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리조트 권오영 회장의 차남인 권용 마케팅 실장이, 대질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아일랜드측은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송경호 기자

최근 SK(회장 최태원)측 피고소인과 대질심문을 가진 아일랜드 리조트 권오영 회장이 “사안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할 검찰이 오히려 피고소인들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라”며 억울한 심정을 호소했다.

SK그룹 임원 2명을 ‘모해위증’(증인이 피고인·피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허위 진술) 혐의로 지난 1월 고소(사건번호 2013형제14399, 담당검사 김진호)한 아일랜드 권오영 회장은, 지난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약 10시간에 걸쳐 피고소인들과 대질심문을 가졌다.

하지만 권 회장은 심문 후 “고소한 내용의 핵심은 피고소인들이 법률에 따라 선서한 증인으로서 허위 진술을 했는지 여부인데, 본질을 흐리려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오히려 이미 대법원에서 무혐의로 확정판결이 난 부분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검찰은 피고소인에게 죄가 있는지를 철저하게 조사해나가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인데, 10시간 동안 우리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기에도 어려움이 컸다. 고소한 지 6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도 판결문이나 결정적인 증거로 제출한 동영상도 제대로 이해하거나 확인하지 못한 듯 했다”고 말했다.

이어 권 회장은 “대기업이 검찰보다 힘이 세다고 하는데 내가 분신자살이라도 해야 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겠는가. 검찰의 양심이 살아나면 모든 것이 쉽게 끝날 문제”라고 호소했다.

권 회장측은 “청와대와 대검찰청 등에도 이 같은 문제들을 담아 민원을 제기했지만 대검찰청으로부터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통보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측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신중하게 조사하고 있다. 대기업이라고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는 없다. 보는 눈이 한둘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답변했다.

대법원, 피고소인들 증언 모순점 지적 후 무죄 선고… 동영상 결정적 증거

한편 피고소인인 김태진 SK네트웍스 E&C 사장과 진영민 SK 증권경영지원실 실장은, 권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NCC 주식회사와 합작을 위한 주주협약 체결 당시 각각 SK그룹의 인사를 담당하는 인력실장 겸 아카데미 실장과 그룹의 자금을 담당하는 재무팀장을 맡았었다.

이들은 재판 당시 권 회장측이 골프장 사업을 위해 모 건설사로부터 매입한 땅을 합작회사로 넘기는 과정에서 땅값을 54억원 가량 부풀려 편취한 것처럼 증언했고, 재판부는 피고소인들 증언의 모순된 점들과 여러 정황들을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2007년 6월 NCC와 합작 과정에서 고소인측과 피고소인들이 가진 간담회의 녹화 영상이 결정적인 증거 자료로 제출되면서 재판부는 검찰의 징역 10년, 추징금 20억의 구형을 뒤엎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아일랜드측은 “힘들고 지루한 4년여간 재벌을 상대로 검찰조사와 재판을 견디며 누명을 벗고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며 “하지만 이로 인해 골프장의 전체 공정 및 공사 지연, 이미지 훼손과 과중한 금융비용 및 이자 부담, 기회비용 손실, 골퍼들 사이의 부정적 여론 확산과 이로 인한 회원권 분양 부진 및 분양시기 상실, 투자유치 실패 등 그 휴유증으로 인한 피해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재 아일랜드측은 이번 고소건과 함께 최태원 회장을 상대로 △무고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추가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