biblical Seminary of the Phillippines) 조셉 샤오(Joseph Too Shao) 교수가 ‘피조물 돌봄의 구약신학’, 네덜란드 우트레히트대(Utrecht University) 빈센트 브루머(Vincent Brumme) 교수가 ‘과학과 종교: 언어게임들의 대화’, 일본 도쿄크리스천대(Tokyo Christian University) 타카노리 고바야시(Takanori Koboyashi) 교수가 ‘신약에 나타난 피조물과 사명’, 네덜란드 캄펜 신학대(Kampen Theological University) 게르트 콰켈(Gert Kwakkel) 교수가 ‘시편 104편의 창조신학’을 각각 발표한다. 이외에도 미국 남침례신학교 에릭 존슨 교수 등 다수의 외국 학자들이 초청돼 분과별 강의를 진행했다.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구약·신약·실천·상담·교육·선교·역사·조직·윤리·교회음악 등 분과별로 세 차례 논문발표회도 갖는다. 폐회예배는 권혁승 부회장(서울신대) 사회로 진재혁 목사(지구촌교회)가 ‘창조의 하나님(창 1:28)’을 제목으로 설교하며, 박형용 총장(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이 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