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대 외래교수).

아담과 이브는 서로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가 입고 있는 의복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장식물을 벗어버리는 번거로움도 없이, 둘은 즉시 육체를 나란히 하여 옆으로 눕는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하나가 된다.

세상의 위선자들은 순결이나 장소의 무구함에 대하여 엄숙하게 말하겠지만, 그것은 그들의 자유일 터. 다만 그들은 하나님이 순결하다고 선언하신 것을, 또 명령하신 것을. 모두에게 선택의 자유를 허락하신 그 일을 불결하다고 비평하고 있을 뿐이다. 창조주는 번식을 명하신다. 그렇다면 금욕을 명하는 건 하나님과 인간에게 적이 아니겠는가.

결혼의 애정이여, 신비스런 법칙이여, 그대 위에 영광 있으라. 그대야말로 자손 번영의 진정한 근원이며 여타의 모든 것이 공동 소유로 되어 있는 이 낙원에서 유일하게 사적인 것이다. 그대로 말미암아 불륜의 정욕은 인간으로부터 추방되어 짐승들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었다.

이성에 근거하고 충성되고 바르고 순결한 그대에 의하여 정다운 부부 관계와 아버지와 아들과 형제간의 모든 애정이 비로소 알려지게 되었다.

가정 쾌락의 끊임없는 원천인 그대를 죄나 치욕으로 생각하거나 거룩한 장소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나는 인정할 수 없다. 그대의 침상은 현재나 과거나 성자나 교부들이 사용했던 것처럼 더렵힘이 없고 순결한 것이다. ‘사랑’이 황금의 화살을 사용하고 그의 변함없는 등불을 켜고 그의 자줏빛 날개를 흔들고 모든 것을 지배하고 희열에 취하게 하는 것도 여기 침상에서다.

이 ‘사랑’은 애정도 환희도 친밀감도 없는 돈으로 구입한 창부의 미소나, 일시적인 외도나, 궁정의 연애나 남녀혼합의 무도나, 방종한 가면극이나, 심야의 무도장이나, 마땅히 경멸받아야 할 거만한 미녀에 대하여 사랑에 굶주린 남자가 바치는 소야곡 속에서는 결코 발견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아담과 이브는 나이팅게일의 자장가 소리에 이끌려 서로 끌어안은 채 잠이 든다. 그들의 알몸이 된 팔다리 위에는 꽃이 만발한 지붕으로부터 장미꽃잎이 쏟아진다. 물론 아침이 되었을 때 새로운 꽃이 또 필 것이다. 자거라 복받은 부부여!

오, 그대들이 이 이상의 행복을 구하거나 이 이상의 것을 알고자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4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